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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를 묻다] 비현실의 세계를 만들어 낸 것은 누구인가?

발행일 발행호수 2668

“인공지능을 절제된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우리를 비현실적인 세계에 빠뜨려 덧없고, 겉모습뿐이고, 기만적인 것들이 진정한 가치를 대신하게 될 수도 있다.”

교황 레오 14세가 지난 7월 브라질 기독교 축제에 보낸 영상 편지의 내용이다. 그는 취임 이후 AI가 인간을 지배하고 현실 인식을 훼손할 수 있다며 거듭 경고해 왔다. 혁신적인 기술로 인간의 지식과 정보 접근성을 확장하고 있는 AI를 교황은 왜 이토록 경계하는 것일까.

올해 1월, 초기 기독교 역사를 연구해 온 성서비평 연구자 줄리언 도일은 AI를 활용해 성경의 부활 서술과 역사 기록을 대조한 끝에 ‘예수는 십자가에서 부활하지 않았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가 주목받은 이유는 부활이 기독교 신앙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바울이 주창한 믿음 신학의 출발점도 예수의 부활에 있으며, 고린도전서 15장 17절 “그리스도가 다시 살아나지 못했으면 너희의 믿음도 헛되다”는 구절은 예수의 부활이 기독교 구원론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뒷받침한다. 그런데 AI가 부활의 진위를 정면으로 문제 삼은 것이다.

물론 AI가 최초로 부활의 진위를 밝혀낸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많은 학자들이 예수가 부활하는 장면을 기록한 동시대의 객관적인 1차 사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심지어 예수를 처형한 것으로 전해지는 빌라도의 동시대 공식 문서 가운데서도 예수의 재판과 처형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계속해서 지적해왔다.

달라진 것은 과거 일부 연구자와 전문가에게 집중돼 있던 사료와 비판적 논의에 대중이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제 누구나 방대한 지식과 데이터를 토대로 질문하고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오랫동안 ‘믿음’의 영역에 머물렀던 부활의 실증적 근거 역시 검증의 대상이 된 것이다.

결국 역사가 증명하는 것은 사람들이 예수의 부활을 믿었다는 사실이지, 부활 자체가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교회는 부활을 믿으라고 끊임없이 요구하며 의문을 품는 행위 자체를 죄악시해왔다. 수천 년간 반복된 종교적 주입은 부활에 대한 합리적 의심마저 터부시하게 만들었다. 진실을 의심하는 순간 자신의 신앙과 종교적 정체성까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기독교를 지탱해 온 ‘맹목적 믿음’의 사회적·심리적 위력이다.

여기서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simulacrum)’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시뮬라크르는 단순한 가짜나 복제품이 아니다. 일반적인 복제품에는 그것이 모방하는 원본이 존재하지만, 시뮬라크르는 반복된 이미지와 기호가 원본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실재의 자리를 차지하는 현상이다. 허상이 실재를 모방하는 것을 넘어 실재를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보드리야르는 “신조차 시뮬라크르였을 뿐이다”라고 말하며, 이어 “이것이 바로 예수회의 방식이었다. 그들은 신의 사실상 소멸과 세속적이고 극적인 방식의 의식 조작 위에 자신들의 전략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신 자체가 아니라 신을 나타내는 상징과 의례가 오히려 실재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종교적 구조에 강력한 문제의식을 제기한 것이다.

예수의 부활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원래라면 ‘예수가 부활했다’는 사실이 먼저 증명되고 그 위에 신앙과 교리가 세워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순서가 뒤집혀 있다. 부활을 믿어야 구원을 얻는다는 신학, 부활을 기념하는 의례와 행사, 거대한 십자가들이 ‘예수가 부활했다’는 인식을 끊임없이 만들어냈다. 1988년 방사성탄소 연대측정에서 중세의 위조품으로 판정된 뒤에도 계속해서 신앙적 의미를 부여받고 있는 토리노 수의는 기독교 시뮬라크르의 전형이다.

이처럼 오랫동안 믿음의 영역에 놓여 있던 종교적 주장도 이제는 더 이상 검증과 무관한 영역에 머물 수 없게 되었다. 교황은 AI가 인간을 비현실적인 세계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오히려 AI는 방대한 데이터와 분석 능력으로 진실 바깥에 있던 종교적 주장들을 다시 검증의 영역으로 끌어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이제 발전된 과학 기술을 통해 수천 년 동안 기독교가 진리라고 가르쳐온 것들에 다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렇다면 종교 역시 자신들이 구축해 온 세계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신의 실재를 입증하지 못하면서도 그 이름으로 행사해 온 권위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 수천 년간 인류를 비현실의 세계에 가둔 채, 덧없고 겉모습뿐이며 기만적인 것들을 진리로 믿게 만든 것은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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