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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수녀회와 교황청의 화해

발행일 발행호수 2482

지난 4월 로마 바티칸 교황청은 가톨릭 교리에 대한 시각차로 갈등을 빚어 왔던 미국 최대의 수녀회(여성종교리더십콘퍼런스, LCWR)와 화해를 선언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교황청은 LCWR에 대한 조사와 관리 체제를 예상보다 2년 앞당겨 해제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LCWR 지도부 수녀 4명과의 면담을 통해 교회와 신도들에 대한 수녀회의 헌신을 치하했다고 한다.

LCWR은 미국 내 수녀 약 5만 7,000명의 80%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출판물 내용 등에서 교황청과 마찰을 빚어 왔다. 마거릿 팔리 수녀가 쓴 책에서 “자위 행위는 도덕적으로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masturbation doesn’t raise any moral problems)”고 주장하자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교리에 어긋나는 내용으로 신앙에 해악을 끼치는 책”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LCWR 전국 회의에서 로리 브링크 수녀가 예수는 하느님의 유일한 아들이 아니라며(Jesus is not the only son of God) “교회를 넘어서고, 심지어 예수를 넘어서는 움직임”을 촉구한 것에 대해 교황청은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2012년 교황청은 “LCWR이 가톨릭과 양립할 수 없는 주장을 추종하는 등 심각한 교리적 일탈을 보인다.”는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전담 주교를 임명해 LCWR의 조사 관리 및 전면 개조를 명령했다. 이에 LCWR은 “교황청의 평가는 근거가 없으며 우리를 처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비난과 대립의 양상을 보여 왔다. 이것은 상호간의 단순한 입장 차이를 떠나 카톨릭 근본 교리에 관한 문제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지난 4월 16일 교황청은 “LCWR이 자신들의 소명을 명백히 했다고 믿는다. 우리의 폭넓은 대화는 상호 존중과 협력으로 이루어졌다.”며 조사와 관리 체제를 해제했다. LCWR의 교리적 일탈을 바로잡으려 했던 베네딕토 16세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의 종교적 포퓰리즘은 자신들의 근본 교리와 양립할 수 없는 주장까지 영합하며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 같은 행태는 결국 카톨릭 자체 내의 모순을 넘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종교의 진정한 목적을 잃어버리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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