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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종교 탐구 <29> 신성한 마약에 대하여

세계 종교 탐구 <29>
발행일 발행호수 2624

지난『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술을 먹는 종교의식에 대해 알아보았다. 술은 신을 만난 듯한 정신 상태를 유발하는 수단으로서, 예로부터 지금까지 종교의식에서 자주 사용되었다. 술을 먹으면 쾌감과 환상, 환각, 현기증 등의 비일상적인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종교적 체험으로 이해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술에 함유된 알코올이 일으키는 향정신성 작용에서 기인한다. 향정신성 약물은 흔히 마약이라 부른다. 알코올은 수많은 마약의 하나이며, 신을 만나게 해주는 수많은 수단의 하나였던 것이다. 어떤 마약은 그 자체로서 또는 술과 함께 음용되며 더욱 강력한 종교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이번『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술 외의 다른 마약, 신을 만나게 해준다는 신성한 마약들과 이를 사용하는 종교들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자료1> 3만 1000년 전 인류의 발 절단 수술 흔적
2020년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3만 1000년 전 인간의 유골에서 발 절단 수술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이는 당시에 이미 수술로 인한 출혈과 감염을 막을 정도의 기술을 가진 사람이 있었으며, 마취 및 항생작용을 하는 마약 식물의 효과를 알고 이를 활용했다는 증거가 된다. (출처: 네이처)

▣ 마약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다

자연에는 버섯, 꽃, 풀, 균에 감염된 보리 등 천연 마약들이 널리 존재해왔고, 인간들은 일찍이 이를 접했다. 마약의 원조라고도 불리는 아편이 2만 년 전부터 의학용, 종교용으로 사용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고고학적 증거들은 인류가 더 오래전부터 마약을 사용해 왔음을 말해준다.

작년 9월 과학저널 네이처지에 실린 3만 1000년 전 행해진 절단 수술 흔적도 고대 인류들이 마약의 효과를 파악하고 사용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2020년 인도네시아에서 3만 1000년 전 인간의 유골이 발견되었는데, 왼쪽 발에서 절단 수술을 받은 흔적이 발견됐다고 한다.<자료1> 연구진은 “절단 수술은 인체 해부학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과, 감염과 출혈을 막을 수 있는 의료 기술이 있어야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약 1만 년 전부터 농업이 발달하고 사람들이 한 곳에 정착하면서 의학이 발전했다고 추정됐지만 3만 1000년 전 이미 수술로 인한 출혈과 감염을 막을 정도의 의료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음을 보여준다”라며 “당시 식물에서 항생물질을 추출해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마취, 항생작용은 마약 식물에서 나타나는 흔한 효과이다. 예를 들어 고대 잉카 제국에서는 두개골에 구멍을 뚫어 치료하는 천두술을 받을 때 코카잎을 씹어 먹어 마취 효과를 얻었다. 코카나무의 잎사귀에는 진통제 기능과 환각 기능이 있었는데, 잉카인들은 이런 코카잎을 신의 힘을 갖는 신통력 있는 식물로 믿었고 신초(神草)로 추앙했다고 한다. 3만 1000년 전에 외과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것은 그 당시에 이미 마약 식물의 마취, 항생작용을 알고 이를 이용해 왔다는 증거가 된다.

현재까지 인간이 마약을 사용한 가장 오래된 물증은 이라크 샤니다르 동굴에서 발굴된 6만 년 전 고대 인류의 무덤에서 발견되었다. 고인 주위에 꽃 뭉치들을 놓았던 흔적이 발견되었는데, 꽃가루를 분석해 보니 총 7종의 식물 중 6종이 약용 식물이었고, 특히 1종은 환각 효과를 나타내는 마약성 식물인 마황이었다.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지에 위 연구 내용을 보고한 솔레키 박사는 “이렇게 많은 약용 식물이 사용된 것은 고대 인류의 인간 정신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생각케 한다.”고 얘기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꽃과 함께 매장하는 장례 의식은 종교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고인 주변에 도구와 장신구들도 놓여져 있던 것을 보아 이러한 장례 의식은 고대 인류들이 사후의 삶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케임브리지대 포머로이 박사는 “최근 몇 년 동안 고대 인류들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정교한 생활을 했었다는 증거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하고, “샤니다르 동굴을 죽은 이들을 위해 반복적으로 매장 의식을 치르는 추모의 장소로 사용했었다면, 이들이 높은 수준의 문화적 복잡성을 지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얘기했다.

『코스모스』로 유명한 미국의 과학자 칼 세이건은 인간이 농경을 시작한 것은 식량 때문이 아니라 마약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세이건의 친구는 연구차 중앙아프리카의 피그미 부족을 연구했는데, 그들은 현대에도 수렵채집 생활양식을 고수하는 부족이었다. 일정한 삶의 터전을 건설하거나, 계획적으로 농작물을 심고 재배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작물만 예외적으로 씨를 뿌리고 경작할 만큼 중요히 여겼는데, 바로 종교 의례 때 사용하는 대마였다. 세이건은 고대 인류도 이와 비슷한 생활을 했을 것이라 주장했다. 안정적으로 마약을 공급하기 위해 재배를 시작하다 나중에는 식량까지 재배하게 됐다는 것이다. 즉 인류의 문명이 마약 재배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다. 종교 또한 인류 문명의 시작과 함께 생겨났고, 마약과 종교는 불가분의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 종교에서 신성한 마약이 사용되다

<자료2> 인도의 한 마을에서 방(Bhang)을 만드는 과정
방은 힌두교에서 마시는 환각 음료로, 말린 대마 잎을 우유, 설탕, 향료나 아몬드 등의 견과류와 함께 갈아서 만든다. 힌두교에선 방을 섭취하면 시바신과 영적으로 교류할 수 있고, 죄에서 자유로워진다고 믿는다. 인도 대마의약협회의 J. M. 캠벨은 ‘방을 마시는 자는 시바신을 마시는 것이다’라고도 했다. (출처: 위키피디아)

마약으로 인한 이른바 신성한 광기와 최면은 고대의 많은 문화권과 종교 집단에서 나타난다. 마약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역사가 기록되기 이전부터 사용되어 왔는데, 주로 양귀비(아편), 대마초, 맥각, 코카잎, 광대버섯과 같이 환각을 유발하는 마약들이 종교에서 사용되었다.

인도의 힌두교에는 ‘소마(Soma)’와 ‘방(Bhang)’이라는 환각 음료가 있다. 소마는 환각성 식물인 소마초 즙에 물과 우유를 섞어 발효시킨 술이다. 소마는 신과 소통하게 해주는 성스러운 음료로 여겨지며 힌두교의 고대 의식에 자주 사용되었다. 소마초의 정체는 대마, 마황, 또는 광대버섯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힌두교의 경전 베다에는 다음과 같은 소마에 대한 찬가가 있다. “그의 선물은 그토록 멋지고 경이롭구나. 인간들이 자신의 혈관 속에서, 그리고 크게 부르짖는 환희의 외침에서 신을 느끼노라” (출처: Rovert Evans,『나쁜 짓들의 역사』, 영인미디어, 2017., p.144.)

방은 말린 대마 잎을 우유, 설탕, 향료나 아몬드 등의 견과류와 함께 갈아서 만든 비알코올 음료다.<자료2> 힌두교의 삼주신 중 하나인 시바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료로, 현재에도 인도, 네팔 등 힌두 문화권의 나라에서 음용되고 있다. 힌두교에선 방이 시바신과 영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성한 물질이며, 방을 섭취하면 죄에서 자유로워진다고 믿는다. 인도 대마의약협회의 J. M. 캠벨은 ‘방을 마시는 자는 시바신을 마시는 것이다.(He who drinks bhang drinks Shiva)’라고 할 정도로 방을 신성히 여겼다. (출처: J. M. campbell,『Note on the religion of Hemp』, Report of the Indian Hemp Drugs Commission 1894-1895, Vol.3., p.252.)

중국의 도교에서도 종교 제의에 대마초를 사용했다. 도교의 도사들은 대마초를 인삼과 함께 사용하면 미래를 점칠 수 있는 예지능력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또 향로에 대마 꽃송이를 태워 향을 피우기도 했는데, 이러한 행위를 통해 명상하는 동안 정신적 고양을 도왔다고 한다.

최초의 기마민족으로 알려진 스키타이인들도 종교 활동에서 대마를 활용했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그들은 양가죽으로 천막을 만든 후 빨갛게 달군 돌 위에 대마 씨를 뿌린다. 그러면 강한 증기가 발생하고 이 증기를 마신 스키타이인들은 점차 즐거움에 취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대마 씨를 더 많이 넣을수록 저들의 도취상태도 심해져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라고 묘사했다. 이 의식은 스키타이인이 신과 교류하는 수단이었다고 한다.

<자료3> 존 콜리어作『델포이의 여사제』(1891년)
고대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로 신전에는 ‘피티아’라는 여사제가 있었다. 피티아는 땅의 갈라진 틈새에서 나오는 달콤한 냄새의 연기를 흡입한 후 환각 상태에서 신탁을 전했다고 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고대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로 신전 여사제인 피티아는 땅의 갈라진 틈새에서 나오는 달콤한 냄새의 연기를 흡입한 후 환각 상태에서 예언을 했다고 한다.<자료3> 지면에서 솟아오르는 가스를 마신 피티아는 곧 월계수 가지를 흔들며 무아지경 속에서 신이 내린 신탁을 전하는데, 로마 시인 루카누스는 피티아가 점치는 장면을 이렇게 기록했다. ‘무녀는 입술에서 광적인 중얼거림을 쏟아내고, 신음하고, 깊고 무겁게 숨을 내쉬다가 이윽고 큰소리로 울부짖는다.’

고고학자와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역사적, 지리학적 조사를 통해 그 연기가 에틸렌이나 메탄, 혹은 벤젠이나 유황 등의 가스이며, 피티아에게 섬망이나 환각을 일으켰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메탄과 벤젠은 마약으로 분류되는 기체이며 에틸렌과 유황가스는 중독되면 환각을 일으키는 기체다. 마약은 투여 방법에 따라서 뇌에 도달하는 속도가 다른데, 먹는 것보다 향을 들이마시는 것이 4~10배 이상 빠르다. 약물이 뇌에 빨리 도달할수록 효과는 더 크고 강하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하는 말은 알아듣기 힘들었고, 옆에 있는 다른 사제가 일상적인 언어로 번역해 주었다고 한다.

서기전 1600년경 부터 고대 그리스의 도시 엘레우시스에는 대지와 풍요의 여신 데메테르와 그의 딸 페르세포네 여신을 섬기는 ‘엘레우시스 밀교’가 있었다. 의식에서 보고 들은 것을 발설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비밀 종교라 불리지만, 그리스의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로마의 초대 황제 카이사르 등이 입교할 정도로 규모가 크며 인기 있는 종교였다. 어떤 학자들은 이 엘레우시스 밀교의 큰 영향력과 세력 유지의 비결이 ‘환각제’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엘레우시스 밀교는 1년에 한 번씩 ‘엘레우시스 제전’을 개최했다. 이 제전은 10일간 진행되는데, 참석자들은 여러 가지 의식을 치르며 9일간 금식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 날 ‘키케온’이라는 술을 마시며 환각 파티를 벌인다. 키케온을 마신 사람들은 신을 만나거나 사후세계를 보거나 진리를 찾는 등의 영적 체험을 했다고 한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루타르코스는 이 의식에 대해 “처음에는 혼란에 빠져 두려움에 떨다가 마침내 ‘밤의 성스러운 환상’을 본 후 다 같이 춤을 추고 거룩한 계시를 받았다”라고 했으며, 소크라테스는 “아래 세계에서 정화되지 않은 사람들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살겠지만, 이곳에서 정화 의식을 치른 사람들은 신과 함께 살 것이다.”라고 했다. (출처: 오후,『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동아시아, 2018., p.25.)

<자료4> 양귀비와 보리를 들고 있는 데메테르 여신
고대 그리스의 여신 데메테르는 대지와 풍요, 농업과 곡물의 여신으로 인간에게 양귀비(아편의 원료 식물)를 선물했다고 전해진다. 데메테르와 그녀의 딸 페르세포네를 섬기는 엘레우시스 밀교에서는 키케온이라는 술을 마시며 환각 파티를 했는데, 키케온에 첨가한 환각제는 보리의 맥각 또는 아편이라고 한다. (출처: suppressedhistories.net)

키케온은 보리와 박하를 섞은 술로 알려져 있는데, 이때 환각 효과가 있는 보리의 맥각 또는 데메테르가 인간에게 선물해 줬다는 아편을 섞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자료4> 그리스에서 유행했던 또 다른 비밀 종교인 디오니소스 밀교에서도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포도주에 맥각을 넣은 후 광란의 음주 난교 축제를 벌인 것과 유사하다.

엘레우시스 밀교는 로마에서도 크게 성행하여 철학자 키케로, 로마의 마지막 비그리스도교 황제였던 율리아누스(재위 361~363)까지도 입교했다. 하지만 392년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그리스도교 외의 종교를 금지하면서 2천 년 역사의 엘레우시스 밀교는 디오니소스 밀교와 함께 로마에서 사라지게 된다.

지금까지 소개한 여러 종교들은 문명의 쇠퇴 또는 다른 종교의 박해 등으로 대부분 소멸하였지만 마약과 술, 향을 이용한 종교의식은 후대의 종교에서도 여전히 행해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포도주와 향을 사용하는 그리스도교도 마약에 흥미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과 증거들이 제기되고 있다.

<자료5> 아편을 첨가한 포도주를 마시는 예수
마태복음 27장에서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히기 직전 갈(gall)을 넣은 음료를 마시는데, 이는 아편을 혼합한 포도주였다고 한다. 당시 로마에서는 아편이나 대마초와 같은 마약이 크게 유행했다. (출처: 브루클린 박물관)

▣ 환상을 보는 종교

초기 그리스도교가 형성될 당시 로마에서는 아편이나 대마초(마리화나)와 같은 마약이 크게 유행했다. 당시 사회문화적 풍습에 따르면 초기 그리스도교에서 마리화나와 아편을 포도주에 섞어 사용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창세기 37장에도 등장하고 마태복음 2장에서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에게 선물한 머르(myrrh)도 아편이었고, 마태복음 27장에서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기 직전 마셨다는 갈(gall)을 넣은 음료도 아편을 혼합한 포도주였다.<자료5> 로마 제국에 있어 초기의 그리스도교는 국가에 복종하지 않고,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십자가형으로 처형된 정치범을 추종하며 다른 종교는 없애야 한다는 광기에 사로잡힌 미신적 종교였기 때문에 로마로부터 탄압을 받았었는데, 탄압을 피해 지하에 숨어 다니는 힘든 삶을 자초했던 그리스도교인들은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아편을 사용했다.

<자료6> 버섯이 등장하는 그리스도교 종교 작품
영국의 고고학자 알레그로는 신의 계시를 받기 위해 환각 식물을 섭취하는 관행이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까지 지속되었고, 예수는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환각 식물의 영향을 받은 신화적 창조물, 또는 환각 버섯의 의인화된 존재라고 주장했다. (출처: https://egodeaththeory.wordpress.com/2020/12/13/images-of-mushrooms-in-christian-art/, 위키피디아)

영국의 고고학자 J.M.알레그로는 자신의 저서『신성한 버섯과 십자가』에서 그리스도교를 비롯한 다른 많은 종교의 뿌리가 다산 숭배에 있으며, 신의 계시를 받기 위해 환각 식물을 섭취하는 관행이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까지 지속되었다고 얘기한다. 알레그로는 예수가 역사적 인물이 아니고 광대 버섯과 같은 향정신성 식물의 영향을 받은 그리스도교인들의 신화적 창조물, 예수가 환각 버섯의 의인화된 존재라고 했다. 그의 주장처럼 초기 그리스도교 작품에서는 버섯이 들어가는 작품들이 많으며,<자료6> 성경에는 환상을 봤다는 내용들이 자주 등장한다.

꿈은 잠이 든 무의식 속에서 주어지지만 환상은 의식이 있을 때 주어진다고 한다. 환각도 이와 같다. 눈을 뜬 채로 꿈을 꾸듯, 현실에서 비현실적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성경에는 신이 환상으로 계시를 내리거나 사도들이 천사를 봤다거나 죽은 예수를 봤다거나 예수가 구름을 타고 올라갔다는 등 환상을 목격하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예수가 죽은 후 예수의 제자들인 사도들의 행적과 초대 교회의 발달 과정을 기록했다는 사도행전에서도 예수나 신이 환상으로 자신의 뜻을 알리는 일이 자주 나온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구절들이다.

그러나 스데반은 성령으로 충만하여 하늘을 우러러보고서 하나님의 영광과 예수님이 하나님의 오른편에 서신 것을 보고 이렇게 외쳤다. “보라! 하늘이 열리고 예수님이 하나님의 오른편에 서 계신다!” / 사도행전 7장 55~56절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그에게 비쳐 왔다. 그 순간 그는 땅에 쓰러졌는데 그때 “사울아, 사울아, 네가 왜 나를 괴롭히느냐?”라는 음성이 들려왔다. 사울이 “당신은 누구십니까?”하고 묻자 “나는 네가 핍박하는 예수이다.” / 사도행전 9장 3~7절

그때 다마스커스에 아나니아라는 제자가 있었다. 주님께서 환상 가운데 그에게 나타나 “아나니아야” 하고 부르셨다. 그가 “예, 주님” 하고 대답하자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서 ‘곧은 거리’에 있는 유다의 집에 가서 다소 사람 사울을 찾아라.” / 사도행전 9장 10~11절

가아사랴에 고넬료라는 사람이 있었다. (…) 어느 날 오후 3시쯤 되어 그는 환상 가운데 하나님의 천사가 나타난 것을 똑똑히 보았다. / 사도행전 10장 1~3절

베드로는 기도하러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는 몹시 배가 고파 무엇을 좀 먹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에 황홀경에 빠져들어 갔다. 그는 하늘이 열리고 큰 보자기같은 것이 네 귀가 매여져 땅에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 사도행전 10장 9~11절

주님께서 어느 날 밤 환상 중에 바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말하라” / 사도행전 18장 9절

심지어 요한계시록은 유배지의 동굴 속에서 고통스럽게 지내던 요한이 환상으로 계시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내용으로, 그가 보았다는 환상의 내용이 주 골자를 이룬다. 성경의 이러한 잦은 환상의 계시는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의 환각 물질 섭취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그리스도교가 로마의 국교로 공인되면서 마약과 알코올에 대한 태도가 돌변한다. 로마에는 그리스도교 외의 다른 종교들이 이미 자리잡고 있었고 기득권이 된 그리스도교는 다른 경쟁 종교들을 이단이라 칭하며 철퇴를 가했다. 이때 이단을 가르는 기준 중 하나가 마약과 술이었다. 대부분의 종교에서 종교 의식에 마약과 술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마약을 사용한 종교적 엑스터시, 황홀경을 모두 불법화하고 참여자는 최대 사형에 처했는데 이는 마녀사냥의 시초라 할 수 있었다.

그리스도교 이외의 종교가 대부분 사라지고 나서도 술과 마약은 근절되지 않았다. 중세시대에 들어서는 다시 마약이 크게 유행하기 시작하는데, 때는 십자군 전쟁 때였다. 십자군 전쟁은 흑사병 뿐만 아니라 마약도 유럽에 유행시켰다. 전쟁을 거치며 중동에서 유럽으로 대마초, 아편 등의 마약이 유입된 것이다. 또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두려움과 고통을 잊기 위해 병사들은 전투 전 술과 마약을 했다고 한다. 이슬람은 전쟁에 투입될 암살 집단을 모집할 때 대마초를 활용하였다. 모집할 사람에게 대마초, 음식, 여자, 과일등을 대접하여 천국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 마약에서 깨어난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희가 알라에게 목숨을 바치면, 알라는 너희에게 이런 천국을 주신다.” 그러면 그들은 죽음을 불사하는 암살자가 되었다고 한다.

<자료7> 1858년, 톈진 조약을 체결하는 모습
1858년, 제 2차 아편 전쟁 후, 중국은 유럽국과 톈진 조약이라는 불평등 조약을 맺는다. 톈진 조약은 아편 무역과 그리스도교 포교를 동시에 합법화하는 조약이었고, 때문에 많은 중국인들은 서양의 그리스도교를 아편과 동일시했으며, 모르핀은 ‘예수 그리스도의 아편’이라 불렀다. (출처: 아마존)

19세기 중반, 마약 유통과 관련하여 벌어진 전쟁이 있다. 청나라와 대영 제국 사이에서 일어난 ‘아편 전쟁’이다. 영국은 중국에 아편을 수출해 무역적자를 해소하려 했지만, 마약의 폐해를 알게 된 중국은 이를 단속하게 되었고, 영국이 이에 반발하며 전쟁을 일으켰다. 두 차례의 전쟁 모두 영국의 승리로 끝났다. 1858년, 2차 아편 전쟁 후에는 유럽국과 중국 사이에 톈진 조약이 체결되었다.<자료7> 톈진 조약은 전쟁 비용 부담, 항구 개방, 무역의 자유 보장, 그리스도교 포교의 자유와 선교사 보호를 요구하는 조약으로, 아편 무역과 그리스도교 포교를 동시에 합법화하는 조약이었다. 때문에 많은 중국인들은 서양의 그리스도교를 아편과 동일시했으며, 모르핀(아편의 마약 성분)은 ‘예수 그리스도의 아편(耶稣鸦片)’이라 불렀다.

하지만 톈진 조약은 2년간 지켜지지 않았고 1860년, 중국은 영국, 프랑스, 러시아와 다시 베이징 조약을 체결하게 된다. 베이징 조약 때는 거부했던 톈진 조약을 이행해야 했고, 배상금을 지불하고, 외교사절의 베이징 주재를 허용하고, 프랑스에 대해 몰수한 가톨릭 재산 반환을 인정해야 했다. 프랑스는 베이징 조약으로 청국 영토 내에서 프랑스인의 우월함을 인정받고 가톨릭 전파 등 포교 활동의 자유를 인정받게 되었다.

<자료8> 코카를 첨가한 포도주, 뱅 마리아니 광고
19세기 말, 당시 교황인 레오 13세를 전면에 내세워 뱅 마리아니를 광고하고 있다. 뱅 마리아니의 개발자는 추천사를 얻기 위해 교황에게 뱅 마리아니를 보냈는데, 특별 추천사는 물론 금메달도 받게 되었다. (출처: 뉴욕타임즈 아카이브, 위키피디아)

동양으로 아편을 수출할 때, 19세기 유럽에서는 안젤로 마리아니가 만든 ‘뱅 마리아니’라는 상품명의 포도주가 높은 인기를 누렸다. 뱅 마리아니는 코카를 첨가한 포도주였다. 안젤로 마리아니는 개발 후 추천사를 얻기 위해 유명인사들에게 견본을 보냈는데, 그중에는 교황 레오 13세도 있었다. 1898년 1월 마리아니는 교황으로부터 금메달을 받았으며 특별 추천사도 얻어낼 수 있었다.<자료8> 마리아니는 1903년 즉위한 피우스 10세에게도 즉위하자마자 코카가 들어간 포도주를 선물했는데, 피우스 10세는 기뻐하며 교황청을 통해 이렇게 회답했다고 한다. “교황 성하께서 마리아니 선생이 보낸 코카 포도주를 받으셨습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선생이 보낸 헌신적인 경의에 진정으로 기뻐하셨으며, 선생에게 성하께서 누리신 기쁨을 알리는 동시에 감사의 마음도 전하라 하셨습니다. 선생의 그처럼 고결한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자료9> 강간 마약 GHB를 수입한 이탈리아 가톨릭 신부
2021년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스파그네시 신부는 교회 기금과 교구민들의 헌금을 훔쳐 자신의 집에서 동성애 섹스 파티를 벌이고, 강간 마약인 GHB 1L를 수입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출처: 데일리메일)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마약 복용은 불법이다. 2017년, 프란치스코 교황 주요 보좌진의 비서가 마약 복용 혐의로 체포됐다. 바티칸 신앙교리성 소유 아파트에서 마약에 취한 채 동성애 난교 파티를 지속적으로 벌여오다 적발됐기 때문이다. 경찰이 도착했을 당시 현장에선 마약이 다수 발견됐고, 남성들은 성행위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2021년에는 이탈리아의 로마 가톨릭 신부가 교회 기금과 교구민들의 헌금을 훔쳐 자신의 집에서 동성애 섹스 파티를 벌인 혐의로 체포되었는데, 그는 강간 마약 약물인 GHB 1L를 수입하기까지 했다고 한다.<자료9>

▣ 마약은 정말 종교 현상을 유발할까?

환각성 식물 연구로 평생을 보낸 미국의 민족식물학자 리처드 에번스 슐츠는 대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추론했다.
“최초의 인류는 각종 식물의 잎과 열매를 씹거나 먹어 보는 사이 대마의 잎과 열매, 꽃봉오리도 먹어 보게 된다. 대마 잎을 먹어본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는 행복감, 도취감, 환각을 체험하면서 다른 식물의 잎이나 열매를 먹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통해 점차 다른 세계, 종교적인 인식, 신이라는 관념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결국 이 식물을 신이 내려준 특별한 선물로 인식하고 영적인 세계와 교류하는 신성한 매개체로 여겼던 경험이 오늘날의 문화나 종교 속에도 남아 있게 되었다.”

그의 추론이 사실일까? 1962년, 미국 보스톤 신학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명 ‘성 금요일 실험’이 진행되었다. 실험에 참여한 학생들은 모두 신앙적으로 방황하던 상태였다. 당시 학생들은 성직자라는 직업을 가지는 것이 옳은지 자기 회의와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이들은 환각제가 영적 계시를 더 뚜렷하게 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이상적인 피실험자들이었다.

성 금요일은 부활절 직전의 금요일로, 예수가 십자가에서 당했다는 고난과 죽음을 기념하는 날이다. 1962년의 성 금요일, 스무 명의 학생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축하하고 영적 체험을 하기 위해 채플 예배당에 모였다. 학생들에게는 모두에게 환각 버섯의 마약 성분인 실로시빈을 30mg씩 주겠다고 하고, 사실은 절반의 학생에게만 실로시빈을, 나머지 절반은 환각 효과가 없는 대조약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는 시간이 지난 후 어떤 영적 체험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처음 세웠던 가설대로 ‘마약이 진정한 영적 경험을 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진짜 환각 버섯 물질을 복용한 실험군은 거의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강력한 종교적 경험을 했다고 털어놓은 반면, 가짜 약을 복용한 대조군의 학생들은 그것이 진짜 마약이라 믿었음에도 겨우 몇 명 정도만 그런 경험을 했다고 답한다. 실로시빈을 복용한 대다수는 환각 체험을 매우 값진 경험으로 여겼고, 6개월 후 다시 같은 질문을 했을 때도 같은 대답을 했다. 이에 연구자 월트 펜크씨는 더 큰 규모의 후속 연구를 계획했지만 그의 사고사로 인해 실험은 이 규모에서 중단되었다.

하지만 25년 후인 1987년, 릭 도블린이란 학자는 성 금요일 환각 체험의 힘이 25년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한지 알기 원했고, 원래 참여자 대부분과 다시 접촉하는데 성공했다. 25년이 지난 후에도 피실험자들은 만장일치로 성 금요일의 환각 경험을 진정으로 신비하게 여겼고 자신들의 영적 삶에 있어 가장 좋은 부분 중 하나였다고 기술했다. 놀라운 것은 버섯 환각제 복용자 여덟 명 중 다섯 명이 성직자의 삶을 살고 있었고, 그들은 여전히 그 당시 약물이 불러일으킨 신비한 경험이 자신의 영적 삶에서 가장 사실적인 순간 중 하나라고 여겼다고 한다.

이 실험은 환각 버섯과 같은 환각제가 종교적 숭배를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이 증명은 다시 새로운 질문을 낳게 한다. “마약을 해야 나타나는 이 신들은 인류를 어떤 길로 이끌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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