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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종교 탐구 <36> 왜 여전히 미신을 믿는가 -①

세계 종교 탐구 <36>
발행일 발행호수 2631

<자료1> 4 대신 F가 표시돼 있는 엘리베이터 버튼
우리나라는 숫자 4가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아 불길한 숫자로 여기는 미신이 있다. (출처: reddit)

우리나라 엘리베이터 중에는 4층을 F로 표기해 놓은 경우가 종종 있다.<자료1> 숫자 4가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아 불길한 숫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 외에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면 죽는다’, ‘밤에 휘파람을 불면 뱀이 나온다.’ 등의 이야기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이것들을 ‘미신’이라 부른다. 미신이란 과학적·합리적 근거가 없는 것을 맹신(盲信)하는 일로, 현재는 비상식·비과학적인 것으로 치부하지만 과거에는 실제로 믿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종교로 발전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왜 과학이 발달한 현대에도 여전히 미신이 존재하고 사람들은 미신을 믿는 것일까? 이번『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미신을 믿고 이용하는 종교들의 사례를 살펴보고, 현대에도 미신을 믿는 현상이 옳은 일인지 검토해볼 것이다.

▣ 미신의 유래와 종교의 발달

미신을 믿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한다. 인간은 알 수 없는 미래에 걱정과 불안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로써 미신을 믿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걸프 전쟁 당시 이스라엘에서는 ‘집에 들어갈 때 오른발을 먼저 들여놓아야 총을 맞지 않는다’와 같은 미신들이 유행했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사실 같지만 전쟁이라는 불안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통제할 수 있다는 기대에 그냥 믿어버리는 것이다. 이것을 심리학에서 ‘통제감을 갖는다’고 표현한다. 여기서 그 미신이 사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미신을 지킴으로써 미래가 통제되는 듯한 안도감을 가질 수 있다.

문명과 과학이 발달하기 전, 인류는 현대보다 더욱 불확실성에 휩싸인 채 살아야 했다. 언제 맹수에게 물어뜯겨 목숨을 잃을지, 천재지변이 일어나 집이 허물어지고 농사를 망치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이에 인간들은 성공적이고 안전한 사냥을 기원하며 동굴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자연을 다스리는 초자연적 존재가 있다고 생각해 그들에게 제물을 바치며 복을 빌었다. 이러한 행위들은 인류 초기의 종교 행위인 원시 신앙으로 보는데, 흔히 원시 신앙은 미신과 동일시 된다. 이것이 보다 조직화, 체계화되어 종교라 불리게 되었다.

<자료2> 수메르의 악의 여신 라마슈투 부적
수메르에서는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하늘에서 쫒겨난 악의 여신 라마슈투의 악행이라고 믿었다. (출처: 영국국립박물관)

문자가 해독된 가장 오래된 문명인 수메르의 기록을 보면, 인류 초기 종교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수메르 사람들은 삼라만상을 운행하는 다양한 신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하늘의 신, 땅의 신, 태양의 신, 물의 신, 바람의 신, 풍요의 신, 다산의 신, 죽음의 신과 같은 것들이다. 또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은 악마의 소행이라 생각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안 좋은 사건들은 하늘에서 쫒겨난 악의 여신 라마슈투의 악행이라고 생각했다.<자료2> ‘태아, 신생아, 어린이를 살해함, 어머니, 임산부를 해침, 사람을 잡아먹고 그 피를 마심, 수면을 방해함, 악몽을 가져옴, 식물을 죽임, 강과 호수를 오염시킴, 질병과 죽음을 가져옴’ 수메르인들은 신전을 짓고, 공물을 바침으로써 신들의 도움을 받아 미래의 길운을 보장받고자 했고, 악마에 대해선 악마를 쫓는 의식를 하거나 악마를 쫓는 부적을 지니고 다니며 미래의 불운을 피하고자 했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이런 행위들을 통해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통제감을 갖게 될 수 있었다.

유대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들은 과거에 이집트의 포로가 되어 노역 생활을 했는데,<자료3> 유대인들은 언젠가는 그들을 압제로부터 해방시켜줄 신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며 힘든 노역을 버텨왔다고 한다. 이 또한 과학적 근거 없는 믿음이었지만 유대교의 경전에는 유대민족이 신의 도움을 받아 이집트를 벌하고 탈출하는 일화가 대대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하지만 주류 역사학자들은 증거의 부족으로 이집트 탈출 사건을 역사적 사실로 고려하지 않는다. 출애굽기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시기로부터 수 세기 후에 쓰여졌다는 증거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믿음은 유대인의 정체성과 결속력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되었다.

<자료3> 영화《이집트 왕자(1998)》에서 유대인들이 이집트에서 노역을 하는 장면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선조가 이집트의 포로가 되어 노역 생활을 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증거가 부족해 역사학자들은 사실로 생각하지 않는다.. (출처:《이집트 왕자(1998)》)

▣ 중세 유럽을 휩쓴 미신, 마녀사냥

사람이 미신을 믿고 싶어하는 본능을 의도적으로 이용한 사례도 있다. 14세기에서 18세기, 유럽에서 일어난 ‘마녀사냥’이다. 14세기 중세 유럽에는 잇따른 악재가 겹쳤다. 전지구적으로 평균 기온이 2℃ 하락하는 소빙하기가 도래해 겨울이 길어지고 폭우와 우박이 쏟아지고 흉작이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유럽 전역에 흑사병이 창궐하여 유럽 인구의 1/3이 목숨을 잃었고, 그 와중 프랑스와 영국은 100년이 넘도록 전쟁을 이어나갔다. 이 혼란한 상황 속에서 당시 사람들은 악재의 원인을 도무지 규명할 수 없었다. 중세는 과학 지식과 이성적 사고가 부족하고 종교적 세계관이 강했던 시대였고, 사람들은 이 세상의 불행이 악마와 결탁한 마녀들의 소행이라는 교회의 주장을 믿기 시작했다.<자료4> 그리고 교회의 주도하에 원인으로 지목된 마녀들을 대대적으로 제거해 나갔다.(출처:『벌거벗은 세계사-잔혹사편 (교보문고, 2023)』)

<자료4> 흑사병을 묘사한 삽화
악마가 하늘에서 죽음의 화살을 쏘고 죽음의 약을 뿌리고 있다.
중세의 사람들은 흑사병이 악마의 소행이라 믿었다. (출처: BBC)
<자료5> 말레우스 말레피카룸 (마녀 잡는 망치)
마녀 색출법과 고문 방법 등이 담긴 책
(출처: 위키피디아)

교회는 마녀를 이단에 포함 시켰고, 그리스도교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취조하고 처벌하던 기존의 종교 재판소에서 마녀들을 재판하였다. 누가 마녀이고 어떻게 판별하고 처벌할 것인가? 1484년, 교황 인노켄티우스 8세는 악마의 하수인인 마녀를 잡아서 처벌하라는 교서를 내렸고, 2년 뒤 여러 가지 마녀 색출법과 고문 방법 등이 담긴『말레우스 말레피카룸(마녀 잡는 망치)』이 출판된다.<자료5>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뉘는데, 1부에서는 마녀들의 실상과 타락상을 강조하고, 2부에서는 마녀들이 악마와 계약하고 성관계를 맺으며 변신한다는 괴담들을 수집했다. 3부는 재판과 처형의 상세한 매뉴얼을 다룬다.

마녀 잡는 망치에 따르면 마녀들은 그리스도교를 부정하는 자들로 빗자루를 타고 악마들의 연회에 참석하고, 염소로 변하는 능력이 있으며, 악마와 성교를 하고, 인간과 가축을 살해하고, 불임을 일으키고, 눈길만으로 배 속의 아이를 살해할 수 있고, 우박과 폭풍, 악천후를 부르고, 작물에는 냉해를 입히는 존재라고 설명한다.

초기에는 그리스도교를 믿지 않는 사람, 산파나 약초 지식을 가진 사람 등이 마녀로 기소되었으나, 갈수록 터무니없는 고발이 난무하여 힘 없는 서민부터 귀족, 엘리트, 부유층, 심지어는 고위 사제들까지 계층을 가리지 않고 마녀로 고발되었다. 구교와 신교가 분리되면서는 서로를 악마라 칭하며 이단으로 고발했고, 마녀사냥으로 처형된 수는 재판 기록이 남은 것만 해도 수만에서 수십만 명이며, 비공식적으로는 900만 명설까지 제기되었다.

마녀재판에서는 어떻게 마녀를 판별했을까? 가장 먼저
“악마를 믿는가?”하는 질문을 한다. 악마를 믿는다고 하면 마녀로 판결된다. 악마를 믿지 않는다고 답하면 악마의 존재를 기록한 성경을 부정하는 이단이라며 계속된 추궁을 한다. 이단 심문관은 고문으로 자백을 받아내거나 마녀를 판별하는 시험들을 진행했다.

마녀를 판별하는 방법으로는 눈물 시험, 바늘 시험, 불 시험, 물 시험등이 있다. 눈물 시험이란 마녀는 사악하여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피고가 눈물을 흘리는지 확인하는 시험이다. 중요한 것은 제때 울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관은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 뿌린 사랑의 눈물과, 그의 어머니이시며 영광의 성처녀이신 마리아께서 저녁 시간에 예수의 상처에 흩뿌린 고통의 눈물과, 모든 성인들과 신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이 흘리고 예수께서 그들의 눈에서 닦아 주신 눈물로 너에게 청하노니 네가 무죄인 만큼 눈물을 흘리고, 만일 네가 유죄라면 눈물을 흘리지 말지어다.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성호를 표시하며) 아멘.”(출처: 주경철,『마녀: 서구 문명은 왜 마녀를 필요로 했는가』,생각의 힘, 2016, p.225)

<자료6> 물의 시험
피고를 깊은 물에 빠뜨려서 떠오르면 마녀로 판정하고 가라 앉으면 무죄가 되는 시험
(출처: 위키미디어)

이 순간에 정확히 울지 못하면 마녀로 판정된다. 하지만 울더라도 악마의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여 다른 시험과 고문을 당해야 했다.

바늘 시험은 마녀에게 있다는 악마의 표식을 바늘로 찔러 감각을 느끼는지 확인하는 시험이었다. 형리들은 피고를 발가 벗겨 온 몸의 털, 음모, 눈썹을 깎아내고 사마귀, 융기, 부스럼, 기미, 주근깨 등을 찾아 바늘로 찌른다.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하면 마녀로 판정되는데, 바늘의 뭉툭한 부분으로 찌르거나, 누르면 들어가는 바늘로 개조해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괴로워하며 피를 흘려도 역시 악마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간주되었다.

물 시험은 피고를 깊은 물에 빠뜨려서 떠오르면 마녀로 판정하고 가라 앉으면 무죄가 되는 시험이고,<자료6> 불 시험은 달궈놓은 쇠판을 걷게 하여 사망하면 무죄, 살아나면 마녀로 판정되는 시험이었다.

마녀로 판정하여 처벌하기 위해선 본인의 자백이 반드시 필요했는데, 자백을 하면 산채로 화형에 처해질 것이었다. 자백은 보통 고문을 통해 받아냈다. 고문은 다양했다.<자료7> 온몸에 가시를 두른 채 바닥에 굴리거나, 입에 깔때기를 끼우고 수십 리터에 달하는 물을 강제로 먹인 다음 부풀어오른 배에 뛰어내리는 고문, 손과 발을 하나씩 끊어내고 여기에 뜨거운 기름을 붓는 고문도 있었고, 물과 함께 부드러운 천을 삼키게 하고는 나중에 그 천을 확 잡아당겨서 내장을 손상시키는 고문, 부츠를 신기고 그 안에 뜨거운 물이나 끓는 납을 흘려 넣는 고문도 있었다. 고통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결국 자신이 마녀 집회에 가서 악마와 성관계를 하고 아기들을 잡아먹었으며 가뭄과 냉해를 일으키고 사람들을 저주했다는 억지 자백을 하게 된다.

<자료7-1> 물을 강제로 먹이는 고문
입에 깔때기를 끼우고 수십 리터에 달하는 물을 강제로 먹인 다음,
부풀어오른 배에 뛰어내리는 고문도 있었다.
(출처: https://stroysystems.ru/ko/installation/zheleznaya-deva-zheleznaya-deva—odno-iz-samyh-strashnyh-orudii.html)
<자료7-2> 고문도구 아이언 메이든 (철의 처녀)
성모 마리아의 모습으로 제작된 고문 도구, 사람을 가두고 문을 닫으면 내부의 쇠창살에 찔려 죽는다. 이단자가 그 안에 들어가면 육체의 고통이 영혼을 정화시키며, 마리아가 그를 가톨릭 신앙과 교감하게 하고 모든 죄를 용서함을 상징한다고 한다. (출처: 위키미디어)

<자료8> 마녀들의 연회
중세의 사람들은 마녀들이 정기적으로 악마가 주최하는 연회에 모인다고 믿었다. (출처: 위키피디아)

마녀들은 정기적으로 악마와의 연회를 가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자료8> 마녀로 불려온 사람은 연회에서 본 다른 마녀를 지목해야 했고, 잔인한 고문 끝에 자신이 아는 아무 사람이나 마녀로 지목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식으로 세상에 악재와 불행을 몰고 온다는 마녀를 끊임없이 제거해갔지만, 이제는 이웃 간의 신뢰까지 무너지며 더욱 각박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위 내용들은 만화나 영화에 나오는 소재가 아니라 과거에 실제로 존재했던 일이다. 프랑스의 개신교 사상가 칼뱅은 “성서는 마녀가 존재하며, 마녀는 도살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 하나님이 주신 법이 만물의 법이다.”라고 말했다. 마녀사냥의 근거는 자신들의 경전에 나와있다는 것이었지만, 비상식적인 내용을 맹신하는 것이 합리적이거나 과학적이지는 않다.

세계 종교 탐구 왜 여전히 미신을 믿는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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