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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레오 14세 “성학대는 인간적 문제” 발언 파장

발행일 발행호수 2669

기내 회견서 ‘시스템적 성격’ 부정
2차 바티칸 공의회 문서서 ‘은폐’ 정황
학계·피해자 “개인 아닌 구조적 범죄”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어 귀국 기내 기자회견에 나선 교황 레오 14세가 가톨릭교회 내 성학대의 시스템적 성격을 인정하는 발언에 선을 그으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교황 레오 14세는 최근 프랑스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내 기자회견에서 가톨릭교회 내 학대의 시스템적 성격을 인정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다른 표현을 선호한다”며, 루르드에서 피해자들과 나눈 대화는 교회의 ‘특정 조직들’을 가리킨 것이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황은 “성적 학대는 무엇보다 인간적인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교황의 발언은 지난 9월 29일 독일 뷔르츠부르크에서 열린 학술대회 참가자들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겼다. 학술대회 현장의 피해자들과 연구자들은 교황의 발언을 두고 성학대와 은폐의 규모를 엄폐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프랑스 교회사학자 아녜스 드마지에르 교수가 2024년 출간한 저서 『법도 신앙도 없이(Sans Loi ni Foi)』의 최신 연구 결과가 공유되며 충격을 더했다. 드마지에르 교수는 버클리 대학교 연구 과정 중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 문서에서 미성년자 대상 성학대 처벌 강화를 제안한 기록을 발견했으며, 바티칸 문서고 추가 조사를 통해 교회 당국이 늦어도 1960년대부터 사제들의 성범죄 규모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범죄 피해는 아동뿐만 아니라 수도녀, 과부, 가사도우미, 교리교사, 고해성사 참여 여성 등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이러한 범죄는 고해성사 등 성사 맥락에서 자주 일어났으나, 고발 내용은 철저한 비밀에 부쳐졌다. 20세기 전반 교황청 신앙교리성(당시 성록청)에는 고발이 폭주해 처리 정체 현상까지 벌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1962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준비 과정에서는 가해 사제를 자동 문책하는 강력한 처벌안이 논의되었으나, 성범죄 실태가 외부에 공개되어 언론 스캔들로 번질 것을 우려한 당국의 결정에 의해 무산되었다. 이로 인해 공의회는 성학대 문제를 형사 처벌 영역으로 미루고 공식 안건에서 배제했다.

뷔르츠부르크 대학의 신학자 힐데군트 카울 교수는 “은폐는 피해를 키울 뿐이며 진실을 직시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며, 가톨릭교회 내 성학대와 은폐는 단지 일부 조직이나 인간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톨릭 교회의 핵심에서 일어난 구조적·시스템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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