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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을 아름답게 피우는 생명물의 권능은 형언할 수 없어

곽옥란권사 / 뉴욕교회
발행일 발행호수 2149

지난호에 이어서
그러던 어느 날, 관장님께서 이런 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전라도에서 전도관에 다녔던 20대 청년 한 명이 춘천에서 군 복무를 하던 중에 죽게 되어 군대에서 입관까지 다 마쳤다는 것이었습니다. 관장님은 우리 교인인데 예배도 드리지 않고 묻을 수 없다면서 서둘러 조치를 취했고, 결국 그 시신을 춘천제단에 옮겨 와서 입관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시신을 옮겨 올 때 부대에서 군인 두 명이 나와 예배드리는 동안 교회 문 앞에서 계속 보초를 섰습니다.

폐병으로 고생하다 팔다리를 잔뜩 구부리고 고통 속에
숨을 거둬 그대로 굳어진 시신을 생명물로 씻긴 후 찬송하자
팔다리는 펴지며 얼굴에 살이 오르고 아름답게 피어나

삼복더위가 계속되던 한여름이라 죽은 지 3일이나 지난 시신은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험악한 모습이었습니다. 숨이 턱 막히도록 지독하게 썩은 냄새를 풍기며 온몸이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게 굳었는데, 입고 있는 옷을 가위로 잘라 내자 부패된 살 껍질이 허물어져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썩기 시작한 피부는 멍이 든 것처럼 짙은 남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제단 기도실에 시신을 놓고 예배를 드리게 되었는데, 찌는 듯한 무더위에 예배를 드리려면 엄청 땀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저는 땀 닦을 수건을 가지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예배를 드리는 동안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계속 불어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시신 주위에 시원한 바람이 감돌아 시신과 가까이 앉아 있던 저는 무릎이 차갑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였는데 몇 시간이나 찬송을 불러도 땀 한 방울 나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예배를 드리는 동안 지독하게 풍기던 악취는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르게 말끔히 없어졌습니다. 관장님과 남자 교인 몇 분이 시신을 깨끗이 씻긴 후 생명물을 발라 주었는데, 시신을 덮었던 천을 걷었을 때 저는 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살이 썩어 허물어졌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고 짙은 남색으로 썩어 가던 피부가 아주 뽀얗게 피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나무토막 같았던 몸도 완전히 노긋노긋해져서 살아 있는 사람에게 옷을 입히듯이 팔다리를 움직여 가며 수의를 입혔습니다. 고인의 얼굴은 아기 피부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곱게 피었고 달게 한숨 자는 사람처럼 너무나 편안해 보였습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험했던 시신이 이토록 아름답게 피어나다니, 놀랍고 신기한 것을 표현하기에는 어떠한 말로도 부족할 것 같았습니다. 하나님의 크신 권능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그 후 1961년 12월, 저는 아이들과 함께 소사신앙촌에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춘천에서 살 때부터 신앙촌 제품을 판매했던 저는, 소사신앙촌에 입주하여 본격적으로 소비조합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은혜가 담긴 물건을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 장사 나가던 날, 간장, 양재, 메리야스를 보따리에 가득 담아 춘천으로 갔는데, 신앙촌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물건들이 순식간에 다 팔렸습니다. 당시 시중에 나오던 메리야스는 빨고 나면 사이즈가 확 줄어 버리는 데 비해 신앙촌 메리야스는 빨아도 줄지 않고 품질이 좋아 고객들에게 신용을 얻었습니다. 또 달콤하고 부드러운 카스텔라가 큰 인기를 끌어서, 가게 주인들에게 주문을 받아 카스텔라를 대량으로 공급하기도 했습니다. 장사를 시작할 때 큰 자본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신앙촌 소비조합을 하면서 아이들 다섯을 교육시키고 뒷바라지할 정도로 경제적인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춘천에서 며칠씩 머무르며 장사를 했기 때문에 일요일예배를 춘천제단에서 드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느 일요일 춘천제단에서 예배를 마치고 뒷정리를 하고 있을 때, 유정자 집사님이 다급하게 뛰어오더니 남편이 숨을 거두었다고 했습니다. 고인은 폐병으로 오랫동안 고생을 하던 분으로, 가족들이 외출한 사이에 혼자서 돌아가신 것이었습니다. 그 집에 가서 보니 시신은 입을 쫙 벌려 피를 토해 놓고 방바닥에 엎드려 있었는데, 팔다리를 가슴 쪽으로 모아 잔뜩 구부린 상태였습니다. 곁에서 임종을 지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숨을 거둘 때 고통스러운 모습 그대로 굳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입관예배를 드릴 때 관장님과 교인들이 시신을 둘러싸고 앉았는데 저는 시신의 다리 쪽에 앉아 있었습니다. 교인들이 찬송을 부르는 가운데 관장님께서는 생명물로 시신을 깨끗이 닦은 후 광목으로 덮어 주었습니다. 한참 찬송을 부르던 어느 순간, 꿇어앉은 제 무릎을 무엇이 탁 차기에 내려다봤더니 시신의 다리가 쫙 펴져 발이 제 무릎에 닿은 것이었습니다. “어머! 시신 다리가 펴졌어요!” 하고 외치자 관장님이 시신을 덮었던 광목을 걷었는데, 다리뿐 아니라 팔도 똑바로 펴지고 벌렸던 입도 얌전히 다물어져 있었습니다. 팔다리가 언제 구부러져 있었나 할 정도로 반듯하고 편안하게 누운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관장님은 시신을 한 번 더 생명물로 닦아 주고 빗으로 머리를 단정하게 빗겨 주었습니다. 고인은 폐병으로 고생하면서 얼굴이 비쩍 마르고 볼품이 없었는데, 시신의 얼굴에 포동포동 살이 오르고 뽀얗게 피어서 생시의 병색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주 편안하고 좋은 모습으로 입관을 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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