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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聖人)테레사 수녀

발행일 발행호수 2495

오는 2016년 9월, 로마 교황청이 ‘가난한 이들의 어머니’ 테레사 수녀를 가톨릭 성인으로 추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성인(聖人)이란 가톨릭 단체에서 신앙의 모범이 되어 공경하는 인물로 사후에 교황이 시성식(諡聖式)을 통해 추대한다고 한다. 빈민과 병자, 고아들을 위해 봉사 활동을 펼친 테레사 수녀는 헐벗고 굶주린 이들을 돌보며 환하게 미소 짓는 인류애의 상징으로 회자된다.

테레사는 일생 구도(求道)를 위해 산 인물이다. ‘신의 도구’가 되고 싶은 열망으로 평생을 바쳐 일했고 그만큼 신의 응답을 받으려는 갈망이 크고 강렬했다. 처참한 빈민가에서 고생하며 봉사한 이유는 그 일에서 신의 손길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집념 때문이었다. 그녀의 활동은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신의 응답을 들을 수 없었다. 응답에 대한 갈망이 크고 강렬했던 만큼 무응답의 고통 또한 깊을 수밖에 없었다.
테레사 사후에 밝혀진 그녀의 양심 고백에 따르면 신의 존재마저 부인하고 있다. “저는 무엇을 위해 일합니까? 제 안에는 마치 모든 것이 죽어 버린 듯 끔찍한 어둠이 있습니다. 그 고통과 괴로움은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신이 정말로 존재하지 않으신다는 고통입니다. 신은 그곳에 계시지 않습니다. 보려 해도 보이지 않고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습니다.” 결국 테레사는 신의 존재를 느끼지 못해 자신에게 신앙이 없다고 고백하기에 이른다.

테레사의 고백은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를 떠올리게 한다. 아동 성학대와 부정부패로 얽힌 가톨릭 단체를 바로잡으려다 좌절한 베네딕토는 ‘신이 주무시는 것 같았다.’고 고백하며 교황직에서 자진 퇴임했다. 이와 달리 테레사는 가톨릭 안에서 신의 응답을 받으려는 갈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기에 그 고통이 죽는 날까지 그녀를 괴롭혔다.
테레사 수녀의 성인 추대식은 교황청의 희년 행사 중에 열릴 예정이다. 희년(禧年)이란 가톨릭 단체가 신자들에게 은혜를 베푼다는 기간인데, 테레사의 성인 추대식이 희년의 최대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03년 테레사 수녀를 복자(福者, 성인의 전 단계)로 추대하는 의식이 열렸을 때 20만 명이 넘는 순례객이 모였다고 한다. 이번 성인 추대식에는 더 많은 군중이 동원될 것이다.
초대형 이벤트인 성인 추대식이 열리면 미소 짓는 테레사의 사진이 내걸리고 현란한 언론의 조명이 쏟아질 것이다. 테레사가 그 광경을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내 미소는 사람들을 속이는 무기이며 수많은 고통을 덮는 외투입니다. 신은 그곳에 계시지 않습니다. 나는 사람들의 영혼이 어디로 가도록 돕는 것입니까.” 이런 생전의 절규를 반복하는 것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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