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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인물론

발행일 발행호수 2447

시사 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교황 프란치스코를 선정하고 그 이유를 ‘새로운 천주교 수장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천주교 수장으로서 새로운 모습이 무엇이었는지 살펴보니 교황이 ‘겸손한 자세’를 보였고 변화의 물결에도 동참했다는 것이다. 교황이 승용차 대신 버스를 타고 다닌다던지 불구자들을 품에 안거나, 여성 죄수들의 발을 씻는 모습을 보고 세상은 크게 감동한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그럴듯한 모습은 빈민운동가나 박애주의자 더 나아가 철학자, 사상가의 행동이라면 칭송받을 일이지만 종교의 수장이라는 사람의 행태로서는 위선적인 것이다. 적어도 종교는 인간의 영혼의 평안과 구원을 다루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힘없는 자를 위한 봉사라면 테레사 수녀만한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종교인 테레사의 위대한 점은 자기 일생을 바쳐 병자와 외로운 자의 벗이 된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온 몸을 던져 빛을 찾으려는 처절한 내면의 투쟁을 했다는데 있다. 그녀는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도 해결할 수 없는 마음속의 어두움을 괴로워했던 것이다.

테레사와 같은 구도정신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가톨릭이라는 종교의 수장이라면 날로 더해가는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나 창궐하는 동성애 문제 등에 대한 명확한 대책을 내놓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비하면 전임 베네딕토 교황은 훨씬 진솔하고 솔직한 사람이었다. 그는 가톨릭과 교황청의 구조적 비리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다가 역부족을 절감하고 사임하면서, “하나님이 주무시는 것 같았다”는 장탄식을 했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가식이 혐오스러운 것은 자신은 그런 고민조차 없다는 것을 웃음과 겸손으로 위장했기 때문이다. ‘올해의 인물’은 차라리 교황직을 사임한 베네딕토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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