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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의 한 사람’과 ‘이슬 성신’, ‘감람나무’에 대한 말씀 들어

정순실 권사(2) / 안양교회
발행일 발행호수 2231

박 장로님께서 찬송 인도와 설교를 마치신 후 저녁예배는 끝이 났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그대로 남아서 열심히 찬송을 불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정전이 되어 전등이 전부 꺼져 버리자 집회장이 온통 깜깜해지고 말았는데, 그때 저는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둥그런 불덩어리가 천막 안의 공중에 나타나더니 무척 빠른 속도로 사람들 머리 위를 휙휙 하며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환하게 빛나는 그 불은 마치 피난 중에 밤하늘에서 봤던 조명탄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서 “어머! 저거 봐! 불이 날아다녀!” 하며 옆에 있는 화옥이와 순복이에게 이야기했지만, 친구들은 “무슨 불이 날아다니니? 이렇게 깜깜한데.”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주위에 계신 몇몇 분이 “정말! 불덩어리가 날아다니네!” 하자 “저게 바로 성신의 불이에요.”라고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윽고 전기가 들어와 불덩어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으며, 저는 말로만 듣던 ‘성신의 불’을 직접 보았다는 것이 무척이나 신기했습니다. 그 후로 일주일 동안 계속된 집회에 저는 매일 참석했습니다.

박 장로님께서는 예배를 인도하시는 중간에 종종 우레와 같이 큰 목소리로 “병자들은 일어나 뛰어라!” 하고 외치셨습니다. 그러면 집회장 여기저기에서 수많은 병자들이 일어나 무슨 병이 나았다고 소리쳤고, 어떤 사람들은 단상에 올라가 자신의 병이 나은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집회 중 하루는 20대 초반의 벙어리 처녀가 말문이 트였다면서 단상으로 올라간 적이 있었습니다. 머리를 한 갈래로 땋아 내린 그 처녀에게 박 장로님께서 마이크를 대 주시며 “엄마”를 해 보라고 하시자, 어눌한 발음으로 “어, 엄- 마-” 하며 따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수만 명의 군중들은 집회장이 떠나갈 듯이 손뼉을 치며 감격스러워했습니다. 그 처녀뿐 아니라 소경이 눈을 뜨고 앉은뱅이가 일어서며 꼽추의 등이 펴지는 등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눈앞에서 일어날 때, 집회장에 넘치는 환호와 기쁨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병마의 고통에서 놓여난 사람들이 눈물 흘리며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것을 보면서 덩달아 눈시울이 뜨거워져 눈물을 닦곤 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간의 집회 기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다 지나갔습니다.

영등포 집회가 끝나고 몇 개월이 지난 1955년 12월이었습니다. 하루는 어머님이 원효로 박태선 장로님 댁에 예배실이 마련되었다고 하셔서, 저도 12월 26일에 처음으로 가 보게 되었습니다. 박 장로님 댁 뒷마당에 지어진 기다란 예배실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배를 드리던 중에 하나님께서 “지금 앞자리에 앉은 분들은 뒤를 돌아보십시오.”라고 하셔서 얼른 뒤를 돌아봤더니, 예배실에 안개같이 뽀얀 것이 자욱히 내려서 뒤에 앉은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도 보이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어머! 어떻게 건물 안에 안개가 생기지?’ 하며 의아했는데, 그때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지금 여기에 이슬 같은 은혜가 내리고 있습니다.”라고 하셔서 그 뽀얀 것이 바로 이슬같이 내리는 은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배 시간에 기도를 드릴 때였습니다. 갑자기 온몸이 후끈하더니 커다란 불덩어리가 제 속에 들어온 것처럼 몹시 뜨거워져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순간 박 장로님 집회에서 불 같은 성신을 받았다고 했던 목사의 이야기가 떠오르며 ‘아! 이것이 불 같은 성신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뜨거운 느낌이 계속되다가 차차 사라지자 이번에는 얼음 가루를 머리 위에 살살 뿌려 주는 것처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시원해졌습니다. 하늘로 날아갈 듯이 가볍고 상쾌한 그 느낌을 무어라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하나님께서는 설교 시간마다 성경 구절을 자주 인용하셨기에 저는 항상 성경을 들고 다니며 인용하시는 구절마다 빨간 줄을 그어 두었습니다. 호세아서와 이사야서 등 성경 구절을 하나하나 풀어 주시며 동방의 한 사람과 이슬 같은 은혜, 그리고 감람나무에 대해 설명하시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원효로제단에 점점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다리를 펼 틈도 없이 비좁게 앉아 예배를 드렸지만 조금도 불편한 줄을 몰랐고, 모두들 예배에만 온 마음을 기울이는 분위기였습니다.

저희 가족은 원효로제단에 나가면서부터 이전에 다녔던 신광 장로교회에는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신광교회에 같이 다녔던 분들이 원효로제단에 많이 나오셨는데, 저희 가족보다 나중에 제단에 나온 분들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신광교회 노 목사가 언제는 박 장로님 집회에서 은혜를 받았다며 그렇게 집회에 가라고 하더니, 이제는 총회에서 박 장로님을 이단이라고 했다면서 절대 가지 말라고 한다.” 하며 그런 목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신광교회에서 열심 교인으로 꼽히던 분들은 대부분 원효로제단으로 몰려와서 그 교회가 거의 텅 비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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