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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꽃이 피었습니다.

시온어린이와 함께 보는 동화
발행일 발행호수 2143

몸집이 작고 얼굴이 예쁘장한 영미는 열쇠로 현관문을 열려다가 손을 문득 멈추었습니다.“누가 우리 집 앞에 저런 것을 갖다 버렸담.”단독 주택 앞의 시멘트 바닥에 하얀 플라스틱 박스가 나뒹굴어진 것을 보았던 거예요. 직사각형의 깨끗한 그것이 입을 딱 벌리고 있었습니다.“요것 봐라?”마치 먹을 것을 달라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것을 현관문 앞에 갖다 놓고 요리조리 살피던 영미는, 이런 생각을 키웠지요.‘쓸모가 없어서 비록 사람에게 버림받은 것일지라도 무슨 소원이 있나보다.’책가방을 들여놓은 영미는 비닐 봉지를 두 개 가지고 부근에 있는 산으로 가서 흙을 퍼 담았습니다.‘꽃모종을 해야지.’
양쪽 손으로 봉지를 들고 돌아와서 흙을 박스 안에 채워 넣었습니다. 온통 시멘트 바닥인 집 앞에 작은 꽃밭이 마련된 거예요.
 
그렇지만, 비도 오고 꽃을  사 올 기회가 없었습니다.“철이 늦어서 고추나 가지 모종도 할 수가 없으니…… . 흙을 쏟고 박스를 버려야겠다.”어머니가 귀찮아 하셨어요.“아니구, 아니에요! 화원에 가서 예쁜 꽃을 사다가 옮겨 심을래요.”영미는 펄쩍 뛰었습니다.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난 어느 날, 영미는 박스에 채워진 흙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이게 뭐지?’풀이 몇 개 돋아났습니다. ‘누가 이런 걸 심어놨어?’엄마와 아빠에게 여쭈어보아도 ‘나는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영미는 풀을 뽑아버리려다가 생각을 고쳤어요.‘이름 모를 하찮은 잡초라고 해도, 모두 생명이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책에서 그런 것을 읽은 적이 있으므로, 영미는 내버려두었어요.
 
풀이 나날이 자랐습니다. 영미는 학교에 가고 올 때마다 그 풀이 자라나는 것을 눈여겨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거름도 주지 않았건만 풀들이 제법 탐스러워지지 뭐예요.아! 드디어는 잡초라고 생각한 그 풀들이 손톱 만한 꽃을 피워내지 않겠습니까.“엄마, 엄마, 박스의 흙에 모종도 하지 않았는데 풀이 돋아나서 꽃을 피웠어요. 기적이 일어났어요.”엄마가 나와서 보더니,“이건 너의 아름다운 마음의 꽃이야.”하고, 영미의 등을 두드려 주었습니다.“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네 마음이 아름다워서, 흙이 엄마처럼 품고 있던 풀씨를 싹 틔워 꽃을 피워 준 거란다. 화원에서도 볼 수 없는 희귀한 풀꽃이구나.”
영미는 제 생일을 맞은 것보다 더 기뻤습니다.♠     
 
 
<작가 이효성>  1942년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나, 196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1986년 한국동화문학상을 수상했고, 1982년부터 1995년까지 동아일보 신춘문예 심사위원직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와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창작집 <달과 뱃사공>, <열두 대의 꿈마차>, <흙사랑 꽃님> 외 300여 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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