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l no one
폴란드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가 공분(公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톨릭의 아동 성학대를 고발한 이 영상은 ‘유튜브’에 공개된 지 며칠 만에 2,000만 회 이상 조회됐다. 다큐의 제목은 “Tell no one(원제 : Tylko Nie Mow,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이다. 이것은 가톨릭 신부가 10대 소년을 강간할 때 했던 말이다.
2005년 파웰 카니아(Pawel Kania) 신부는 아동 포르노를 소지해 체포됐으나 범죄 사실은 비밀에 부쳐진 채 다른 교구로 이동됐다. 거기서 카니아 신부는 열세 살 소년 마렉(Marek Mielewczyk)을 주말여행에 데려갔다. 마렉의 부모님은 신부님과 함께하는 좋은 기회라며 기뻐했다.
카니아 신부는 캐러벤에서 동침하며 마렉의 성기를 애무했다. 마렉은 충격에 빠졌으나 벗어날 수 없었다. 카니아 신부가 다시 일주일 여행을 제안하면서 거절하면 네 동생을 데려갈 거라고 협박했다. 마렉은 열한 살 동생을 지키기 위해 여행에 따라갔다. 카니아 신부는 구강성교를 포함한 강간을 일주일 동안 밤낮으로 했다. 그리고 명령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 고해성사에서도 말하면 안 돼.” 마렉은 심리적인 압박으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큐멘터리에는 마렉 같은 아이들이 다수 등장한다. 어린 피해자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다 자살하거나 정신이상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어떻게 가톨릭 신부들이 소년의 성기를 만진 손으로 거룩한 척 미사에서 성찬을 줄 수 있냐고 절규한다. 핵심은 ‘Tell no one’이었다. 피해자들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소아성애자와 강간범들은 계속해서 거룩한 성직자로 위장할 수 있었다.
가톨릭이 아이들에게 심리적인 재갈을 물렸다면 직접 혀에 대못을 박아 버린 사람도 있었다. 16세기 이탈리아의 과학자 조르다노 부르노였다.
그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며 우주에 수많은 행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기초적인 사실이지만 당시는 가톨릭의 천동설에 반대되는 ‘이단’이었다. 부르노는 뛰어난 대중 연설로 자신의 생각을 쉽게 설명해 사람들 사이에 급속도로 전파시켰다.
교황 클레멘스 8세는 부르노를 종교재판소에 끌고 와 7년 동안 감옥에 가둬 놓았다. 그리고 혀에 대못을 박아 다시는 연설을 못하게 했다. 결국 화형을 당한 브루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됐지만 과학적 사실을 말하는 사람은 계속 나타났다. 그중 가장 강력한 과학자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였다.
가톨릭이 갈릴레이를 두려워한 것은 그가 ‘지동설’을 주장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갈릴레이는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던 가톨릭의 핵심에 칼을 겨누었고 이 사실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성찬식에서 밀떡이 예수의 살로 변하고 포도주가 예수의 피로 변한다는 교리는 가톨릭의 근간이자 핵심이다. 그러나 갈릴레이는 원자론에 바탕을 두고 어떠한 경우에도 밀떡과 포도주가 예수의 살과 피가 될 수 없음을 과학적으로 논증했다. 1623년 발간한 <Il Saggiatore(시금사, 試金師)>라는 책에서였다.
그의 책을 조사한 교황청의 금서(禁書) 위원회는 경악했으나 이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당대에 이미 과학자로 명성을 날리던 갈릴레이가 이런 주장을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가톨릭으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을 잡히게 된다고 판단했다. 과학의 눈으로 보면 성찬식은 마술보다 못한 우스꽝스러운 의식(儀式)에 불과했고, 이것이야말로 가톨릭 입장에서는 “Tell no one”, 절대 말해선 안 되는 사실이었다.
교황청은 진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갈릴레이의 책을 이단이자 금서로 지정했다. 때문에 40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갈릴레이가 지동설 때문에 가톨릭의 핍박을 받은 것으로 오해하고 있고, 갈릴레이가 그토록 경멸했던 성찬식은 계속되고 있다. 어쨌든 가톨릭이 갈릴레이에게 비겁한 승리를 거둔 셈이었다.
인면수심의 흉악범은 사실을 말하지 못하게 막았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가 그 집단의 범죄를 말하는 “Tell everyone(모두에게 말하라)”의 시대가 되었다. 일례로 폴란드의 헨리크 안코브스키 신부는 사회적으로 존경받으며 동상까지 건립됐으나, 그의 성범죄 사실이 밝혀지자 시민들은 동상을 끌어 내린 후 팬티를 걸어놓고 조롱했다.
특히 “Tell no one” 다큐멘터리가 공개되자 가톨릭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가톨릭은 성범죄 신부를 정직시키겠다, 금전적인 보상을 하겠다며 허겁지겁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2,000년 범죄 집단이 가진 위장술과 사기 수법이 그리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누대의 흉악범이 다시 한 번 세상을 속일 수 있을지 자못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