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우리나라에서 비싸게 팔리는 외국 차를 다른 나라에서 사면 훨씬 싼 값에 살 수 있고, 거꾸로 우리나라에서 싸게 살 수 있는 휴대 전화는 외국에서 비싼 값에 팔리기도 하는데, 이렇게 같은 물건이 나라마다 다른 값에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관세’ 때문입니다. 관세는 상품이 한 나라의 국경을 통과할 때 내는 세금이랍니다.
유럽연합(EU)의 경우는, 유럽의 여러 나라가 경제적으로 하나로 묶여 있어 국경을 통과해도 서로 관세를 물지 않고 자유롭게 무역을 하고 있으며, 특정한 나라들끼리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면, 그 나라 간에는 관세를 낮추거나 물리지 않는답니다.
하지만, 자유무역을 하면, 각 나라마다 유리한 측면과 불리한 측면이 모두 있기 마련이죠. 우리나라의 경우에 철강, 반도체, 자동차 산업 등은 수출로 큰 이익을 보게 되지만, 쇠고기나 농산물의 경우에는 수입농산물이 훨씬 싸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보호가 필요합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바나나와 수입산 쇠고기를 값싸게 먹게 되었지만, 한우 농가는 어려워지게 된 경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각 나라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려고 물품을 수입할 때 관세를 올리게 되는 경우에는 수입품의 가격이 비싸지므로, 국민들은 되도록 자기 나라의 물품을 사게 됩니다. 이를 보호무역이라고 하며, 보호무역의 수위가 높아지는 경우에는 국가들 간의 무역 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습니다. 무역 전쟁은 자기 나라의 기업을 우선시하고 다른 나라의 동종 업종기업을 견제하는 일종의 국가적 정책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개선을 위해 철강과 알루미늄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사실상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세계 각국은 미국의 이러한 보호무역주의 행보에 강하게 반발하는 동시에 협상의 여지를 찾느라 분주한 상황입니다. 일본은 미국과 굳건한 동맹 관계를 강조하며 자신들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호소했고, 중국과 EU는 각각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경고하며, 미국이 이번 조치를 고수할 경우 강경하게 대응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올해 1월 한국산 세탁기(미국의 월풀세탁기를 보호하기 위해)와 태양전지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결정하여 우리나라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지난 3월 8일, 트럼트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캐나다와 멕시코만 제외)하기로 한 행정 명령에 서명하였고, 이는 3월 23일부터 효력을 가지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2012년부터 발효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개정 협상 중인데, 3월 15일~16일에 워싱턴에서 미국무역대표부(USTR)와 3차 협상이 있었으나,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한 상황입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미국의 관세 면제 대상국이 되기 위해 막판 협상까지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미국 안에서도 트럼트 대통령의 이번 관세 조치에 대해 논쟁이 지속되고 있고, 국무장관이 경질되는 등 파장이 큰 상황입니다. 더 심각한 무역 전쟁으로 번지지 않고 세계 각국이 같이 성장할 방안을 찾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
*세이프가드-특정상품의 수입급증으로부터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취하는 긴급수입제한 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