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적외선으로 행성과 은하의 탄생 비밀 밝힌다
차세대 망원경 ‘프리마’…제임스 웹이 관측하기 어려운 원적외선 영역을 탐색
기존 우주 관측의 한계를 넓힌다, 2033년 발사 목표로 한국도 참여
우주에는 아직 인간이 밝혀내지 못한 수많은 비밀이 남아 있다. 별과 행성은 어떻게 태어날까? 은하는 어떻게 성장하고, 거대한 블랙홀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질까?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차세대 우주망원경 ‘프리마(PRIMA)’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프리마는 기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하기 어려웠던 원적외선을 포착하는 망원경이다. NASA는 2033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발사 후 5년간 우주를 관측할 계획이다.
◆ 빛을 모아 우주의 모습을 알아내는 망원경
망원경은 멀리 있는 천체에서 오는 빛을 모아 관측하는 장비다. 천체가 내보내거나 반사하는 빛에는 그 천체의 온도와 구성 물질, 움직임 등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다. 망원경은 이 빛을 모으고 분석해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우주의 모습까지 알아낸다.
빛은 파장에 따라 가시광선, 적외선, 자외선, X선 등으로 나뉜다.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적외선도 우주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적외선은 먼지에 가려진 별의 탄생 현장이나 차가운 가스와 먼지에서 나오는 빛을 관측하는 데 유용하다.
프리마는 적외선 가운데서도 파장이 긴 원적외선을 관측한다. 지름 1.8m의 망원경으로 우주에서 오는 희미한 원적외선을 모으고, 이를 분석해 천체를 둘러싼 물질과 그 움직임을 연구한다.
◆ 제임스 웹과 무엇이 다를까?
2021년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우주의 초기 은하부터 별과 행성의 탄생 과정까지 다양한 천체를 관측하며 우주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 왔다. 주로 근적외선과 중적외선 영역을 관측하도록 설계됐다.
프리마는 제임스 웹이 관측하기 어려운 더 긴 파장의 원적외선을 집중적으로 살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두 망원경은 서로 경쟁하는 관계라기보다 각기 다른 파장의 빛을 관측해 우주를 더 폭넓게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별과 행성이 만들어지는 곳에는 가스와 먼지가 많이 모여 있다. 이 먼지는 별빛을 가리기도 하지만, 차가운 먼지와 가스 자체에서 적외선이 나온다. 원적외선을 관측하면 별과 행성이 탄생하는 공간에 어떤 물질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제임스 웹이 관측하는 파장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물질의 양과 성분을 프리마가 밝혀내면, 두 망원경의 관측 자료를 함께 분석해 행성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더욱 자세히 연구할 수 있다.
◆ 행성과 은하의 탄생 비밀을 찾는다
프리마가 집중적으로 연구할 분야는 행성의 탄생, 은하의 성장, 블랙홀의 진화다.
행성은 별 주위에 모인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원반에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물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이 어디에 얼마나 분포하는지 알아내면 행성이 어떤 환경에서 형성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프리마는 원적외선으로 관측할 수 있는 특정한 빛의 신호를 분석해 원반 속 가스의 양과 탄소·산소의 함량을 측정할 예정이다.
은하의 성장 과정도 주요 연구 대상이다. 은하 중심에는 태양보다 수백만 배에서 수십억 배 무거운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하기도 한다. 프리마는 은하에서 빠져나오는 강력한 가스의 흐름을 관측해 이러한 현상이 은하의 별 형성과 블랙홀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다.
이처럼 프리마는 원적외선 관측을 통해 별과 행성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거대한 은하와 블랙홀의 진화까지 우주의 다양한 현상을 살펴볼 예정이다.
◆ 새로운 우주 탐사 시대를 여는 프리마
프리마는 NASA가 추진하는 새로운 유형의 우주망원경 임무인 ‘탐사선 탐사 임무(Probe Explorer)’의 첫 번째 사업이다. 제임스 웹과 같은 대형 우주망원경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일반적인 소형 탐사 임무보다는 큰 규모로 개발된다. 사업비는 발사 비용 등을 제외하고 최대 12억 달러로 책정됐다.
NASA는 프리마와 첨단 X선 영상 위성(AXIS) 등 두 가지 망원경 개념을 검토한 끝에 과학적 가치와 개발 가능성 등을 평가해 프리마를 최종 개발 대상으로 선정했다. 현재 예비 설계와 기술 개발 단계에 있으며, NASA 제트추진연구소가 사업을 관리한다.
한국천문연구원도 국제 협력 파트너로 프리마 개발과 연구에 참여한다. 이번 협력을 통해 국내 연구진은 우주망원경 관련 기술과 과학 연구 경험을 넓히고, 국제적인 우주 관측 임무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2033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프리마가 우주로 향하면, 인류는 기존 망원경으로는 자세히 살펴보기 어려웠던 우주의 모습을 새로운 눈으로 관측하게 된다. 원적외선에 담긴 정보를 통해 행성과 은하가 탄생한 과정을 얼마나 새롭게 밝혀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