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북극의 땅과 바다가 동시에 요동친다
하얀 북극에서 초록의 북극으로 … 초고위도 지역서 복잡한 토양 생태계 실체 밝혀
극지 바다 ‘중규모 수평 교란현상’ 강화 규명 … 온난화 지속 시 더 거세질 전망
극지방에서 기후변화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땅 위와 바다 아래에서 동시에 가속화되고 있다. 극지연구소와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은 최근 각각의 조사와 분석을 통해, 북극 생태계의 ‘녹색화’와 극지 해양의 ‘교란 강화’가 나란히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먼저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북위 82도 그린란드 북부 시리우스 파셋(Sirius Passet)에서 진행한 현장 조사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극지 녹화 현상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지역은 북극점에서 약 800㎞ 떨어진, 인류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초고위도 지대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여름철 기온 상승과 해빙 감소가 겹치면서,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던 땅이 점차 식생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연구팀은 현장에서 나도수영과 북극버들 등 극지 환경에 적응한 7종의 식물과 식물 뿌리 주변에 공생하는 미생물 군집도 정밀 분석했다. 이 미생물들은 다시 선충류나 버섯형 곰팡이의 먹이가 되는 등 토양 속에 작은 생물들이 서로 얽혀 있는 복잡한 먹이그물을 이루고 있었다.
그린란드 북부 시리우스 파셋에서 자라는 식물. <극지연구소 제공>
극지연구소는 “이와 같은 생태 구조는 비교적 온난한 저위도 북극이나 고산지대에서나 관찰되던 특징”이라며 “위도 80도를 넘어선 초고위도 지역에서 이처럼 복잡한 토양 생태계가 작동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눈과 얼음이 녹아 공급된 수분, 여름철 상승한 토양 온도 등이 맞물리며 식물·미생물·토양 생물 전체가 함께 활성화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북극이 더 이상 하얀색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공간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극지 바다는 더욱 거센 변화를 겪고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악셀 팀머만 단장 연구팀은 초고해상도 지구 시스템 모델과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를 활용해 지구 온난화가 극지 해양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할수록 북극과 남극 연안의 바다는 더 크게 요동쳤으며, 해빙 감소가 ‘중규모 수평 교란’(바람·해류·난류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물결 섞임 현상)을 급격히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극에서는 해빙 감소로 바람이 해수를 직접 밀어 표층 순환류와 난류가 강해지는 반면, 남극은 해빙이 녹아 흘러드는 담수 때문에 해수의 밀도 차이를 키워 해류 세기와 교란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어란·유충의 생존을 포함한 극지 해양 생태계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팀머만 단장은 “기후와 생명의 상호작용을 보다 정확히 그려낼 차세대 지구 시스템 모델이 필요하다”며 극지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빙으로 북극해의 중규모 수평 교란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