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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 고해성사’ 하라더니… 청소년에 음란사진 받아내 유포

발행일 발행호수 2646

10대 청소년 A 양은 지난 9월 SNS를 통해 “성범죄 사실을 고백하면 대신 용서해준다”는 이른바 ‘고해성사’ 계정 운영자와 접촉했다. 그는 고해성사에 필요하다며 자신의 신체 특정 부위 사진을 보내달라는 계정 운영자에게 사진을 보냈다가 무단 업로드되는 성범죄 피해를 봤다. 놀란 A 양은 사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운영자는 “신체 사진을 추가로 보내주면 기존 사진을 내려주겠다”며 협박했다. A 양은 뒤늦게 사이버 성범죄 피해를 신고했지만 자신의 신체 사진이 무차별 유포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계속 시달리고 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성적 일탈 경험을 고백하고 용서받으라는 ‘고해성사 계정’이 크게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피해자 지원 강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청소년 대상 신종 온라인 성 착취 범죄 유형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12일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진흥원은 현재까지 아동·청소년 성 착취 의심 계정인 고해성사 계정 118건을 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에 신고하고, 이 가운데 6건은 수사 의뢰했다.

고해성사 계정은 지난 8~9월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X(옛 트위터),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계정 운영자들은 가장 음란한 신체사진을 보낸 이에게 문화상품권이나 기프티콘을 주겠다며 서로 경쟁을 부추기는 식으로 청소년들을 유인한 뒤 전송받은 사진을 SNS에 무단으로 올리거나 다른 SNS 계정을 통해 재유포했다.

고해성사 계정 운영자들은 여자는 물론 남자 청소년들까지 성 착취 대상으로 삼고 있다. 성 고민에 대한 상담 창구를 찾기 어려운 남자 청소년들의 심리를 악용해 상담해준다며 성기 등을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내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신체사진 유출 등의 피해를 본 청소년들은 본인이 자발적으로 해당 사진을 보냈다는 죄책감 때문에 피해 신고를 꺼려해 고해성사 계정을 통한 사진 등 촬영물 유포를 조기 차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명화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상임대표는 고해성사 계정에 대해 “2차 성징 과정에서 성적인 불안감이 큰 청소년 심리를 악용한 신종 범죄”라며 “최근 온라인 성범죄에서 남자 청소년들의 피·가해성이 혼재되는 상황이 많아지고 있는데 고해성사 계정의 등장이 이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청소년 성범죄 모니터링기관들은 고해성사 계정에 올라온 신체사진들이 딥페이크를 통해 운영자에 의해 성 착취물로 재가공돼 상업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효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청소년보호팀장은 “성상담을 미끼로 청소년들에게 신체사진을 올리도록 하고 이를 무단 유포하는 방식의 신종 그루밍(길들이기) 범죄”이며 “청소년 대상으로 신체사진을 보내 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아동·청소년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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