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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교회 김형태 집사

향기는 머리로 쏟아지듯 들어와 척추를 타고 온 몸을 휘감았습니다
발행일 발행호수 2379

어느 축복일에 하나님께서 설교를 잠시 멈추시고 “누구 나와서 나랑 팔씨름 한 번 하자”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갑작스런 제안에 순간 다들 당황했습니다. 잠시 후 앞에 있던 한 청년이 머뭇거리며 하나님께서 앉아계시는 단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고, 하나님과 오른손을 맞잡고 팔씨름 준비를 했습니다. 곧 이어 하나님께서 “자, 하나, 둘, 셋!”이라 하셨고, 흥미진진한 팔씨름이 시작되었습니다. 힘겨루기는 한 3초 정도 이어지다가 하나님께서 거뜬하게 그 청년의 팔을 넘기셨습니다. 박수가 터졌고, 하나님께서는 활짝 웃으시며 “내가 할아버지라서 (저 청년이) 일부러 져 준 거라고”하셨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86년 11월 추수감사절을 마지막으로 하나님을 멀리하고 세상과 짝하며 세상에 휩쓸리고 말았습니다. 그 후 지난 2004년 11월 추수감사절, 어머니(서울 충무교회 김숙자 권사)의 간곡한 권유로 18년 만에 신앙촌을 찾았습니다.

어머니의 부탁으로 저를 신앙촌까지 데리고 오셨던 서대문교회 박춘배 집사님과 함께 3층에서 죽을 먹고 내려왔습니다. 딱히 갈 곳도 없었던 저는 신앙촌에 도착해서부터 계속 눈길을 끌던 폭포나 구경해야 겠다 마음먹고 폭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대예배실 1층 입구 계단을 내려갈 때, 남자들이 지나가는데 에소피니오 남자 스킨로션 향과 비슷한 냄새가 났습니다. ‘사람들이 다른 스킨은 안 쓰고 오로지 에소피니오 스킨만 쓰나 보네.’ 중년의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을 마주치며 지나가는데도 그 냄새가 나길래 ‘할머니들도 면도하시나’ 싶어 속으로 큭큭 거리며 웃었습니다. 하지만 여학생들이 지나가고 여자 어린이들이 지나가도 그 향기가 이어졌습니다.

`곧이어 익숙했던 향기를
맡았는데 예전 예배를
마치고 하나님 차가
지나가실 때 나던 달콤한
그 향기였다`
곧 이어 그 좋은 냄새는 익숙했던 향기로 변했습니다. ‘어, 이게 무슨 냄새더라?’ 그것은 예전에 일요일마다 서울 5중앙에서 예배를 마치시고 하나님께서 타신 차가 주차장에서 떠날 때 항상 나던 달콤하고 기분 좋은 ‘하나님 냄새’를 연상하게 하였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디딜 때마다 달콤한 향기는 더 진해졌습니다. 제 안에 있던 근심 걱정거리는 모두 사라지고 평안함과 기쁨이 충만한 가운데 향기만 가득하였습니다. 폭포 앞에 도달하자 정수리에도 향기가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코로 숨을 들이쉬어도 향기가 들어오고 머릿속에서도 향기가 진동했습니다.

사진전시실 정면에 이르러서는 절정에 달해, 향기는 더욱 강해져 머리로 쏟아지듯 들어와 척추를 타고 온 몸을 휘감았습니다. 사진전시실 맞은 편 화단에 있던 나무 한 그루에는 목련꽃 같은 아이보리색 꽃이 만발해 있었습니다. ‘아니, 11월에 웬 꽃이야? 이 향기가 저기에서 나는 건가?’ 생각하며 그 앞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별일없다는 듯 서로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향기는 어머니를 만나러 통나무집에 갈 때에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미련하고 아둔한 저는 나중에야 그 향기가 세상에서 방황하다가 돌아온 죄인을 위해 하나님께서 내려주신 큰 은혜, 향취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후 추수감사절마다 사진전시실과 맞은 편에 있는 나무를 바라보지만, 향취는 물론이려니와 활짝 펴 있던 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 때의 향취는, 느끼고 볼 자격이 없던 큰 죄인에게 하나님께서 특별히 허락하신 은혜였다고 생각하니 몸 둘 바를 모르겠으며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올해 추수감사절에도 저처럼 오랜 시간 방황하다가 신앙촌을 찾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분들에게도 잘 왔다며 큰 은혜를 베풀어 주시겠지요. 그 분들도 모두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면서 이 땅에서 반드시 이루어질 하나님의 역사에 참여하는 충실한 하나님의 가지가 되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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