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흑사병
피부색이 흑자색으로 변하며 죽어간다고 해서 흑사병(黑死病)이라고 불리는 페스트는 수일 안에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중세 이후 유럽에서 대유행 했으며, 유럽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500만 명이 죽는 엄청난 희생자를 냈다. 당시 유럽인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두려움과 절망과 비탄에 빠졌었다. 생존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헛소리를 하다가 죽는 환자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다 매장하는 것뿐이었다.
그 후 의학이 발달함에 따라 페스트의 원인과 치료방법도 개발되었다. 그러나 얼마 전 인간의 의학기술로 이미 극복된 줄 알았던 페스트가 중국 칭하이성의 하이난 장족 자치주에서 다시 발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칭하이성 당국에 따르면 이번 페스트는 악수할 거리만 돼도 감염이 될 정도로 전염성이 강한 치명적인 유형이고 중세 전체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페스트와 같은 세균성을 갖는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잔뜩 긴장하고 있으며, 이미 공포에 질린 주민들은 하루에도 수백 명씩 봉쇄망을 뚫고 마을을 탈출하고 있다고 한다.
수백년만에 다시 돌아온 페스트는 인류의 현대의학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오히려 신종 에이즈 바이러스(HIV), 신종플루 변종 바이러스 등과 같은 바이러스들은 변종에 변종을 거듭하며 인간의 의학기술을 뛰어넘어 수천만 명의 감염자와 희생자를 내면서 계속 창궐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인류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좀 더 겸손해 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