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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한글 만들어진 날 기념하는 거 아냐?”알고 보면 더욱 자랑스러운 한글과 한글날

발행일 발행호수 2588

▲ 유네스코에 등재된『훈민정음』 ‘해례본’ 중 ‘용자례’ 부분
『훈민정음』은 1446년 세종(世宗)의 주도로 간행된 책으로 문자의 창제 원리, 창제 시기, 창제자 등을 명확히 밝힌 세계 유일의 문자 해설서이다.『훈민정음』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62년 우리나라 국보 제70호로 지정되었고,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 책에 새 문자에 대한 해설[解]과 예시[例]가 기술되어 있다고 하여 ‘해례본(解例本)’이라 부른다. 『훈민정음』은 ‘어제 서문’, ‘예의’, ‘제자해’, ‘초성해’, ‘중성해’, ‘종성해’, ‘합자해’, ‘용자례’, ‘정인지 서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의 사진은 ‘용자례’ 부분으로 15세기 당시에 사용된 94개의 단어를 통해 한글을 쓰는 예시를 든 것이다. (출처: 국립한글박물관 보도자료)

지난 10월 9일, 우리나라는 574돌 한글날을 맞았습니다. 한글 창제 및 반포를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해 국경일로 지정된 한글날. 이처럼 문자가 탄생한 날을 알고 기념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걸 아시나요?

창제 기록이 있는 유일한 문자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한글
백성을 위해 만든 훈민정음

▣ 창제 기록이 있는 유일한 문자
문자는 보통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변화하고 발전하여 형성됩니다. 따라서 한자, 히라가나, 알파벳을 비롯한 세계 어느 문자도 누가, 언제, 왜, 어떻게 만든 것인지 그 기원을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한글은 창제자, 창제일, 원리와 목적, 심지어 사용 설명서까지 정확하게 기록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는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실로서 한글의 사용 설명서인 ‘훈민정음 해례본’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기록 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글의 창제 기록에는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 누가, 언제, 왜, 어떻게 만든 것인지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누가, 언제 그리고 한글날
세종실록과 훈민정음 해례본을 보면, 한글은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창제하였으며, 1443년(세종 25년)에 창제를 완료하여 1446년(세종 28년)에 사용을 반포했습니다. 해례본 서문 마지막에는 함께 만든 이들의 이름이 한 명 한 명 적혀있고, 해례본을 만든 이유와 만든 날짜가 기록돼 있는데, 이 날짜를 반포일로 하여 우리나라는 10월 9일을 ‘한글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북한은 창제일을 기준으로 1월 15일을 ‘조선글날’로 기념하고 있다고 합니다.

▣ 어떻게 – 과학과 철학을 담은 문자
한글은 매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제자(製字) 원리로 만들어졌습니다. 먼저 기본자를 만든 다음, 기본자로부터 가획, 합성의 원리로 파생시켜 나가는 이원적인 체계를 사용하였습니다.

자음의 기본자 ‘ㄱ, ㄴ, ㅁ, ㅅ, ㅇ’는 발음 기관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고, 나머지 자음은 기본자에 획을 더해 만들었습니다. 모음의 기본자는 천(天), 지(地), 인(人)을 본떠 ‘ · , ㅡ, ㅣ’ 세 글자를 만들고, 그것들을 조합하여 나머지 모음들을 만들었습니다. 간단하면서도 체계적인 이 제자 원리는 스마트폰 문자판에 그대로 적용되었는데 (천지인 문자판, 나랏글 문자판), 덕분에 대한민국은 스마트폰으로 문장을 타이핑하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가 되었습니다.

▲ 창제 당시의 한글 자모 28개
한글은 최소의 문자로 기본자를 만들고, 기본자를 규칙적으로 확대해가는 방법으로 자음 17자, 모음 11자, 총 28자가 창제되었다. 후에 잘 쓰이지 않는 글자들(ㆁ,ㅿ,ㆆ, · )은 정리되어 현재는 24개의 글자를 사용하고 있다. (출처: 국립한글박물관 ‘한글 창제의 원리’ 유튜브캡처)

한글은 글자를 만들고 조합할 때 음양오행, 삼재(三才)등 동양 철학의 원리를 적용하였는데 그 내용은 해례본에 풀이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한글은 언어·음성학적 지식과 철학적인 이론이 모두 적용된 높은 수준의 문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 왜 – 백성을 사랑한 세종대왕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 글은 ‘한글’이라고 표기하지만, 세종대왕이 처음 한글을 만들었을 당시 공식 명칭은 ‘훈민정음(訓民正音)’으로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이었습니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한글은 백성들을 위해 만든 문자입니다. 세종대왕이 직접 쓴 훈민정음 서문에서 창제 목적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서로 통하지 않으니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제 뜻을 나타내지 못할 사람이 많다. 이를 위해 새로 28글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쉽게 배우고 익혀, 쓰기에 편하게 하고자 한다.”

이 서문에서 훈민정음의 창제 정신 세 가지를 엿볼 수 있는데요. 중국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자주정신’, 백성을 생각하는 ‘애민정신’, 그리고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고자 하는 ‘실용정신’이 드러납니다. 세종대왕의 바람대로 현재 우리나라는 자국어를 쓰며 문맹률이 거의 없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외세의 침략과 일제 강점기를 거친 역사 속에서 우리의 문화와 전통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 고유의 말, 한글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한글날을 맞이할 때면 한글을 사용한다는 자랑스러움과 고마움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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