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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종식 선언

발행일 발행호수 2552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발생한 메르스가 10월 16일 종식되었다. 메르스에 감염된 남성이 국내에 들어온 지 한 달 만에 상황 종료된 것이다. 전 국민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3년 전과 확연히 달라진 결과다. 감염자를 진찰한 삼성 서울병원이 초기 대응을 잘했다고 한다.

2015년 메르스가 처음 발생했을 때도 삼성병원은 국가기관보다 먼저 메르스를 밝혀낸 공로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 삼성병원은 메르스 확산의 주범으로 몰렸고 시민단체가 ‘최악의 살인 기업’으로 선정하기까지 했다.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메르스의 원흉은 과연 삼성병원이었을까.

2015년 5월 경기도 평택시에 사는 박경란(가명)은 모친을 평택성모병원에 입원시켰다. 대상포진에 걸린 엄마를 깨끗한 신설 병원에 모시고 싶었다 한다. 그러나 한 달 후 엄마는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모친은 2명의 메르스 확진자들과 같은 병실을 썼지만 그들이 메르스 확진자임을 알지 못했다. 병원과 보건당국은 환자 격감과 여론 악화를 우려해 메르스 발생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의료진은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썼지만 환자들에게 지급하지 않았다. 모친의 기침과 발열이 심해지자 박경란이 메르스 아니냐고 병원에 물었지만 “폐렴”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병원은 메르스에 소용없는 폐렴 약만 처방해 주었고 모친은 결국 메르스로 중태에 빠졌다. 박경란은 병원을 믿고 시키는 대로 따랐다고 절규했지만 엄마는 세상을 떠난 후였다.

평택 성모병원은 메르스 최초이자 최대의 진원지였다. 슈퍼 전파자 3명을 발생시켰고 이들이 전체의 70%가 넘는 환자를 양산했지만 이 병원은 비난의 화살을 맞지 않았다. 대신에 14번 환자가 삼성병원에서 80명 넘게 감염시키면서 삼성병원이 집중포화를 맞게 된 것이다. 정작 14번 환자가 삼성병원으로 이동하기 전 평택 성모병원에서 감염되었다는 사실은 묻혀 버렸다. 평택 성모병원에서만 40명 가까운 확진자가 쏟아졌지만 병원은 발 빠르게 이미지 세탁에 나섰다. 메르스 감염자를 전부 다른 병원에 보낸 후 새단장했고, 오히려 메르스 전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다.

평택 성모병원은 시작부터 가톨릭 평택 대리구와 협약을 맺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 관계는 메르스 후에 더욱 강화되어 성모병원은 가톨릭에 의료품을 지원하고 감사장을 수여 받았다. 이 자리에서 가톨릭 신부와 성모병원 이사장은 함께 웃고 있었다. 다른 병원은 아직 메르스와 사투를 벌일 때였다. 이듬해에는 가톨릭 신부가 성모병원에서 축복식을 거행하면서 ‘환자를 포근하게 감싸는 병원’이 되기를 기원했다. 그렇게 메르스의 원흉은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병원’으로 둔갑했다.

“엄마가 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법이 억울함을 풀어 주기 바란다.” 엄마를 잃은 박경란 씨는 평택 성모병원을 상대로 소송 중에 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엄마를 사지(死地)로 데려갔다는 죄책감에 시달려 왔다. 아직 책임은 규명되지 않았고 범인의 얼굴은 밝혀지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고통 속에 절규할 때 범인은 안전지대에서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잔인한 웃음이 멈추지 않는 한 메르스가 종식되어도 세상의 악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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