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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잠정 폐쇄의 의미

제성호 /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427

제성호 /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북한은 4월 8일 개성공단의 북측 종업원 전원 철수 및 공단 운영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자연히 남북경제협력의 산실이자 평화공존의 장(場) 역할을 해 왔던 개성공단이 멈춰 섰다. 이후에도 북한은 추가 미사일 발사 예고, 남한 내 외국인 대피대책 수립 요구 등 강경압박 전술, ‘벼랑끝 전술’을 계속 구사하고 있다.

개성공단 잠정폐쇄는 2004년 12월 첫 생산품을 출하한지 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향후 사태 진전은 남한 당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향후 ‘정상 가동’의 여운을 남기기도 했지만, 이제 개성공단의 운명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돼버렸다.

왜 지금 북한이 이런 극단적 행동을 불사하는 것일까? 우선 남북간 힘겨루기에서 지지 않으려는 북한 특유의 자존심의 표현이라고 풀이된다. 앞으로 5년간 상대해야 할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에서 ‘기선을 제압(길들이기)’해야 순탄하게 대남정책을 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물론 햇볕정책으로의 회귀를 압박하는 측면도 있다.

다음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 변경을 강요하는 무언(無言)의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은 작금의 사태가 이른바 ‘대조선 적대시정책’,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핵무장을 불인정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결의를 추가로 채택한 데서 발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북미간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조속히 돌아오는 것만이 최선책이라는 신호를 미국측에 계속 보내려 하고 있다.

이 같은 전술이 제대로 먹히면 우리 사회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점차 대북 유화론(특히 대규모 퍼주기 지원을 통한 평화 구걸론)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북한 지도부는 믿는다. 그럴 경우 ‘북남관계’에서 종래의 ‘도발-협상-보상’의 순환고리가 다시금 작동하게 되고 종국엔 북한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더불어 북한 내부의 다급한 사정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즉, 남북간 군사대결과 긴장 고조는 카리스마와 치적(治績)이 부족한 김정은이 군부의 강력한 지지를 얻어 체제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통치수법의 일환인 것이다.

이번 사태로 그간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유지돼 온 남북협력의 끈이 잠시 끊어지게 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현단계에서 우리는 냉정하고도 의연한 자세로써 한미동맹에 입각, 안보와 평화를 관리하는 강력한 억제정책을 취해야 한다. 동시에 주변 4국과의 긴밀한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설득해야 한다. 북한이 도발을 중지하고 진정성을 보일 경우 ‘기회(대화와 협력)의 창’이 열려있다는 것도 알려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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