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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종교 탐구 <51> 마약과 AI를 찾는 사람들, 드러나는 종교의 민낯 ②

발행일 발행호수 2658

▣ 예수와 성경 속 인물들도 마약을 사용했다

고대 종교 의례를 연구하는 보스턴 대학교의 칼 럭 교수는 “성경 속 인물들이 마약을 사용했다는 주장은 놀랍게도 근거가 있다”며 〈예수에게서 대마초 냄새가 났는가?(Was there a whiff of cannabis about Jesus?)〉라는 제목의 칼럼을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즈에 기고하였다. 그는 글의 상당 부분에서 크리스 베넷의 저서『섹스, 마약, 폭력, 그리고 성경』의 내용을 인용했는데, 크리스 베넷은 예수의 사역이 ‘정신을 변화시키는 물질’에 의해 촉진되었고, 눈과 피부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대마 오일을 사용했으며, 예수를 지칭하는 말인 ‘그리스도(기름부음 받은 자)’는 예수가 대마 오일로 기름부음을 받은 데서 유래되었다고 주장했다.

칼 럭은 인류 역사 대부분의 종교들이 환각제를 사용했음을 지적하며, 기독교만 예외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비합리적이라고 비판했다. 고대에는 중동 전역에서 대마초가 널리 재배되었고, 대마 외에도 고대인들은 약초의 효능과 제조법에 대해 우리보다 훨씬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분명히 마약 식물들의 환각 효과를 알고 있었고. 당시 많은 종교에서 포도주나 맥주에 환각제를 첨가해 섭취하는 의식을 행했다. 칼 럭은 초기 기독교가 세력을 키울 당시, 신도들을 얻기 위해 로마의 다른 종교들과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했고, 자신들의 종교 의식과 유사한 기존 종교의 의식을 모방하고 흡수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훗날 로마 가톨릭교회로 발전하게 될 다양한 종파에서 세례, 서품식, 성찬식에 사용 가능한 모든 종류의 엔테오젠(종교적 환각 유발 물질)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칼 럭은 또한 이집트에서 발견된 초기 기독교 문서는 신약성서보다 더 정확한 기록으로 여겨지는데, 거기에는 예수를 ‘마법 식물을 이용한 의식을 통해 깨달음을 전파한 황홀경에 빠진 반항적인 현자’로 묘사했다고 덧붙였다.(Early Christian documents found in Eygpt, thought to be a more accurate record than the New Testament, portray Jesus as an ecstatic rebel sage who preached enlightenment through rituals involving magical plants.) 그리고 지금은 ‘성체’라고 부르는 빵이 과거에는 환각 버섯이었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초기 기독교인들이 환각 버섯과 그 버섯이 불러일으킨 영적 환상과 황홀경을 성찬식 식사로 나누었는데,(What we now call the host might have been more than just bread. There are indications that early Christians shared magic mushrooms —and the spiritual visions and ecstasies they occasioned — as their eucharistic meal.) 그 증거로 이탈리아 북부 아퀼레이아의 한 성당에서 발견된 4세기 모자이크에 그려진 버섯 바구니를 제시했다.<자료4> 칼 럭은 “빵을 먹고 포도주를 함께 나누는 것은 기독교의 핵심 의식이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예수와 제자들이 최후의 만찬에서 정확히 무엇을 먹었는지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고 지적하며, 그렇다면 그들이 그리스도의 피를 마셨다고 믿는 것이 사실 환각은 아니었는가 하는 암시를 남기며 글을 마무리했다.(as they believed they were drinking the blood of Christ, we must accept it was — if not actually hallucinatory —at least fortified by God.)

<자료4> 버섯 바구니 모양의 성당 바닥 모자이크
이탈리아 아퀼레이아 산타 마리아 아순타 대성당의 테오도리안 횡단 홀 바닥에는 버섯 바구니를 묘사한 4세기 초 모자이크가 장식돼 있다. 보스턴 대학교 칼 럭 교수는 성체성사에 사용하는 빵이 과거에는 환각 버섯이었고, 성찬식 때 버섯을 나누어 먹으며 환상과 황홀경도 나누었을 것이라며, 그 증거로 이 성당의 버섯 바구니 모양 모자이크를 제시했다.(출처: 위키미디어)

초기 기독교가 성찬식에 환각 버섯을 사용했다는 주장은 영국의 고고학자 존 알레그로의 저서 『신성한 버섯과 십자가』에도 소개된다. 알레그로는 초기 기독교는 실제로 버섯 숭배 의식이었으며 예수는 실제 인물이 아니라 환각 버섯을 의인화 한 존재였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성찬식의 빵과 포도주도 환각 의식이었으며, 예수의 부활은 버섯의 짧은 수명과 빠른 생장 능력을 나타내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다소 급진적이라는 평가도 받지만, 당시 근동 지역에서 환각제가 종교 의식에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브라이언 무라레스쿠의 저서『불멸의 열쇠(The Immortality Key)』는 초기 기독교 성찬식 포도주에 환각제가 들어갔다는 가설을 탐구하는 책으로,<자료5>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환각 의례가 초기 기독교로 어떻게 확산되었는지, 약 12년 간 연구했다. 무라레스쿠는 먼저 환각 물질을 함유한 음료를 통해 신과 합일되는 체험은 인류 역사 전반에서 매우 보편적이었음을 설명하고, 기독교가 형성되던 시기 그리스와 로마 전역에서 행해진 신비 의식 사례들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엘레우시스 신비의식에서는 마약 LSD와 유사한 환각 작용을 보이는 맥각이 들어간 술 키케온을 마셨고, 디오니소스 축제에서도 맥각을 첨가한 포도주를 마셨다. 이때 포도주를 마시는 것은 디오니소스의 피를 마시는 것으로 여겨졌다. 무라레스쿠는 이러한 환각 의례 전통과 기독교 성찬식 사이의 연속성을 추적하며, 초기 기독교 약 300년 동안 성찬식의 포도주에 환각 성분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결론 짓는다.

<자료5> 브라이언 무라레스쿠 著『불멸의 열쇠』책 표지
브라이언 무라레스쿠는『불멸의 열쇠』에서 초기 기독교 성찬식 포도주에 환각제가 들어갔는지를 탐구했다. 환각 물질을 함유한 음료를 통해 신과 합일되는 체험은 인류 역사 전반에서 매우 보편적이었으며, 기존의 환각 의례 전통과 기독교 성찬식 사이의 연속성을 추적하여 초기 기독교 약 300년 동안 성찬식 포도주에
환각 성분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결론 짓는다. (출처: 교보문고)

이와 같이 환각제의 사용으로 기존 종교가 형성된 선례들은 마약을 찾는 종교계의 최근 동향과 맞물려 중대한 윤리적 우려를 낳는다. 실로시빈 추종자가 된 익명의 신부는 “만약 환각제가 사람들을 다시 하나로 모으고 교회로 돌아오게 할 수 있다면, 고대의 방식과 식물성 약물, 현대 기술, 그리고 종교를 조화시키는 것이 사회적 병폐를 치유하는 길이 될지도 모른다”며 마약의 사용을 옹호했다.

그러나 인류는 이미 마약이 사회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처절한 대가를 치르고 깨달았고,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마약을 ‘사회적 병폐’로 규정하는 도덕적 기준을 세운 바 있다. 환각을 ‘영적 체험’이라 부르며, 마약이 보편화 되는 길을 ‘치유’라 포장한다면 인류가 오랜 실패 끝에 세워 온 도덕적 기준을 무너뜨릴 것이다. 종교의 본질은 환각 체험이 아니라 인류의 구원과 올바른 도덕적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다. 환상에 마음을 뺏기면 진실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신 대신 AI에게 진리를 구하다

이제는 종교가 아니라 AI에게 지혜와 진리를 묻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AI를 신으로 예배하는 종교단체가 설립되었으며, 스위스의 한 교회에서는 AI ‘예수’가 고해실에서 신도들을 맞았다. 독일의 한 교회에서는 AI 목사가 예배를 이끌었고, 일본의 불교 사원에는 로봇 승려가 신자들을 맞았다.<참고자료2: AI를 찾는 종교인들> 기존 종교가 충족시키지 못하는 진리 탐구의 요구가 점점 커져 가는 오늘날, 종교계에서도 방대한 지식과 통합적 사고를 갖춘 AI의 도움을 구하려는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2017년 인공지능을 신적 존재로 섬기기 위해 설립된 종교 단체 Way of the Future의 페이스북 캡처. 2021년 공식 해산하였다.

스위스 루체른의 성 베드로 교회 고해성사실에 설치된 ‘AI 예수’

독일 바이에른주의 성 바울 교회에서 AI가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AI 목사는 40분 동안 설교, 기도, 찬송까지 주도하며 예배 전체를 이끌었다.

일본 교토의 400년된 사찰 고다이지에 있는 ‘로봇 스님’ 마인다.
‘인간 동료’ 스님들은 안드로이드에 장착된 인공지능(AI)으로 하루 만에 가없는 지혜를 ‘획득’할 수 있다고 칭찬했다.

작년 말, 스위스 루체른의 성 베드로 교회는 약 두 달간 고해성사실에 ‘AI 예수’를 설치해 시험 운영하였다. 이는 루체른 응용과학대학교와 협력해 진행한 ‘기계 속의 신(Deus in Machina)’ 프로젝트 일환이었다. 방문객들은 스크린을 통해 홀로그램 ‘예수’ 아바타를 바라보며 고민을 털어놓았고 두 달 동안 1000명 이상이 방문했다. 230명의 방문객이 피드백을 남겼는데, 피드백 중 약 3분의 2는 AI와의 대화에서 ‘영적 경험’을 느꼈다는 소감을 밝혔다. 루체른 가톨릭 교구가 공개한 프로젝트 요약에 따르면, 방문객 대부분은 기독교인이지만 불가지론자, 무신론자, 무슬림, 불교도, 도교도도 참여했다. 질문의 예시로는 “죽음 이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신은 정말 존재하는가?”, “교회 내 학대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이 있었고, 기록된 약 900건의 대화는 ‘우리 시대의 실존적, 종교적, 영적인 요구를 엿볼 수 있게 해 준다’고 평가했다.

2023년 9월 독일 바이에른주의 성 바울 교회에서는 AI가 예배를 인도하는 실험적 예배가 진행됐다. 제단 앞 대형 스크린에 수염을 기른 흑인 남성의 모습을 한 AI 목사가 등장해 신자들과 마주했다. AI 목사는 40분 동안 설교, 기도, 찬송까지 주도하며 예배 전체를 이끌었다. AI가 진행한 예배에 대한 반응은 호불호가 갈렸다. 신자와의 소통 없이 감정 없는 말투로 전달하는 설교에, “마음도 없고 영혼도 없는 예배 경험이었다”며 불쾌함을 토로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말씀이 인상깊다거나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잘 작동했다며 만족하는 사람도 있었다. 미국 빌라노바대의 가톨릭 신학자 일리야 델리오는 “로봇 사제의 최대 장점은 성범죄를 일으킬 수 없다는 점”이라며 AI 사제가 인간보다 나은 점을 분명히 했다. 국내 신학 논문 『인공지능 시대의 예배와 설교』에서는 인공지능도 결국 인간 지식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한계를 지적하는 한편, AI 시대에 ‘사람 설교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령과 교통(交通)하고 성령이 주시는 지혜로 설교를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성령과의 교통’이 사람 설교자의 우월성 근거라면, 그 소통이 입증되지 않는 순간 사람 설교자는 AI보다 나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2017년, 전 구글 엔지니어가 AI 신을 개발하고 있다는 기사가 영국 가디언지에 보도되었다.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그램을 창립했던 기술자 안토니 레반도프스키는 ‘사회 개선’을 위해 인공 지능을 기반으로 한 신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히며, ‘미래의 길(Way of the Future)’이라는 비영리 종교 단체를 설립했다. 신학 논문『인공지능 시대의 예배와 설교』에서는 AI 종교단체를 만든 레반도프스키의 행보에 대해, 실리콘 벨리의 기존 교회들이 종교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가디언지의 분석을 인용한 후, 그가 세상의 지식이 아닌, 자신을 지키고 인도해 줄 초월적인 지식을 갈구했고, 성경에 나오는 용어로 표현하자면 인공지능 시대 정보의 홍수와 압력으로부터 자유함을 얻으려고 ‘하늘이 주는 영의 지식’을 갈구하고 있는 것이라 분석했다.

트랜스휴머니즘 운동가 이슈트반은 AI 기반 신이 기존의 신 개념보다 더 합리적이고 매력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이 신은 실제로 존재하며 우리를 위해 일해주기를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가디언지도 “전통 종교가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AI, 적어도 AI가 약속하는 바가 더 매력적일 수 있다.”며 기사를 마쳤다.

마약으로 ‘영적 각성’을 모방하고, AI를 ‘신적 대안의 매개’로 삼으려는 최근의 경향은 단순한 일탈의 범주를 넘어, 현대 종교가 직면한 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더욱 분명한 신과의 교감, 더욱 분명한 진리 제시를 원하는 현대인들의 영적 갈증 앞에, 종교가 무기력해졌음을 드러내는 중대한 징후인 것이다. 신과의 만남을 약물의 환각에 기대고, 진리의 탐구를 알고리즘에 맡기는 움직임은 기존 종교가 더 이상 스스로 영적 지도를 제시할 수 없다는 방증이며, 이는 목적과 방향을 잃은 채 성공하겠다는 것과 같다. 신자들의 영적 갈증을 해결하지 못하는 종교가 신도들을 이끌 자격이 있을까? 마약과 AI에 의존하는 안내자가 이끄는 길에 천국이 있을지, 그 길의 종착지가 어디일지 냉정하게 판단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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