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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촌 신화는 누구도 부인못 할 꿈의 결실”

[원로와의 대담]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정진홍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1991

종교학이란 ‘신의 존재 유무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신을 믿는 사람들은 이렇고 안 믿는 사람들은 이렇더라’ 고 설명하는 학문이라는 정진홍 교수를 서울대학교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1999년 6월 MBC가 천부교에 대한 방송을 할 때 게스트로 나왔던 정교수는 “당시 구호물자 나눠먹기 싸움에 바빴던 기성교회는 신앙촌을 비방할 입장이 아니다” 라고 직설적으로 쏴 붙여 모두를 놀라게 했던 한국 종교학계의 태두이다.

“바른 말을 하고 기성교회에서 ‘이단’ 편든다고 공격받지 않았습니까?” 하는 질문에 정교수는 “나는 학자적 양심에 따를 뿐이지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는 특히 6. 25이후의 불모지에서 건설한 천부교의 신앙촌 건설 신화에 대하여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당시는 한국의 모든 공동체가 파괴된 상황이었지요. 가족이란 공동체도, 이념공동체도, 종교공동체도 모두 갈라졌습니다. 하나도 깨지지 않은 것이 없었죠. 그때 기성교회는 구호물자 가지고 싸우고 있는 동안에 새로운 신앙 공동체운동으로 신앙촌이 건설되었다고 봅니다. 신앙촌이라는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했다는 건 굉장한 일이거든요. 요즘에 말하는 키부츠나 원시공동체를 그곳에서 꿈꾸셨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실로 순수한 꿈이 이상화 된 것으로 그 순수성과 창조성은 마땅히 재평가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당시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학생이던 정교수는 신앙촌운동이 안팎의 거센 저항에 휩싸이자 지적 호기심이 발동하여 여러번 신앙촌을 방문하고 그 순수성을 확인한 바 있었다고 했다.

생로병사에 관한 정확한 이론 있어야 참종교
신앙의 본질은 말에 있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야
신앙촌 운동이 모든 종교의 궁극적 대안 되기를

-참 된 종교는 어떠해야 한다고 봅니까.

“종교도 종교사를 쓸 수 있을 만큼 새로 생겨나고 소멸하는 것이 마치 왕조사와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왜 종교가 없어지는가?’ 하고 연구해 봤습니다. 결론은, 종교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균형있게 제시해 줘야 하는데, 첫째는 근본적인 문제들로써 생로병사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사람은 어떻게 창조되었으며, 왜 괴로움 속에 살다가 어디로 가느냐’ 하는데 대한 명확한 이론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당대의 현실적인 문제들로 예를 들면 인간복제의 문제, 장기이식이나 공해의 문제, 낙태, 뇌사 문제 등으로 이전에는 없던 문제지만 그에 대해서도 답변을 해줘야 합니다.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하여 균형 있는 해답을 제시할 때야 세계적인 종교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참된 종교라면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확실한 해답을 제시하여 세인의 신뢰를 받아야 하며 그것은 말에 있지 않고 행동과 결과로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기독교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천부교를 종교 현상학적으로 설명한다면?

“새로운 종교의 생성에 대해 설명할 때 말하는 연원론적(淵源論的)으로 볼 때 천부교와 기독교는 세상 끝날까지 갈등관계가 지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어떠한 말이나 교리보다도 천부교가 다른 종교의 대안(代案)으로 존재하는가가 문제라고 봅니다. 그 대답이 없이 도전만으로는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봅니다. 물론 연원론적으로만 설명할 때 새로운 종교가 가진 창조성을 못 보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이게 연원론이 가지는 한계인데 천부교는 바로 그것을 문제시하여 끝내 다른 교회에서 만족하지 못한 걸 여기서 충족함을 얻고, 절에 가서 만족 못한 걸 여기 와서 충족함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즉 결과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의미에서 신앙촌운동이 모든 종교의 궁극적 대안이 돼 주었으면 합니다.”

정교수는 또 오랜 인류의 역사 속에 무수한 종교가 소멸되고 생성됐다고 설명하면서 예를 들어 이집트의 태양숭배교를 들었다.

“태양숭배교는 이집트 역사속에 3천년간 존속했던 종교로서 3천년간 나고 죽은 많은 사람들의 규범으로 지배했으나 그 후 소멸되었지요. 나는 어느 신학교에 초빙되어 강연하면서 ‘기독교가 겨우 2천년 됐는데 언제 없어질 줄 아느냐’ 라고 말하였다가 맞아 죽을 뻔하였습니다.” 라고 회상하였다.

“기독교는 언제 소멸될 것인가”
신학교서 종교 역사 강의 하다가
청중에게 맞아 죽을뻔 하기도

또 탁명환이라는 사람의 이름이 거론되었을 때 정교수는 얼굴 가득히 멸시와 부정의 빛을 나타냈다. “그 사람은 학자가 아니에요. 그 사람의 말은 믿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정교수는 끝으로 스승 장병길 교수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하면서 파안대소하였다.

“종교를 지적으로 연구하는 종교학자는 구원을 얻을 수 없다. 구원을 얻으려면 신도가 되어라.”

곧 정년을 맞아 연구실을 정리해야 한다는 정교수에게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중복의 한여름 햇살이 창 밖의 신록 위에 쏟아지는 그의 아담한 연구실 안은 주인의 겸손과 정열을 닮은 지적 정밀(靜謐)만이 흐르고 있었다.

정진홍 교수는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원, 유니언 신학교 대학원, 샌프란시스코 신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종교현상학을 전공했다. 종교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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