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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사과’

발행일 발행호수 2340

로마천주교회에는 원래부터 돈을 받고 죄를 면제해 주는 제도가 있었는데 중세 십자군 원정을 계기로 면죄부가 성행하여 천주교회의 중요한 재원이 되었다. 1476년 교황 식스투스 4세는 이미 죽은 사람의 면죄부까지 만들어 팔았고 레오 10세는 재정보충을 위해 대규모로 면죄부를 팔았다고 한다. 돈을 받고 면죄부를 주는 행위는 ‘영혼을 파는 행위’로 지금까지 천주교의 대표적인 비리로 회자되고, 이로 말미암아 1517년 독일 비텐베르그 대학의 교수인 마틴 루터에 의해 신교가 탄생하게 된 것은 다 아는 이야기이다.

20세기의 면죄부 사건이라 할 만한 것이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이다.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성추행 스캔들로 천주교는 면죄부 발행 때만큼이나 만신창이가 되었다. 영국을 방문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가톨릭 사제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어린이와 피해자 가족에게 강도 높은 표현으로 직접 사과했다. 그는 “성직자들의 부끄럽고 혐오스러운 죄로 인해 피해자들이 입은 엄청난 고통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했다. 교황청은 신부 등 가톨릭 성직자들에 의한 아동 성추행 사건이 대거 드러났는데도, 지금까지 공개사과와 보상방안 마련 등 사후 대응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었다.

그러나 교황의 사과 후에도 피해자들은 성추행 피해자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교황청의 사건 관련 비밀서류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으며 런던 시내 곳곳에서는 수천명이 모여 가톨릭 사제 성추문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거리시위를 벌였다. 아무래도 면죄부 때도 그랬듯 교황이 “미안하게 됐다”고 사과 한마디 하는 것만으로는 일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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