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성학대 생존자들의 용기 있는 고발, 다큐로 초연
피해자와 감독의 집요한 추적
다큐멘터리로 진실 드러나
코스타리카의 전직 가톨릭 신부 마우리시오 비케스 리사노가 미성년자 성학대 혐의로 징역 20년형을 확정받았다. 2023년 4월, 코스타리카 최고 형사 법원인 제3재판소는 그의 상고를 기각하며 2022년 3월에 선고된 유죄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최소 9명의 미성년자에게 성적 학대를 가한 혐의로 고발된 이 사건은 대부분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이 판결에 도달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두려움과 침묵, 비난과 위협 속에서도 이들은 끝내 목소리를 냈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제단소년, 신부, 정원사(El Monaguillo, el Cura y el Jardinero)’는 피해자의 용기와 고발, 그리고 진실을 좇는 여정을 생생히 담아냈다. 감독 후안 마누엘 페르난데스는 이 작품으로 6월 19일, 코스타리카 국제 영화제에서 공식 초연 무대를 가졌다.
영화의 중심인물은 성학대 피해자이자 고발자인 앤서니 베네가스 아바르카다. 그는 14세부터 17세까지 자신이 제단소년으로 봉사하던 파타라 데 데삼파라도스 교회에서 비케스 신부에게 성적으로 학대당했다. 그의 어머니는 같은 교회에서 요리사로 일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제가 한때 성적 학대 피해자였고, 생존자가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했는지 상기시켜주었습니다.”
앤서니는 다큐멘터리에서 이렇게 말하며, 자신이 홀로 싸우고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제가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종종 저를 판단하고, 심지어 광신주의라고 손가락질하는 사회를 뒤흔드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저는 제 행동을 통해 진실의 힘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2018년, 태국에서 코스타리카 뉴스를 접한 페르난데스 감독은 앤서니의 용기 있는 고발을 알게 되었고, 곧바로 다큐멘터리 제작을 시작했다.
당시 비케스 신부는 혐의가 알려지자, 코스타리카를 떠나 약 1년 7개월 동안 멕시코에서 도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감독과 앤서니는 직접 멕시코로 건너가 그의 행적을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인터폴과의 국제 공조가 시작되었고, 체포 순간은 다큐멘터리에 생생히 담겼다.
페르난데스는 “이 영화는 의혹이 아닌 사실을 다룹니다. 그들의 가해자는 지금 감옥에 있습니다. 진실을 기록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코스타리카에서 성직자의 성학대에 대해 유죄가 확정된 첫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되며, 아동 성학대 사건의 공소시효에 대한 사회적 재검토를 촉발했다.
페르난데스 감독은 이렇게 덧붙였다.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사람들은 보수적인 가톨릭 국가인 코스타리카 안에서 어떤 관행이 묵인됐는지 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이런 관행이 다시는 허용되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