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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종교의 사회

발행일 발행호수 2460

선진국의 문턱에 서 있다는 이 나라에서 300여명의 꽃 같은 어린 생명이 어이없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무엇이냐에 대해 아무도 정확한 진단을 못 내리고 있다. 탐욕스러운 선주(船主), 감독 관리들의 부정과 부패, 자기의 책무를 헌신짝 같이 버리고 제 한 몸만 살아나온 선장과 선원들, 구조의 매뉴얼조차 몰랐던 무능한 해양경찰 등이 온 국민의 매서운 지탄을 받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번 참사의 원인과 문제점을 타인에게서만 찾았지 정작 자기 자신들을 깊이 되돌아보지는 못하는 것 같다. 내 마음 속에는 세월호 선주와 같은 탐욕과 파렴치가 존재하고 있지 않은지, 나는 과연 어떠한 부정과 부패에도 초연할 수가 있는지, 나라면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순간에 그 못난 선장과 같은 행위를 하지 않았겠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것은 양심의 문제로서 국민의 양심은 종교가 그 밑거름이 된다. 종교가 부패하지 않고 살아있으면 나라의 모든 문제가 풀리고, 종교가 죽고 썩었으면 사회와 국가까지 썩고 병들게 되는 것이 그 까닭이다.

대통령이 이번 참사를 계기로 국가를 근본적으로 개조하겠다고 팔을 걷고 나섰다. 그러나 국가의 모든 구성원이 양심의 법을 지킬 수 있는 나라가 되고 양심의 법이 국민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라는 의식이 확립되어야만 국가의 모든 조직도 근본적으로 개조가 된다. 종교의 역할과 사명이 중요하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 나라의 모든 종교는 양심의 법도 모르고 자유율법이 무엇인지조차도 모르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저 믿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그들의 교리이니, 종교 자체가 썩고 병들어 나라까지 병들게 되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가 지금 죽은 종교의 사회에 살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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