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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와 자극

발행일 발행호수 2480

최근 국제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반인륜적 만행과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등에 대한 무차별적 파괴행위다. 우리나라 10대 소년이 이 단체에 가입하는 등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이는 더 이상 먼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게 되었다.

한국 정부는 이슬람 무장 단체가 일본인 인질과 요르단 조종사를 살해한 것에 관한 잇단 논평을 내면서도 정작 테러의 주체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이들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된 포석이라 한다. 역사적으로 이슬람 세계는 ‘십자군 전쟁’이라는 한 단어에 매우 기민하게 반응하였다. 11세기말부터 13세기에 걸쳐 8차례 자행된 원정을 통해 이슬람의 눈에 비친 십자군은 ‘잔학무도한 침략자’였기 때문이다.

이슬람 무장 단체의 거점인 시리아는 십자군에 의한 잔인한 살육과 약탈의 장(場)이었다. 2만 여 명 이상이 학살을 당하고, 혹한에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십자군은 시리아 사람들을 식인의 제물로 삼았다. 수많은 조상들이 원통하게 죽고 심지어 잡아먹히기까지 했던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장이었던 곳이다.

그로부터 수백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지금, 십자군 전쟁을 야기하여 역사를 피로 물들인 카톨릭의 수장은 마치 평화의 사도인 양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이에 대해서 세계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자못 궁금해진다.

얼마 전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국제현안에 대해 논의하였다고 한다. 세계인들은 그녀가 교황의 과거사를 의식하지 않는 듯한 자가당착(自家撞着)적 언행에 대해서 자제 권고를 기대했을 것이다. 이슬람 무장 단체의 테러 위협은 비단 중동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을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내몰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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