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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눈물로 기도한 후 마음은 꽃송이처럼 피어나

최영희 권사(1) / 덕소신앙촌
발행일 발행호수 2248

올해로 일흔둘인 저는 1937년 경기도 포천에서 태어났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저희 가족은 서울 성북동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1950년 육이오전쟁이 일어나면서 인천 부평동으로 내려와 피난 생활을 했습니다. 당시 집과 가까운 교회에서는 ‘성경 구락부(대한청소년성경구락부, Korea Bible Club Movement)’를 운영하며 청소년들에게 교과과정을 가르쳐 주었는데, 가정 형편상 학교에 다니기 어려웠던 저는 그 교회에서 학과 수업을 받으면서 일요일마다 주일예배에도 참석했습니다.
전쟁이 끝나 서울 성북동으로 돌아온 후부터 동네에 있는 해성 장로교회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저는 예배 시간이면 성경 구절을 설명하는 것을 주의 깊게 들었는데, 성경상에 기록된 여러 가지 기적에 대해 들으면서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며 의심이 되기도 하였고 ‘그런 기적을 내 눈으로 직접 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1955년 3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친구들과 배구를 하며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던 저는 가게 앞에서 아주머니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곁을 지날 때 들리는 이야기가, 지금 박태선 장로님이라는 분이 남산에서 부흥집회를 하시는데 거기서 꼽추가 등이 펴지고 벙어리가 말을 하는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그 말에 솔깃해진 저는 자리에 멈춰 서서 이야기를 계속 들어 보니, 다른 아주머니들도 거기서 신기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며 떠들썩하게 이야기했습니다. ‘나도 거기에 한번 가 봐야겠다.’ 하고 결심한 저는 잠시도 지체할 수가 없어서 그길로 버스를 타고 집회가 열린다는 남산 광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까마득하게 천막이 펼쳐진 집회장에 도착해 보니 수많은 군중들이 우렁차게 찬송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 틈에 간신히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단상에 서서 찬송을 하시는 분이 바로 박태선 장로님이라고 했습니다. 그때 한 가지 찬송을 수십 번씩 반복해 부르며 가사 내용이 마음속 깊이 와 닿는 느낌이 들었고, 특히 “내 주여 뜻대로 행하시옵소서~” 하는 찬송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참 예배를 드리던 어느 순간, 박 장로님께서는 우렁찬 음성으로 “병 나은 자는 다 일어나라!” 하고 외치셨습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일어나더니 “앉은뱅이가 일어섰습니다!” “아픈 팔이 나았습니다!” 하며 앞 다투어 소리치는 것이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펄쩍펄쩍 뛰며 좋아하는 사람, 손뼉을 치면서 기뻐하는 사람,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로 집회장의 열기는 더할 수 없이 뜨거웠습니다.

당시 집회장은 바닥에 가마니를 깔고 수십 개의 천막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수만 명에 이르는 군중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빽빽하게 들어차서 그야말로 콩나물시루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집회에 참석한 지 이틀째 되던 날, 제 옆의 왼쪽으로 세 번째 자리에 앉아 계시던 아저씨가 쉬는 시간에 집회장 밖으로 잠깐 나갔다가 오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발 하나 넣을 자리도 없는 비좁은 집회장에서 앉은 채로 엉덩이를 밀면서 가셨기에, 그분이 지나갈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비켜 주어야 했습니다. 저는 ‘저분은 왜 불편하게 앉아서 가는 것일까?’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아, 저분이 앉은뱅이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은 잠시 후 다시 제자리에 오실 때도 엉덩이를 밀면서 힘겹게 들어오셨습니다.

이튿날 새벽예배가 시작되자 눈부시게 새하얀 와이셔츠 차림의 박 장로님께서 단상으로 올라오셨습니다. 한참 찬송을 부른 후 박 장로님께서는 군중들에게 안수를 해 주셨는데, 그 좁은 사람들 사이를 마치 훌훌 날아가시는 것처럼 재빠르게 다니시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머리 위에 안수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단상으로 올라가셔서 우레와 같은 목소리로 “병자들은 다 일어나라!” 하고 외치시자,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 뛰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때 제 왼쪽에 있던 그 앉은뱅이 아저씨도 벌떡 일어나더니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일어서지 못해 앉은 채로 엉덩이를 밀면서 지나가던 분이 그때 두 다리를 곧게 펴고 뛰는 것을 보면서 놀라움을 다 표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채 펄쩍펄쩍 뛰던 그분은 얼마 후 자리에 앉으시더니 흐느껴 울면서 기도를 드렸습니다.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는 순간 제 마음속에는 커다란 감동이 차오르며 ‘아! 여기에 하나님이 계신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예배 시간에 한창 찬송을 부를 때, 갑자기 가슴과 등이 몹시 뜨거워지는데 도저히 견디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마치 커다란 불덩어리가 속으로 들어와 활활 타오르는 느낌이 들더니 그때부터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집에 다녀오기 위해 집회장에서 나온 후에도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려서, 창피한 생각에 울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르는 그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길거리에서는 겨우 겨우 참았던 눈물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와서 저는 방 안에 엎드린 채로 뜨거운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때 ‘하나님, 저희 가족들도 이 귀한 은혜를 알게 해 주세요.’ 하는 기도가 쉼 없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눈물을 흘린 후 제 마음은 꽃송이가 활짝 피어난 것처럼 환하게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고, 부모님과 언니들에게 남산 집회에 참석하시기를 권유하여 다 같이 집회장에 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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