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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역사탐방 같았던 1년(김정희 학생관장)

김정희 학생관장
발행일 발행호수 2240

`올해 교역의 길에 들어서다`
“이번 정류장은 신앙촌 입구입니다. 다음은 시온 고등학교입니다.”
마을버스에서 들려오는 안내방송 소리. 귀에 익은 지명들이 동네 곳곳에 붙어있는 이곳은 소사신앙촌교회 오만제단. 저의 첫 발령지입니다.

“가서… 가서 잘하고…”
믿지 않는 어머니기에 나간다고 말씀드렸을 때는 많이 섭섭해 하셨습니다. 하지만 정작 가는 날에는 담담히 보내 주셔서 고마웠던, 혼자 지내실 어머니.

부산역으로 배웅 나와 울고 웃으며 헤어졌던 부산 3중앙 반사들. “정말 선생님 가는 거예요?” 떠나기 한참 전부터 날마다 확인하던 우리반 아이들. 울컥 올라오는 감상적인 생각들과 당장 내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생활에 대한 막막함과 불안함으로 밤을 꼬박 지새웠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첫 날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은 마치 머리 속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 듯 선명합니다.

부산에선 보기 힘든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날, 뛰어다니며 신나했던 것도 잠시 쌓인 눈을 쓸어내느라 혼났던 겨울. 벚꽃 길에 바람이라도 불면 빙그르르 회오리를 그리며 꽃잎이 날리던 봄. 진초록으로 우거진 여름 숲에 사는 극성맞은 매미들. 어느덧 온통 가을 색으로 물들어 버렸던 나무들. 그리고 얼마 전 첫눈으로 다시 돌아온 겨울.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알아갔고 그 속에서 크고 작은 배움들이 항상 함께 했습니다. 사계절을 크게 한 바퀴 돌아온 1년의 시간은 저에게 있어 흡사 역사탐방의 시간과 같았습니다.

구원의 첫 번째 울타리.
은혜가 통하는 사람끼리 함께 있으면 은혜가 더욱 상승하며 그것을 간직할 수 있는 조건을 위해 만들어 주신 곳이 바로 여기 소사신앙촌이었습니다.

지금은 현대 홈타운 102동이 들어서 있는 자리가 바로 하나님께서 머무셨던 자택이 있었던 곳. 그래서 고개를 넘으면 가장 먼저 보여 반가운 곳이었다고 이야기 해 주시는 어른들. 가장 궁금했었던 그 유명한 주인 없는 상점은 어디에 있었을까? 연인원 70만 명이 모여 온 산을 뒤덮었던, 말 그대로 ‘인산’을 이루었던 대집회의 장소 노구산. 사진으로만 보았던 이곳에 내가 서있다니…

함께 해주셨던 그때의 추억들을 하나씩 알게 되었지만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버린 장소들. 어느덧 자연스레 이곳을 ‘나의 집’이라 부르는 지금, 이렇게 하나님 안에서 일하며 생활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것이 저에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가슴 깊이 느낍니다. 그리고 제게 주어진 저의 몫을 잘 감당하기를 굳게 다짐해 봅니다.

“저기 큰 나무 보이지요? 그 나무를 짚으시고 하나님께서 서 계셨어요.”
50여년 전 이곳에 서 계셨다던 하나님. 저도 그곳으로 다가가 살며시 나무를 쓸어봅니다. 곳곳에 그리움이 배여 있는 곳, 여기는 노구산 꼭대기 오만제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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