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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과 카카(caca)

발행일 발행호수 2550

최근 아일랜드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을 두고 카카(caca)라는 표현을 썼다. 카카는 똥을 뜻하는 스페인어로 가톨릭이 저지른 성범죄를 더러운 오물이라 했다. 교황이 적나라한 단어까지 써 가며 아일랜드에서 고개를 조아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분노한 성범죄 피해자와 시위대가 연일 사과를 요구하며 교황을 압박한 것이다.

프란치스코 입장에서는 억울할 일이다. 가톨릭 사제들이 극악한 성범죄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역사적으로 반복된 악행에 비하면 조족지혈이기 때문이다. “신이 전쟁을 원하신다!” 십자군 전쟁을 촉발한 교황 우르바노 2세는 십자군이 예루살렘을 점령한 직후 죽었다. 이교도를 정복하라고 외치던 교황은 사라졌지만 이후 200년 동안 십자군은 신의 이름으로 수백만 명을 학살하고 화형시켰다.

“신이 교황직을 주셨으니 마음껏 즐기자!”고 외쳤던 레오 10세는 화려한 베드로 성당을 재건하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면죄부를 판매했다. 양심과 죄의식을 마비시키는 면죄부는 효과적인 돈벌이 수단이었고 그가 죽은 뒤 500년이 흐른 지금도 대사(大赦)라는 이름으로 계속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자신의 트위터에 클릭만 하면 모든 죄를 사해 준다는 파격적인 대사를 행한 바 있다.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서 교황을 비난하는 시위가 일어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만큼 세상의 눈초리가 매서워진 탓인가. 프란치스코의 부하 직원 격이었던 비가노 대주교가 프란치스코를 맹비난하며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교황 한 명 물러나는 것으로 역사적인 악행이 끝날 수만 있다면 천만다행이다. 부디 그러기를 바라지만 구더기 한 마리 잡는다고 똥통이 깨끗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더 이상 악취를 참지 못하는 시대에 구더기 잡는 시늉으로 세상을 홀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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