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교 탐구 <57>성수의 성스러움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①
2024년 12월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프랑스 코르시카 섬을 방문했다. 교황이 코르시카를 찾은 것은 가톨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고, 당일 아침 거리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바티칸 공보실에 따르면, 교황은 교황 전용차 포프모빌을 타고 군중 사이를 천천히 이동하다가 성 요한 세례당에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는 포프모빌 위에서 군중을 향해 성수라며 가져온 물을 뿌렸다. 성수채 끝에서 물방울이 공중에 흩어졌고, 사람들은 이를 보며 핸드폰으로 촬영하거나 손으로 십자가를 그리며 기도했다.<자료1>
이렇게 성수를 뿌리는 행위는 교황의 특별한 행사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각종 의례에 성수를 사용하는 것은 가톨릭의 오랜 전통으로,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익숙한 장면이다. 성당 입구에는 늘 작은 물그릇이 놓여 있다. 신자들은 성당에 들어서며 그 물에 손가락을 적신 후 이마와 가슴에 십자를 긋는다. 가톨릭에서 성수라 믿는 이 물은 단순한 물이 아니라, 악을 쫓고 죄를 씻으며 보호와 축복을 가져오는 물로 여겨진다. 이에 교회는 신자들이 각 가정에서도 성수를 사용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
일반 물을 성수로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톨릭 용어 사전에 따르면, 물이 부패하지 않도록 소금을 넣은 후, 사제가 축성을 하면 성수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성스러운 물이라는 성수와 일반 물 사이에는 실제로 확인 가능한 차이가 있을까? 이것은 믿음의 차원으로 남겨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간과할 수 없는 질문이다. 그 믿음으로 인해 성수는 매번 신자들의 손과 몸에 직접 닿고, 상황에 따라 환자와 병실, 장례식장과 묘지, 가정과 공공장소, 구마의식 등에 뿌려지기 때문이다. 이번 『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성수의 능력을 검증했던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고, 성수의 능력이 객관적으로 증명된 사례가 있는지 검토해 볼 것이다.
<자료1> 교황 전용차에서 성수채로 물을 뿌리고 있는 교황 프란치스코
2024년 12월 15일 프랑스 코르시카 섬을 방문한 교황 프란치스코가 포프모빌 위에서 군중을 향해 성수라며 가져온 물을 뿌리고 있다. (출처: Reuters, Shalom World News)
▣ 성스럽다던 물을 바티칸 스스로 치워버리다
성수가 악을 정화하는 신성한 힘을 지녔는지 어떻게 실증적으로 증명될 수 있을까? 퇴마 영화 속에서는 성수가 성스러운 힘을 가진 것처럼 보이게 하는 연출이 자주 등장한다. 영화에서 성수는 악마가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였으며, 악령을 퇴치하는 즉효약으로 묘사돼 왔다. 예를 들어 성수가 몸에 닿자마자 악령의 살이 타들어가는 장면은 이미 영화팬들 사이에 익숙하다. 2005년, 퇴마를 소재로 한 영화 《콘스탄틴》에서는 주인공이 은십자가를 물탱크에 넣어 대량의 성수를 만들고, 이를 천장의 스프링클러로 뿌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런데 2019년 7월, 콜롬비아의 항구도시 부에나벤투라에서도 구마를 목적으로 대규모 성수 살포가 진행된 적이 있다. 구마에 성공한다면 성수의 힘이 실증적으로 증명되는 것이었다.
헬리콥터를 동원해 도시 전체에 성수를 뿌리겠다는 사상 초유의 프로젝트를 계획한 것은 부에나벤투라의 주교 루벤 다리오 야라밀로 몬토야였다. 몬토야 주교는 이 지역의 불안한 치안과 계속되는 마약 밀매 및 흉악범죄가 악령의 세력이 커진 탓이라 판단했고, “부에나벤투라 섬 전체에 성수를 뿌려 항구를 파괴하는 모든 악령을 쫓아내고, 하느님의 축복이 임하여 거리의 모든 악이 사라지기를 바란다.”며 이 계획을 예고했다. 세계적 주목을 받은 이 대규모 퇴마의식은 7월 13일 치러졌는데, 헬리콥터를 확보하지 못해 실제로는 소방차를 타고 도시를 돌았다. 주교는 소방차 위에 양동이째로 성수를 받아놓고 성수채를 이용해 사람들과 거리에 뿌렸으며, 최근 살인이 발생한 곳과 폭력 피해가 컸던 지역 위주로 축복했다.<자료2> 그러나 성수 축복 이후 영화와 같은 대단한 퇴마 효과가 관찰될 수 있을지를 묻는 물음에, 몬토야 주교는 “성수의 효과는 서서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나타난다.”며 둘러댔다. 그리고 1년이 지나도록 흉악범죄가 얼마나 줄었는지 교회 측의 공식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부에나벤투라시와 법무부가 공개한 마약 압수량은 성수를 살포한 해인 2019년 약 6톤에서 이듬해인 2020년 약 16톤으로 2.6배 증가했고, 부에나벤투라시와 콜롬비아 국민권익옹호기관에서 공개한 살인 사건 발생 건수는 2019년에 111건, 2020년에도 111건, 2021년에는 194건으로 살인 사건이 줄어들지 않거나 증가했다. 실험 결과, 성수가 악령을 퇴치한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고, 오히려 악령의 소행이라던 흉악범죄가 증가했다는 결과만 남게 되었다.
<자료2> 소방차에서 성수를 뿌리고 있는 몬토야 주교
2019년 4월 콜롬비아 부에나벤투라의 몬토야 주교는 도시의 흉악범죄를 악령의 소행으로 보았고, 구마를 한다며 소방차를 타고 양동이에 받아놓은 물을 성수채로 뿌리고 있다. (출처: Global News)
그런데 2020년, 이번에는 미국 미시간주 먼로 카운티에서 실제로 비행기를 타고 대규모 성수 살포를 진행했다. 때는 2020년 4월 5일, 미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망자 수가 폭증하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성 미카엘 대천사 성당의 필 칭 신부는 물을 축복해 성수를 만들고, 그 성수를 펌프가 달린 용기에 옮겨 담았다. 그리고는 2인승 비행기를 타고 약 한 시간 동안 먼로 카운티의 모든 교회 위를 비행하며 성수를 뿌렸다. 칭 신부는 “주님께서 온 지역을 축복해 주시기를 기도하며, 예수님의 보혈이 교구 전체를 덮어 치유뿐 아니라 코로나19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시기를 간절히 빌었습니다.”라고 말했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악을 물리치고, 주님께서 우리나라를 보호해 주시기를 간구합니다.”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나 성수를 살포한 날로부터 먼로 카운티, 미시간주 전체, 미국 전체 사망자 수는 여전히 폭증했다. 미시간주 보건복지부 기록에 따르면, 4월 5일까지 사망자가 없었던 먼로 카운티는 일주일 만에 6명으로 늘어났고, 미시간주 전체는 617명에서 1,487명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같은 기간 미국 전체의 사망자 수도 10,618명에서 23,885명으로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그들 성수의 능력은 신부의 간구를 들어주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들의 신과 가장 가까이 소통한다는 교황이 머무는 곳, 가톨릭의 중심부인 바티칸의 선택은 달랐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자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은 2020년 3월 4일 일찌감치 성수대를 비웠다. 전염병이 몰고 온 현실적인 죽음의 위협 앞에서, 바티칸은 성수의 능력 대신 현대 의학의 방역 원칙을 믿은 것이다.<자료3>
이 장면은 상징적이다. 바티칸 밖에서는 성수가 악령을 몰아내고,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해 주기를 바란다며 하늘에서 성수를 뿌렸지만, 가톨릭의 본부에서는 성수를 신자들의 손이 닿지 못하게 치워 버렸다. 악을 물리치고 신자를 보호하길 기원하며 비치해 놓았던 성당의 성수가, 감염병 앞에서는 가장 먼저 치워져야 할 위험 요소임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이는 현실적인 성수의 한계를 외부 검증자가 아닌 가톨릭의 총본산 바티칸이 직접 보여주었다는 데 의의(意義)가 있다. 사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성수가 세균의 온상이며 질병의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연구 보고는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되어 왔다.
<자료3> 성수가 비워진 바티칸 베드로 성당의 성수대
악을 물리치고 신자를 보호하길 기원하며 비치했 놓았던 성당 입구의 성수를,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자 가톨릭의 본부 바티칸부터 감염 위험 요소로 판단해 치워버렸다. (출처: Catholic Review)
▣ 오염된 물도 성수로 믿다
2002년 환경 미생물학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Microbiology》에는 「성수대는 병원성 세균의 온상이다」라는 연구 논문이 실렸다. 스페인 세비야의 여러 유명 성당 성수대의 미생물 오염 실태를 조사한 내용이었다. 연구진은 성당에 들어오는 신자들이 손가락을 성수에 담근 뒤 그 손으로 이마에 십자 성호를 긋고 입술까지 만지는 모습, 유아들이 성수를 만지고는 손가락을 입에 넣는 모습 등을 확인했고, 이에 성수대가 병원균 전파 경로가 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조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예상보다 더욱 충격적이었다. 성수에서는 분변 오염 가능성의 지표인 대장균군을 비롯한 장내세균, 각종 병원성 세균이 널리 검출되었다. 한 성당에서는 일반 세균과 대장균군(Coliforms)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분석될 정도였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세균이 많이 검출됐다는 사실보다 병원성 세균이 검출됐다는 사실이다. 성수에서 검출된 37종의 세균 가운데 30종이 인간 병원체로 알려져 있다. 검출된 균에는 살모넬라(Salmonella spp.), 슈도모나스(Pseudomonas spp.), 바실러스(Bacillus spp.),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spp.), 아시네토박터(Acinetobacter spp.) 등이 포함되었다. 연구진은 오염된 성수가 면역이 약한 사람, 영유아, 노인, 병약자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성수대가 병원성 세균의 온상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지적했다.
연구진은 또한 오염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가톨릭의 전통을 존중하여 다량의 소금을 첨가하는 방법을 검토했다. 실험 결과 20% 이상의 농도가 되어서야, 위 조사한 세균들이 모두 억제되었다. 이는 소금 농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바닷물보다 6배 이상 진한 수준이었고, 연구진은 이 농도의 소금물은 성수대의 대리석을 손상시킬 수 있다며 주의를 주었다. 이 정도로 소금을 넣어야 부패를 방지할 수 있다면, 그 성수는 소금물 정도가 아니라 방부용 염장액(鹽藏液)이라 해야 할 것이다.
2012년 오스트리아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수질과 공중보건 분야 국제학술지《Journal of Water and Health》에는 「성스러운 샘물과 성수: 간과된 질병의 원인인가?」라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비엔나 의과대학 위생 및 응용면역학 연구소는 오스트리아 동부의 성스러운 샘물
(성수로 여겨지는 성당 주변의 지하수 샘) 21곳에서 50개 샘플, 비엔나의 성당 16곳과 병원 내 예배당 2곳의 성수대에서 53개 샘플을 채취해 미생물 및 화학 검사를 진행했다. 사람들이 마시거나 몸에 뿌리는 성수가 실제로 위생적으로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조사 결과, 성스러운 샘물 중 식수 기준을 충족한 것은 14%뿐이었고, 취수 시설의 위생 상태와 오염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조사 대상 중 어느 곳도 식수로 권장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50개의 샘플 중에서 분변 오염 지표균인 대장균군(Coliforms)은 76%, 분변성 세균인 대장균(E.coli)은 38%가 검출되었고 일부 샘물에서는 화농성 감염과 패혈증을 유발하는 녹농균(P. aeruginosa), 염증성 설사를 유발하는 캄필로박터 균(C. jejuni)까지 검출되었다. 또한 많은 샘물들이 농업 비료, 분뇨 오염에서 기인하는 질산염(窒酸鹽,Nitrate)으로 심하게 오염되어 있었다.
성당과 병원 내 예배당의 모든 성수에서도 일반 세균이 고농도로 검출되었고,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성당에서는 분변 지표균(Coliforms), 병원성 세균인 녹농균(P. aeruginosa), 황색포도상구균(S. aureus)도 검출되었다. 이에 연구진은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들이 드나드는 병원 내 예배당의 경우, 성수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료4>
<자료4> Water & Health 저널 표지와 병원 내 예배당의 성수대
비엔나 의과대학 연구진은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들이 드나드는 병원 내 예배당의 경우, 성수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출처: IWA publishing)
실제로 성수가 병원균 감염의 원인으로 지목된 사례들도 다수 보고되었다. 1992년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BMJ)》에서는 「성령? 다발성 외상 환자에게서 발생한 녹농균 감염의 특이한 원인」이라는 연구 논문이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1989년 2월, 영국 버밍엄 병원에 19세 남성이 입원했다. 그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 생명을 위협하는 다발성 외상을 입었지만, 수술 후 어느 정도 회복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혼란, 발열, 빠른 호흡, 초록색 가래가 나타났고, 검사 결과 녹농균 폐렴으로 확인되었다. 처음에는 병원에서 감염원이 무엇인지 찾지 못했다. 그런데 의료진 중 한 명이 환자의 이모가 병문안을 와서 환자에게 성수를 듬뿍 뿌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의료진은 즉시 중단시켰고, 남은 성수를 검사실로 보냈다. 그 결과 성수에서 녹농균이 검출되었고, 환자에게서 나온 녹농균과 세부 유형까지 일치했다. 병원 안에서는 이와 유사한 균이 검출되지 않았고, 연구진은 환자에게 뿌렸던 성수가 질병 감염원이었다고 결론지었다.
1996년 병원감염학 국제학술지 《Journal of Hospital Infection》에 실린 연구 「성수—병원 감염의 위험 요인」에도 영국 병원 화상 환자의 감염 사례가 실렸다. 1994년 5월, 53세 남성이 전기 사고로 전신의 80%에 3도 화상을 입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그의 가족들은 상태가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며 환자에게 성수를 반복적으로 뿌렸다. 이후 환자의 화상 부위와 기관 흡인물에서 폐렴 등의 중증 감염을 유발하는 항생제내성균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가 검출되었는데, 가족이 사용한 성수에서도 같은 균이 검출되었다.
연구진은 성수의 위험성을 확인하기 위해 성수 샘플 13개를 추가로 검사했다. 검사 대상은 치유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프랑스 루르드의 물 9개, 성모 순례지로 알려진 영국 월싱엄의 물 2개, 예수가 세례를 받은 강으로 알려진 요단강의 물 2개였다. 13개의 샘플 모두 세균 수가 높게 측정되었고, 검출된 균에는 녹농균, 대장균, 엔테로박터, 에어로모나스, 아시네토박터 등이 포함되었다. 일부 샘플들에서는 질염을 유발할 수 있는 곰팡이 칸디다균(Candida spp.)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결과에 연구진은 환자나 병실에 성수를 직접 뿌리는 행위는 피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위와 같이 성수가 병원성균에 오염돼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었음에도, 유명 성지인 루르드의 물과 요단강의 물은 가톨릭 성물 판매 사이트나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활발히 판매되고 있으며,<자료5> 치유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루르드 성수의 경우, 일부 판매자는 여전히 환자에게 선물할 것을 권하고 있다.
<자료5> 국내외 가톨릭 성물 판매사이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성수들
성수가 병원성균에 오염돼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었음에도, 유명 성지인 루르드의 물과 요단강의 물은 가톨릭 성물 판매 사이트나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활발히 판매되고 있다. (출처: 네이버 스토어 가톨릭 성물샵, 쿠팡, 아마존)
그런데 2025년에는 심지어 성수로 인한 감염으로 환자가 사망까지 한 사례도 보고되었다. 감염병 사례보고 전문 학술지 《IDCases》에 실린 논문 「그다지 성스럽지 않은 성수」에 따르면, 항암치료를 받던 67세 여성에게 갑자기 폐렴 증상이 나타났는데, 조사 결과 환자의 기관 흡인물에서 수인성(水因性) 세균인 엘리자베스킹기아 아노펠리스(Elizabethkingia anophelis)가 검출되었다. 이는 주로 물을 통해 전파되며, 면역저하자에게 폐렴과 균혈증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체로, 일반적으로 병원 내부 경로로는 감염될 수 없는 균이었다. 그런데 추가 조사 과정에서 환자 가족이 성수를 비위관(鼻胃管)을 통해 직접 투여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 성수를 유력한 외부 감염원으로 결론지었다. 이후 환자는 같은 균에 의해 균혈증까지 겪었고, 항생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추가 감염과 장기부전, 출혈이 겹치며 결국 사망했다. 성수의 효과를 기대했던 간절한 믿음이 오히려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처럼 다수의 의학 연구가 실제 감염 사례를 동반한 성수의 오염 실태를 명백히 증명해 왔음에도, 성당을 찾는 이들에게 성수는 세균의 번식처가 아니라, 여전히 신의 축복이 깃든 영험하고 거룩한 물로 소비되고 있다. 어떻게 실제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경고에도 불구하고, 성수가 신성한 물이라는 주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일까?
2017년 물 연구 분야 학제간 학술지 《WIREs Water》에 실린 논문 「성수: 거룩함을 정의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 물의 작용」에서는 여러 종교에서 성수가 어떻게 거룩함의 매개로 이해되는지를 분석했다. 논문은 시체, 각종 폐기물, 하수로 오염된 강을 신성한 강으로 여기며 그 물에서 목욕하고 마시는 힌두교, 예로부터 성수를 장례 의식, 질병 치료, 악령 퇴치, 밭, 재산, 가축을 보호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해왔던 기독교의 사례를 들며, 성수는 실제로 정화되는 물이어서 성스러운 것이 아니라, 신자들의 믿음과 의례 속에서 정화와 축복의 상징성을 부여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교황청 신앙교리부 산하 신학 자문기구인 국제신학위원회에서 밝힌 ‘성수는 그 자체로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받아들여질 때 의미를 갖는다’는 지침과도 일치한다. 성스러움이 물 자체의 실질적 효능이 아니라 믿음과 상징 속에서만 유지되는 것이라면, 오염된 성수도 여전히 거룩하고 성스럽다고 할 수 있을까?
2012년 3월, 인도 뭄바이의 한 성당 예수상 발끝에서 성수가 흘러내린다는 소문이 퍼지며 수천 명의 신도들이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기적이 일어났다며 이 물이 모든 병을 낫게 해준다는 믿음으로 예수의 발에서 흐르던 그 물을 받아 마셨다. <자료6>성당의 신부도 기도 중간에 그 물을 신도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러나 국제합리주의자 협회장 에다마루쿠가 성수의 출처를 추적한 결과, 근처 화장실의 하수도 물이 예수상 안으로 흘러들어가 발끝의 작은 구멍을 통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화장실 물을 성수라며 마시고 있던 것이다.
<자료6> 예수상 발에서 흐르는 물을 받아 마시려는 사람들
2021년 인도 뭄바이의 가톨릭 신자들은 예수상 발에서 흐르는 물을 성수라며 받아 마셨지만 화장실 하수관 물로 밝혀졌다. 이를 밝혀낸 사람은 신성모독죄로 고소당했다. (출처: Infobae)
이에 가톨릭교회 측은 에다마루쿠를 신성 모독죄로 고소했다. 종교적 믿음에 고의로 흠집을 냈다는 이유였다. 에다마루쿠는 “나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최소한 그 더러운 물을 사람들에게 더는 나눠주지 않게 도와줬잖아요.”라며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감사 대신 돌아온 것은 살해 협박이었다. 에다마루쿠는 결국 외국으로 피신해 망명자 신세가 되었다. 인권변호사 곤실베스는 “신성모독죄가 성립하려면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행동을 해야 합니다. 그가 뭘 잘못했습니까? 가설이 아닌 합리적인 설명을 한 것뿐이에요.”라며 성수라고 알고 있던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했을 뿐, 애초에 모독할 신성이 없었음을 지적했다. 믿음과 의례가 성스러움을 만든다는 논리라면, 병원균에 오염된 성수도, 예수상 발끝에서 흘러나온 화장실 물도, 성수라 믿는 순간 성수가 되어버린다.
아이러니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교회는 분명히 성수의 힘이 물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믿음과 의례 속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성수는 현실을 직접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정화와 축복을 상징하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실제 역사 속에서 가톨릭은 성수를 단순한 상징처럼만 다루지 않았다. 성수가 실제로 악을 물리치고, 병을 고치는 영험한 효력이 있는 것처럼 연출해왔다. 심지어 물에 소금을 넣어 썩지 않도록 하고자 하는 모습도 보였다. 물 자체의 효능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일반 물보다 우수한 힘이 있길 바랐던 것이다.
여기서 결국 성수 신앙의 모순이 생겨난다. 오염된 성수, 효능이 없는 성수에 대해 해명할 때는 ‘믿음의 상징’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바람대로 성수가 현실에 작용하는 능력 있는 것처럼 다루어 온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언제부터, 어떤 식으로, 성수에 정화와 치유의 능력이 있는 것처럼 연출해 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