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 명의 아이들을 성폭행·은폐한 펜실베니아 300여 명의 ‘포식자 신부’들
2018년 8월 14일자 뉴욕타임즈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지난 14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대배심은 70년이 넘도록 신부 300여 명이 1,000명이 넘는 아동들을 성추행했고 이를 묵인해 왔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폭행 사실을 신고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한편, 치안 당국이 이를 조사하지 못하도록 했다. 미국의 8개 가톨릭 교구 중 6개에서 1,000명이 넘는 피해자를 찾아낸 펜실베니아 대배심 보고서는 천주교 내 아동 성폭행 범죄에 대해 미 당국이 실시한 조사 중 가장 광범위한 보고서이다. 당국은 이 보고서에 기록되지 않았거나, 폭행 사실을 밝히기 두려워 포함되지 않은 피해자들이 수 천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보고서에 실린 폭행 내용 중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내용이 많다. 편도선을 제거한 여아를 병원에서 성폭행한 신부, 피해자를 묶은 후 가죽 끈으로 채찍질한 신부, 또 여아를 임신시키고 낙태를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파문당하지 않은 신부, 한 가정의 다섯 자매를 지속적으로 폭행한 신부 등의 내용은 그 중 일부일 뿐이다.
펜실베니아 보고서는 전 워싱턴 대주교였던 시어도어 매캐릭 추기경이 어린 신부들과 신학대학생, 미성년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혐의를 받고 사임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발표되었다.
“신부들이 어린 소년소녀들을 강간했지만 그들을 책임져야하는 신의 종복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몇십 년 동안 이를 숨겼다.” 대배심은 또한 기소된 몇몇 신부는 파문됐지만, 그들을 보호한 교회 당국자는 직위를 유지하거나 승진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츠버그의 데이빗 주빅 주교를 포함한 몇몇 주교는 교회 내에서 감추어진 학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했다. 주빅 주교는 기자회견에서 “누구도 범죄를 감추고 있지 않습니다. 이 말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0년간 이루어진 일에 대해 우리는 숨기고 있는 것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대배심은 교회 당국이 “진실 감추기 각본”을 따랐다고 말했다. 폭행을 묘사하는데 ‘강간’이라는 단어를 쓰는 대신 ‘부적절한 접촉’ 등의 단어를 써서 그 심각성을 최소화하는 것, 성폭행 사건 조사에 대한 훈련을 받지 않은 신부를 조사단에 포함시키는 것, 또 사람들에게 기소된 신부가 사라진 이유를 명백하게 밝히지 않는 것 등이 이 ‘각본’의 내용이다.
조쉬 샤피로 검찰총장은 기자회견에서 “교회 당국은 그 어떤 것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지켰다. 이는 피해자들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처사였다. 교회 고위 당국자들이 숨긴 범죄는 어떤 경우 바티칸에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고발을 하려고 두 주교를 5년 동안 찾아간 한 피해자는 “제 주장이 무시당하고 묵살되었습니다. 이런 식의 비밀 유지가 포식자들을 지켜준 겁니다”라고 대배심 앞에서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