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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방향

발행일 발행호수 2477

카톨릭 신부를 꿈꾸던 한 평신도가 ‘신을 찾아서’라는 책을 출간하고 10여 년 후 ‘그러므로 신은 없다.’라는 제목으로 입장을 정리한 책을 다시 펴냈다. 저자는 신부가 되기 전 확실한 믿음을 갖기 위해 천주교와 기독교를 공부했지만 교리상의 모순을 도저히 풀어낼 수 없었고, 2,000년 동안 이어져 온 거대한 종교의 약탈과 살인의 역사 앞에 신의 존재를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마침내 “그토록 오랫동안 있지도 않은 허상을 붙들고 경배하고 찬양하며 노예처럼 살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라고 탄식하기에 이르렀다. 자신이 믿어 온 종교 안에서 헤매다가 끝내 신이 없다고 고백하는 평신도의 이야기는 “신이 없다면 영혼도 없고 영혼이 없다면 예수도 진실이 아닙니다”라고 절규했던 테레사 수녀를 떠올리게 한다.

영혼의 고뇌를 토로한 두 사람은 거룩한 삶에 대해 고민하던 사람이었다. 올바른 가치를 위해 신념을 가지고 온 힘과 마음을 기울이며 살고자 했던 것이다. 평신도는 종교에 귀의하는 삶이 가치 있다고 믿으며 그 속에서 의미와 보람을 찾으려 했으나, 역사적 사실로 드러나는 종교의 추악한 모습에서 길을 잃고 고뇌하게 되었다. 성녀로 불리는 테레사 수녀 또한 지옥과 같은 극심한 내면의 고통과 어둠을 토로하고 말았는데, 그러한 고뇌와 괴로움은 그들이 진정으로 거룩한 삶을 갈구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최근 필리핀의 고아 소녀가 교황을 향해 신은 왜 인간이 고통을 당하도록 내버려 두느냐며 울음을 터뜨린 일이 있었다. 신의 대리자라는 교황은 그 질문에 답을 갖고 있지 않다며 눈물로 정화된 눈으로만 타인의 아픔을 볼 수 있다는 엉뚱한 동문서답을 하고 말았다. 그가 주는 답이란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불쌍한 소녀를 포옹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뿐이었다. 영혼의 고통을 외면한 채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삶과, 죽기 전에 양심껏 살고 싶다며 종교가 위선의 탈을 벗기 바란다고 고백했던 삶 중에서 온전한 삶의 방향을 묻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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