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나이트클럽 화재와 기독교인들의 집단적 실패
-2025년 12월 11일자 홍콩 UCA뉴스 기고문 (라부아지에 페르난데스)사회가 위법 행위를 눈감아 줄 때,
그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범죄의 공범이 된다
인도의 관광 명소인 고아주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25명이 사망하고, 내부가 불에 탔다. (사진: AFP)
인도 서부의 해변 관광지로 유명한 고아에서 12월 6일 발생한 나이트클럽 화재로 25명이 숨지고 50명이 부상당했다. 하지만 이 참사는 일주일 만에 주요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머지않아 사회의 기억에서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고는 인도에서 반복돼 온 유사 사고 가운데 가장 최근 발생했다. 행정적 태만과 조직적인 부패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도덕적 원칙이 선택적으로 적용될 때 사회 전반에 만연하는 위선이다.
고아는 긴밀한 공동체 의식과 강한 신앙 정체성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인구 110만 명 중 25%가 기독교인(대부분 가톨릭 신자)이고, 63%는 힌두교도, 12%는 무슬림이다. 그러나 가톨릭 공동체 내에서 교회의 도덕적 가르침과 신자들의 일상적 선택 사이의 간극이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가톨릭 교회는 정치 참여를 모든 신자에게 도덕적 의무라고 가르친다. 그 참여는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의와 진실,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한 책임 있는 행위여야 한다. 그러나 고아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가톨릭 신자 상당수는 관광 산업에 종사한다. 게스트하우스, 간이 숙소, 택시, 식당, 임대업, 행사 기획, 유흥업소, 홈스테이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관광은 지역 경제를 지탱해 온 축복이지만, 그 이면에는 불법적이고 비공식적인 활동이 만연하는 무대가 되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고의로 허가 없이 사업장을 운영하고, 화재 안전 규정을 무시하고, 소득을 축소 신고하여 세금을 회피하고, 해안이나 환경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불법적으로 건물을 짓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여 허가를 받고, 노동 착취 및 노동자 권리 규정을 무시한다. 이러한 일상의 불법이 쌓여 결국 나이트클럽 화재와 같은 비극으로 이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업소는 안전 규정을 위반한 채 허가 없이 영업했으며, 화염 쇼와 같은 행사를 개최하기에 부적합하다는 통보를 받고도 이를 무시했다.
많은 가톨릭 신자를 포함한 고아 주민들은 공개적으로는 부패를 강력히 비난하지만, 사적으로는 은밀히 부패에 의존해 왔다.
친구, 친척 또는 지역 사회 구성원에게 이익이 된다는 이유로 잘못을 눈감아 줄 때, 그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범죄의 공범이 된다. 종교적 정체성은 의무라기보다는 방어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행해진 불의는 비난하면서도 자신이 저지른 불의는 외면하고, 타인에게는 책임을 요구하면서도 스스로는 책임을 회피할 때 그 모순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처럼 선택적인 도덕관이 뿌리내리면 신앙은 약해진다. 사회에서 교회의 목소리가 신빙성을 갖는 것은 가톨릭 신자들이 얼마나 큰 소리로 타인을 비판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얼마나 정직하게 책임을 지느냐에 달려 있다.
고아에는 좋은 사람들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도덕적 용기가 부족한 것이다.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말할 용기, 모두가 받아들이더라도 부당한 호의를 거절할 용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바로 우리 옆 교회 좌석에 앉아 있을지라도, 그 잘못에 맞서 싸울 용기다.
비극을 예방하려면 사회 개혁은 연설이 아니라 양심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변화는 타인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성찰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며, 정치적 부패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의 부패에 맞서 싸우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정의로 가는 길은 말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행동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