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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 성학대 소송 막던 ‘엘리스 방어’ 재시도

발행일 발행호수 2656

배상 축소 위해 법적 허점 악용
법률 왜곡해 피해자 고통 가중

대법원이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교회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계속해서 법적 허점을 찾아왔다. (ABC뉴스: 다니엘 보니카)

호주 가톨릭교회가 과거 아동 성학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막던 ‘Ellis 방어(Ellis defence)’를 되살리려 시도한 사실이 ABC 조사로 드러났다.

(사진 : 피터 코멘솔리)

Ellis 방어는 “교회는 법적 실체가 아니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논리로, 2018년 빅토리아 주가 이를 폐지했다. 이 법의 개정으로 종교기관은 반드시 ‘적절한 피고인’을 지정하도록 하는 의무가 생겨, 멜버른 대교구에서는 피터 코멘솔리 대주교가 대표자로 지정됐다.

그러나 2022년 교회는 코멘솔리 대주교 재임 중 Ellis 방어 논리를 다시 되살리려 시도했지만, 빅토리아 주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교회의 이같은 시도가 “법률을 왜곡한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ABC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새 법률의 시행으로 기관을 상대로 한 성학대 소송은 5년 만에 4배 급증했다. 2018~19년 125건에서 최근 회계연도에는 504건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약 10%는 코멘솔리 대주교를 피고로 지정한 사건이었다.

대법원의 판결문에는 사제들이 아동을 끔찍하게 학대했다는 혐의가 자세히 나와 있으며, 교회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법적 허점을 찾으려 했다는 사실도 기록돼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68~70년 빅토리아 주 키르모어에서 사제 데즈먼드 개넌이 제대 소년을 반복적으로 성학대한 사건이다. 교회는 “코멘솔리 대주교가 피고로 지정되기 이전의 일이므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판사는 이를 기각했다.

또 다른 2022년 사건에서 교회는 법 적용 범위를 제한하려 했다. 피해자의 부모는 아들이 조지 펠 추기경에게 학대를 당한 뒤 심리적 충격으로 헤로인을 과다 복용해 사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교회는 “이 법은 아동 성학대의 직접적인 피해자에게만 적용된다”며 가족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아동 성학대를 근거로 한 모든 청구에 법이 적용된다”고 판결했다.

교회는 배상액도 줄이려 했다. 1970년대 빈센트 키스 신부에게 2년 반 동안 성학대당한 제대 소년 Tj 사건에서 배심원단은 410만 달러를 인정했지만, 항소법원은 150만 달러로 줄였다. 당시 교회는 “학대가 강간 같은 침투 행위가 아니었고, Tj가 어느 정도 성적 경험을 즐겼다”는 주장을 제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2023년 호주 고등법원의 Bird 판결에서 교회는 “사제가 교회의 직원과 동일한 법적 책임을 진다”는 기존 판결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의 배상 가능성이 크게 줄었고, 생존자들은 지연과 소송 공방으로 인한 고통을 “2차 학대”라고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 스티브 피셔는 “가톨릭 교회와 다른 기관들이 법적 허점을 이용하며 게임을 하듯 피해자들을 더욱 학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멘솔리 대주교는 ABC의 인터뷰를 거부했으며, 교회 측은 중재를 통해 피해자와 합의를 우선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법정 소송으로 이어진 청구는 1% 미만으로, 그마저도 대부분 복잡한 법적 쟁점이 있는 사건으로 국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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