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교 탐구<44> 예수 탄생의 진실을 찾아서: 빼앗은 탄생일과 빼앗지 못한 진실에 대하여-①
세계 종교 탐구<44>매년 12월, 바티칸 베드로 광장에는 실물 크기의 예수 탄생 재현 장면과 함께 대형 트리가 설치된다. 이는 예수 탄생을 시각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198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재위 시절부터 이어져 온 바티칸의 관행이다. 그런데 올해 11월에는 트리 벌목에 대한 거센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다. 이탈리아의 한 환경단체에서 크리스마스용 벌목을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을 게시하여 5만 3천여 명의 지지를 얻은 것이다. 청원서는 먼저 교황이 환경 보호를 주장해왔던 점을 강조한 뒤, 자연을 존중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보여달라 요구하며 트리 벌목의 유해성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리고는 강조하고자 하는 사항들을 몇 가지 제시하였는데, 가장 먼저 제시한 것은 다음의 물음이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이교도의 전통이며 그리스도의 탄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왜 여전히 환경을 침해하는 길을 가는지 우리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일반적으로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가 예수의 탄생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 사실일까? 이번『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예수의 탄생과 관련된, 잘 알려져 있으나 동시에 잘 알려지지 않은 몇 가지 진실에 대하여 탐구해 볼 것이다.
▣ 12월 25일은 예수의 생일이 아니다
12월 25일은 주로 ‘크리스마스’라 불리는 날이다. 크리스마스는 라틴어 ‘그리스도(Christus)’와 ‘모임(massa)’의 합성어로, 기독교에서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다. X-마스 또한 그리스어 ‘그리스도(Χριστός)’의 앞글자를 딴 동의어다. 크리스마스는 그 명칭에서부터 ‘기독교 신의 탄생일’임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이 날이 예수의 생일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예수가 12월 25일에 탄생했다는 근거나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성경, 초기 기독교 문서, 역사서 등의 기록을 종합하면 예수의 생일을 누구도 알지 못하며, 오히려 12월 25일이 아닌 것만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에서 예수의 탄생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들을 살펴본다. 성경에서 예수의 탄생장면은 누가복음과 마태복음에서만 언급된다. 그런데 두 복음서의 내용이 상이하다. 두 이야기의 차이점을 몇 가지 살펴보면, 누가복음 2장에서는 천사들이 목자들에게 나타나서 탄생 소식을 알리지만,<자료1> 마태복음 2장에서는 천사가 아닌 별이 나타나 동방박사들에게 탄생 소식을 알린다.<자료2> 이때 목자들은 빈손으로 아기 예수를 찾아오지만, 동방박사들은 세 가지 예물을 들고 찾아온다.<자료3> 두 복음서는 예수의 부모가 살던 곳과 예수가 출생한 장소도 다르게 기록되어 있다. 마태복음은 예수의 부모가 베들레헴 사람들이었고 그들의 집에서 예수가 태어났다고 말하는 반면, 누가복음은 예수의 부모가 나사렛에 있다가, 인구조사 때문에 베들레헴에 가서 그곳 마구간에서 아기를 낳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탄생한 직후의 행적도 전혀 다른데, 마태복음에는 아기를 죽이려는 헤롯왕을 피해 이집트로 피신했다가 나사렛으로 갔다고 기록되어 있고, 누가복음에는 정결예식을 위해 아기를 데리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갔다고 되어있다. 두 복음서에 공통점이 있다면, 예수가 태어난 날짜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의 탄생이라는 중요한 사건에 대한 기록이 두 복음서 외에 없다는 점, 그마저도 내용이 상이한 점은 성경의 저자들을 비롯해 당시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탄생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는 방증이 된다.
그럼에도 두 복음서는 예수의 탄생이 언급된 거의 유일한 단서다. 그런데 복음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예수의 생일이 12월이 아니라는 단서들만 제공하게 된다. 누가복음 2장 8절을 보면, 천사를 봤다는 그 목자들은 당시 들에서 밤을 새워가며 양 떼를 지키고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겨울은 춥고 비가 자주 내리기 때문에 밤에 양을 방목하지 않는다. 겨울밤에는 양 떼를 축사에 보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대해 학자들도 “예수가 탄생할 시기에 양들이 방목되었다는 것은 아직 10월이 되지 않은 것”이라며 “예수의 탄생일은 12월이 아니다”라고 얘기한다.
또한 누가복음 2장 1~5절을 보면, 요셉과 마리아가 인구조사를 위해 베들레헴에 갔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인구조사는 겨울에 실시되지 않았다고 한다. 도로 상태도 좋지 않던 당시의 추운 겨울에, 많은 사람들을 이동하게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예수의 생일이 최소 겨울은 아니라는 단서가 된다.
1~2세기의 역사적인 기록에서도 예수의 탄생일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독교의 가장 초창기 저자들인 이레네우스(130~202)와 터툴리안(155~220)도 축제표에 예수의 탄생일에 대해 기록하지 않았다. 알렉산드리아의 오리겐(185~253)은 로마인들이 황제나 저명한 자들의 생일을 기념하는 전통을 경멸했고, 이를 이방인의 관습이라 무시하였다. 분명한 것은 초기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탄생일을 모르며, 축하하지도 않았고, 그날을 명절로 지키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예수의 생일이 12월 25일이 되었으며, 이를 기념하기 시작했을까?
▣ 12월 25일은 태양신들의 생일이다
예수의 생일이 12월 25일로 정해진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선 로마에서 태양신 숭배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성행했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고대 로마는 다양한 신들이 공존하는 나라였지만, 기독교가 성장하던 시기에는 특히 ‘솔 인빅투스(무적의 태양신)’나 ‘미트라’ 같은 태양신들에 대한 숭배가 성행했다.<자료4> 1세기 무렵부터 로마의 태양신 솔은 로마 황제를 보호하는 수호신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65년, 네로 황제는 자신에 대한 암살 기도 사건이 발각되었을 때, 이를 태양신 솔의 도움으로 여겨 성대한 감사의 제례를 올렸다. 75년,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솔에게 거대한 신상을 봉헌하였고, 트라야누스 황제와 하드리아누스 황제 치세에는 솔의 초상이 새겨진 동전도 발행되었다. 3세기에 들어서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솔 인빅투스를 ‘로마제국의 주신’으로 공표하고, 솔의 탄생일인 12월 25일을 제국 전체의 축일로 기념했다. 12월 25일은 로마력에서 1년 중 가장 해가 짧은 날인 동짓날로, 이날부터 해가 점점 길어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빛의 위력이 되살아나는 이 날을 태양신이 태어난 날로 삼은 것이다.
페르시아에서 유래한 태양신인 미트라의 탄생일도 솔 인빅투스와 같은 이유로 12월 25일로 기념되었다. 미트라교는 비밀 종교적인 성격이 강한 반면, 솔 인빅투스 숭배는 로마의 공식적인 종교였다는 차이는 있지만, 두 태양신 모두 당시 로마에서 많은 이들의 숭배를 받았다.
313년, 기독교를 공인한 것으로 알려진 콘스탄티누스 황제도 태양신교도였다.<자료5> 콘스탄티누스는 예수를 솔 인빅투스의 유대민족식 이름 정도로 여겼고, 그는 기독교로 개종하지도 않았고, 세례도 받지 않았으며, 성찬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그가 세운 개선문은 콘스탄티누스의 수호신으로 ‘정복되지 않는 태양신’을 조각해놓았고, 321년 일요일을 국가의 휴일로 정했을 때 이날을 ‘존경스런 태양의 날’이라고 선포했다. 그는 사망하기 직전에야 기독교 세례를 받았다. 기독교를 공인했다는 밀라노 칙령은 기독교를 특별히 선호하기보다는 모든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칙령이었으며, 확산해 가는 기독교 세력의 지지를 얻어 제국의 통합, 권력 강화 등을 꾀하려는 정치적 목적을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313년,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 로마교회는 포교를 위해 태양신교를 견제하고자 했다. 그러나 당시 태양신 숭배가 매우 광범위하게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 때문에 로마교회는 그 풍습을 억압하는 대신 자신의 풍습으로 만드는 방법을 선택했다. 바로 12월 25일인 태양신 탄생일과 예수의 탄생일을 동일하게 만들어 축하하는 것이었다. 마침 성경은 예수를 ‘세상의 빛(누가복음 2:32)’, ‘공의의 태양(말라기 4:2)’ 등으로 묘사했기 때문에, 태양신과 예수를 동일시하기에 무리가 없었다.<자료6>
이교도의 풍습 위에 기독교적인 문화를 덧씌워 기독교의 전파가 용이하게 하려는 시도는 350년, 교황 율리우스 1세가 12월 25일을 예수의 생일로 선포하며 공식화됐다. 보다 많은 개종자를 바랬던 교황 리베리우스는 354년, 교회 달력에 예수의 탄생일을 추가했고, 매년 12월 25일을 기념하기로 결정했다. 예수의 생일이 정해진 이러한 과정을 두고, 미국의 역사가 존 스틸 고든은 “솔직히 말해서, 약간의 정치적 수완이 가미된 마케팅 전략이었다”고 평가했다.
한 기독교 언론은 “12월 25일은 사실 예수님의 진짜 생일은 아니다?”라는 제목의 특별 기고문을 게재하였다. 기고문은 “12월 25일은 성탄절이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이날을 예수님의 탄생일로 믿는다.”는 문장으로 시작하여 “(크리스마스는) 실제 예수님의 탄생일이 아닌 ‘믿음’으로 정해진 것이다.”라고 끝맺는다. 그러나 그들의 믿음과는 별개로 12월 25일은 예수가 아니라 태양신의 생일이라는 것이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