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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군중이 찬송을 부르는데 그 소리는 천지를 울리는 것 같아

김백덕 승사(1) / 기장신앙촌
발행일 발행호수 2285

저는 1926년 전라남도 여수에서 3녀 중 둘째로 태어났습니다. 불교 신자였던 부모님은 항상 “선한 마음으로 남을 도와주고 좋은 일을 많이 해라.” 하셨기에 어려서부터 그렇게 생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열일곱 살 되던 무렵에는 외사촌 오빠들이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앞으로 양재 기술이 유망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그때 양재에 관심을 갖게 된 저는 일본 오사카에 건너가 3년간 양재 기술을 배웠으며, 결혼 후에는 여수에서 양재 학원과 양장점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외가의 친척 중에는 전남 보성에서 목사로 활동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의 아들이 저희 집에 왔을 때 “누님, 교회에 꼭 다녀 보세요.”라고 간곡하게 권유하여 저는 처음으로 ‘교회에 다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여수 제일 장로교회에 다니셨던 이모님도 저희 어머니에게 교회에 나와 보라고 하셨기에, 저는 어머니와 함께 제일 장로교회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난생처음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게 된 저는 나름대로 목사의 설교에 귀를 기울여 보았습니다. 그러나 설교는 점잖고 느릿느릿한 말투로 세상살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 몹시 지루하여 졸기 일쑤였습니다. 교회에 그만 다니고 싶었지만 교인들이 심방이다 구역예배다 하며 집에 자꾸 찾아오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주일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친지의 권유로 기성교회에 나가 난생처음 예배를 드리는데
목사의 설교는 인간의 근본문제가 아닌 세상살이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

그러던 1955년 12월경이었습니다. 저에게 교회에 나가라고 권유했던 친척 동생이 편지를 보내왔는데, ‘불의 사자 박태선 장로님’이라는 분의 광주공원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편지에는 엄청난 인파가 모인 집회장의 모습과 거기서 일어났던 신기한 일들이 쓰여 있었습니다. 앉은뱅이가 일어서고 봉사가 눈을 뜨는 등 놀라운 일이 많이 일어났다면서, 얼마 후에 순천 철도국 광장에서 박태선 장로님이 집회를 하시니 기회를 놓치지 말고 꼭 참석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부흥집회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으나 동생의 권유에 마음이 움직여서 ‘구경 삼아 한번 다녀와야겠다.’ 하며 순천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집회장인 철도국 광장 주변에 저희 사돈댁이 있어서 저는 그 댁에 잠깐 들러 집회에 참석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집 식구들이 “거기서는 다들 철야를 해요. 날씨가 추우니 따뜻하게 입고 가세요.”라고 했는데 저는 ‘무슨 집회를 밤까지 새우면서 하나?’ 하며 의아스러웠습니다. 집회장에 도착해 보니 넓은 광장에 천막을 치고 태산같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옴짝달싹할 틈도 없을 만큼 빽빽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여기서 무슨 일이 있긴 있나 보다. 그러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 하며 호기심이 생겨났습니다. 처음에 뒤에서 구경만 하리라고 생각했던 저는 ‘이왕에 온 거 앞으로 가 봐야겠다.’ 하며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앞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체질이 허약해 보통때 같았으면 허기를 느끼고 두통을 느꼈을텐데
오히려 아무 것도 먹지 않았는데 어디서 이렇게 힘이 나는지 무척 놀라워

새하얀 와이셔츠 차림의 박태선 장로님께서는 단상에서 힘차고 당당한 모습으로 찬송을 인도하셨습니다. 집회장에 운집한 수만 군중이 손뼉을 치며 찬송을 부를 때 그 소리는 천지를 울리는 것 같았고 뜨거운 열기는 엄동설한의 추위마저 당장에 녹여 버릴 듯했습니다. 또한 박 장로님께서 단상을 ‘쾅! 쾅!’ 내려치실 때마다 불 같은 것이 번쩍번쩍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찬송을 부르고 있을 때 갑자기 머리카락이 타는 것 같은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여 ‘이상하다. 왜 여기서 머리카락 태우는 냄새가 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옆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냄새냐고 물어보니 그 냄새는 죄 타는 냄새라고 하면서 저를 보고 “오늘 처음 오셨나 보네요.” 했습니다. 그 고약한 냄새가 지나간 후 아주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데 꽃향기 같기도 하고 고급 화장품 냄새 같기도 한 좋은 향기였습니다. 그뿐 아니라 안개같이 뽀얀 것이 온 장내에 가득하여 제 앞의 두세 사람만 보일 뿐 그 앞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동생이 보낸 편지 내용을 떠올리면서 ‘신기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더니 과연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박 장로님의 설교 말씀을 들으며 그 좋은 향기와 안개같이 뽀얀 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향취’와 ‘이슬 같은 은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 체질이 허약한 저는 허기를 자주 느끼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머리가 몹시 아팠습니다. 그런데 집회장에서는 어떻게 된 일인지 밥 한 술 먹지 않아도 허기를 느낄 수가 없었으며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몇 시간씩 찬송을 불러도 머리가 전혀 아프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머리가 맑아지면서 더욱 신나고 즐겁기만 했습니다. 저는 ‘참 이상하다. 보통 때 같으면 허기지고 기운도 없고 머리가 많이 아팠을 텐데…….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어디서 이렇게 힘이 나지?’ 하며 무척 놀라웠습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찬송을 부르다 보니 어느새 밤을 꼬박 새우게 되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찬송을 부르다 보니 어느새 밤을 꼬박 새우게 돼
몸은 너무도 가뿐하고 마음에는 기쁨이 충만해 새 사람이 된 것 같아

다음 날 새벽예배를 드린 후 저는 휴식 시간에 천막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몸이 너무도 가뿐하고 마음에는 기쁨이 충만하여 새사람이 된 것 같았습니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면서 ‘오늘도 여기서 은혜를 받아야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한데, 저만치 박태선 장로님께서 승용차에 오르시더니 어디론가 떠나시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옆에 있던 사람에게 물어보니 “여수 제일 장로교회에서 박 장로님을 초청하여 지금 예배를 인도하러 가신대요.”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이 집회 마지막 날이에요.”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집회가 끝난다는 말에 마음이 조급해져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은혜 받을 시간이 없구나. 빨리 여수 제일 장로교회에 가야겠다. 어머니도 교회에 모셔 가야지.’ 하며 여수행 기차를 타려고 기차역으로 달렸습니다. 헐레벌떡 뛰어가면서 ‘나는 성격이 적극적이지 못한 사람인데……. 웬일로 내가 이렇게 적극적이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들러서 어머니를 모시고 제일교회로 향하는데 어머니는 “아니 얘야, 왜 이렇게 기운이 펄펄하니?” 하며 놀라워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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