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다시 보는 뉴스> 모두를 속인 사기범은 누구인가? … 코로나 바이러스가 남긴 미스터리
이슈추적 <다시 보는 뉴스>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에 두 가지 미스터리를 던져 주었다
누가 31번 확진자를 감염시켜 엄청난 확산을 일으켰는가?
누가 진짜 사기 전도로 대중을 기만하고 있는가?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금년 4월 11일, 이탈리아 가톨릭교회는 토리노 수의(壽衣)를 공개했다. 토리노 성당에서 보관하는 이 수의는 예수가 죽은 뒤 시신을 감쌌다고 주장하는 세마포 천으로, 가톨릭에서는 이 천이 병을 낫게 하는 등 기적을 일으킨다고 믿는다.
1987년 이 수의에 대해 영국 옥스퍼드, 미국 애리조나, 스위스 취리히 실험실에서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을 시작했는데 조사 결과 세 군데 모두 동일한 측정치가 나왔다. 토리노 수의는 예수 사후 1300년이 지난 시점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교황 프란치스코는 수의를 보여 주는 것이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희망을 주는 선행”이라고 했다. <자료1>
수의가 공개되던 시점은 토리노를 포함한 이탈리아 북부가 코로나 때문에 죽음의 도시로 변해 가던 때였다. 30분에 1명씩 사망자가 발생하고 영안실에 자리가 모자라 성당까지 시신이 즐비하게 놓이는 참담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토리노 수의를 보고 어떤 선행과 희망을 얻었을까. <자료2>
코로나19는 의학의 영역을 넘어 종교의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진실이라고 믿어 왔던 것에 합리적인 의문을 갖게 되는 지금, 코로나19는 여러 가지 의문을 던져 주었다. 이번 <이슈 추적>에서는 코로나19가 남긴 미스터리 두 가지를 추적해 본다.
전체 확진자의 48%. 5,212명.(2020.5.11.0시 기준) <자료3>
이것은 5월 11일 0시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신천지와 연관돼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의 숫자이다. 매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이 숫자를 방역 당국이 발표할 때마다 온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웠고, 바이러스가 31번 확진자와 함께 급속도로 퍼져 나가 대구와 경북을 뒤덮은 엄청난 감염 속도에 경악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31번 확진자를 감염시킨 사람이 누구인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남긴 첫 번째 미스터리는 “누가 31번을 감염시켰나?” 하는 것이다.
한국은 2월 중순까지 전체 확진자가 30명에 불과할 정도로 전파 속도가 미미했지만 31번 확진자 이후 불과 열흘 만에 신천지 관련 감염자가 1,000명으로 폭증했고, 그만큼 전파 속도와 범위에 있어서 차원이 달랐다. 언론은 31번 확진자가 바이러스 전파의 주범이라고 지목했지만 실제 역학 조사 결과는 뜻밖이었다.
31번 확진자는 미지의 전파자에게 옮은 것이며 따라서 신천지 내에서 감염을 일으킨 사람이 아니라 감염을 당한 사람이라고 했다. 또 31번이 발병하던 날 다른 신천지 신도들도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에 감염자 여러 명이 뒤섞여 옮겼을 가능성도 있다. 결론은 누가 누구에게 전염을 시켰는지 알아야 미지의 전파자를 밝혀낼 수 있다.
31번 확진자는 2월 10일부터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에(2.18.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 발표) 31번을 감염시켰다는 혐의를 받은 사람은 1월 중국에 다녀온 신천지 신도들이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 그들은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거나 31번 확진자 이후에 감염됐기 때문에 감염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감염을 당한 사람이었다. 이런 정황을 보면 신천지에서 감염을 일으킨 사람은 신천지 신도가 아닐 가능성도 있다. 대구 신천지교회가 아닌 다른 지역, 다른 단체의 사람들이 신천지로 바이러스를 옮긴 것인가?
코로나19는 무증상인 상태에서 5차 감염까지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누군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신천지 신도에게 옮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에 신천지 신도와 한집에 사는 가족이 코로나에 먼저 감염됐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그런 사실이 있었다.
의성군 안사면에 사는 아들(27세)은 대구 신천지교회에 다니는 신도였고 그와 한집에 사는 아버지(59세)는 안동 가톨릭 교구 신도였는데, 아버지가 먼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버지는 이스라엘 성지 순례를 다녀온 후 2월 23일 확진되었고 아들은 이틀 뒤인 25일에 확진되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감염되었나 하는 것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안동 가톨릭 교구 신도들은 국내에서 먼저 감염된 후 2월 8일 순례를 떠났다고 했기 때문에 2월 8일 훨씬 이전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 전염 경로를 추적하는 것이 신속하게 이루어졌다면 대구 지역 감염의 발원지로 안동교구가 지목될 수도 있었다. 또한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대규모 감염이 일어난 것은 그보다 뒤인 2월 9일 또는 16일로 추정됐기 때문에 안동교구의 가톨릭 신도인 아버지가 먼저 감염되고 아들에게 옮겼을 가능성도 의심해 볼 수 있다. <자료4>
그러나 대구에서 확진자가 나오기 전에 경상북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전염됐을 가능성도 있다. 일례로 서울에 있는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은 이미 2월 2일에 증상이 나타난 감염자(35세, 남)가 있었다. 이 병원에 입원했던 환자가 코로나19로 확진되고 그 가족과 간병인까지 확진된 것을 보면 병원 내의 감염이 지역사회 감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자료5>
뿐만 아니라 은평성모병원 이송요원이었던 확진자가 무려 302명의 환자와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환자들은 패닉에 빠졌고, 이 환자들이 다른 병원 응급실로 ‘엑소더스’ 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한 감염내과 교수는 “2015년 메르스 당시 평택 성모병원에서 빠져나간 입원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 바이러스를 퍼뜨렸던 사례가 생각난다.”고 했다. 은평성모병원의 감염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만약 은평성모병원 확진자와 접촉한 302명을 전수 조사해서 전염 여부를 추적했다면 은평성모병원 관련 확진자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겠지만 그런 조사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안동 가톨릭 교구에서 발생한 확진자 31명은 최소 176명과 접촉했지만 그들에 대한 전수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신천지 신도들을 전수 조사했듯이 다른 집단 감염자들도 전수 조사 했다면 “누가 31번을 감염시켰나?” 하는 문제를 풀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의구심을 낳을 수 있는 추측에 대해 진짜 범인은 몰래 숨어서 비웃고 있을 것이다. 감염자의 진술에 의존해 그 동선을 따라가는 역학조사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감염자의 바이러스 게놈을 조사하면 감염 경로와 전염시킨 사람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게놈 정보 해독 건수가 적어서 이 방법을 쓰는 데 한계가 있다. 결과적으로 31번 확진자를 감염시켜 신천지에서 코로나 전파를 일으킨 범인은 사라져 버렸고, 그의 정체는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바이러스 전파자에 관한 미스터리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것은 진짜 전파자보다 엉뚱한 곳에 비난의 화살이 꽂히는 것이었다.
2015년 메르스 사태에 삼성 서울병원은 슈퍼 전파자로 지목돼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만 수사 결과는 무혐의로 드러났다.(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 양요안, 2015.12.24.처분) 한편 평택 성모병원은 슈퍼 전파자 3명을 감염시켜 전체 확진자의 70%를 양산했지만, 면죄부를 받은 듯(?) 비난의 무풍지대에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또 삼성 서울병원은 시민단체로부터 ‘최악의 살인 기업’으로 몰렸지만, 평택 성모병원은 영광의 주인공인 양 가톨릭 평택 대리구 신부에게 감사장을 받고 “사람을 포근하게 감싸는 병원”이라는 축복까지 받았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도 은평성모병원은 수도권 대형 병원 중에 처음으로 병원 내 감염을 일으켜 많은 우려와 불안을 낳았지만, 명동성당 염수정 추기경이 친필 편지를 보내 “여러분의 수고를 기억하며 진심으로 고맙다.”고 격려해 주었다. 이는 성공적인 이미지 세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자료6>
2009년 신종플루가 창궐했을 때는 가톨릭 수녀가 우리나라에 전염시킨 첫 번째 전파자였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오히려 수녀들이 전염병 대비를 잘했다는 기사가 줄기차게 보도되었고 시간이 갈수록 첫 번째 전파자에 대한 기억은 사라져 버렸다. 바이러스를 전파시켰던 전과자들은 바이러스처럼 능수능란하게 변이를 일으키며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코로나가 남긴 또 다른 미스터리는 “누가 진짜 사기범인가?” 하는 것이다. 신천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등장한 키워드는 “종교 사기” 또는 “사기 전도”였다. ‘신천지 예수교 증거 장막성전’이라는 생소한 단체가 사람들을 속이며 사기 전도를 벌이는 것이 알려졌고, 이러한 종교 사기 집단에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목소리를 내는 집단이 다름 아닌 가톨릭이라는 점이었다. 교황청 산하에 ‘종교간 대화평의회’가 있을 정도로 타 종교와 대화하며 너그러운 포즈를 취했던 가톨릭이 이번 코로나 사태에는 완전히 돌변해 강경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신천지의 진짜 문제는 사기 전도다.’
지난 3월 한겨레 신문에는 이런 제목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 등장하는 이금재 신부는 이렇게 단언하는 동시에 ‘신천지의 뿌리는 전도관’이라고 강력하게 선언했다. <자료7>
이 두 가지 명제는 절묘하게 결합해 ‘신천지의 사기 전도는 전도관(천부교)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따라서 천부교도 사기적인 방법으로 전도한다.’는 인식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신천지가 사기 전도로 비난 받을 때 “신천지 뿌리는 천부교”라는 발언은 천부교로 비난의 집중 포화가 떨어지게 만들 수 있는 방아쇠였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사기범이라는 의혹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려면 정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하물며 타 종교 단체를 두고 사기범이라고 할 때는 개인과는 별개로 정확하고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안 된다. 만약 증거도 없이 사기범이라고 손가락질한다면 도리어 손가락질한 사람이 사기범이라고 비난 받을 가능성이 높다.
천부교의 전도 방식은 대상자에게 천부교라는 명칭을 분명히 밝히고 그 뜻을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천부교라는 명칭에서 종교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신앙의 대상이 하나님이심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감람나무 잎을 물고 있는 비둘기상이 천부교의 상징임을 알리면서 감람나무 하나님을 믿는 종교라는 것을 알리고, 중요한 교리인 자유율법과 천부교인들의 신앙체험을 알리는 순서로 전도를 한다.
천부교 관련 기업체의 이름 또한 천부교 고유의 의미가 담긴 “신앙촌”을 사용하며 신앙촌 기업의 제품을 판매하는 점포도 “신앙촌 상회”라는 명칭을 사용한다.(1966.12.27.선고, 대법원66후11판결 “신앙촌은 박태선 장로를 따르는 신자들만의 단체를 칭하는 통용어이며 신앙으로써 결합된 특수단체이다.”) 이러한 신앙촌 기업이나 신앙촌 상회를 통해 양심적이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천부교인에게 관심을 갖고 전도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가톨릭의 주장에 따르면, 신천지의 사기 전도 핵심은 자신의 종교 이름을 숨기고 대상자에게 접근하는 것이다. 그러나 양심을 속이고 접근하는 방식은 천부교 교리인 자유율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천부교에서는 사기 전도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가톨릭 신부가 천부교를 두고 사기 전도 운운하면서도 아무런 증거를 제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천부교는 신천지와 뿌리부터 다른 종교다.
그렇다면 신천지는 자신의 뿌리를 어디라고 했을까. 신천지를 세운 이만희 총회장은 자신의 책 <계시록의 실상(1993)>에서 장막성전이 첫 번째 장막이고 신천지가 두 번째 장막이라고 선언했다. 장막성전이란 ‘1966년 과천에 세워진 장막성전’을 말하며 신천지는 그 명칭(신천지 예수교 증거 장막성전)부터 장막성전의 후계자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신천지 스스로 자신의 뿌리가 장막성전이라고 명시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가톨릭 신부는 천부교가 신천지의 뿌리라고 단언했을까. 이 신부가 내세운 증거는 단 하나, 이만희가 젊은 시절(27세) 신앙촌(경기도 부천의 소사신앙촌)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만희가 잠깐 몸담았다는 이유로 천부교가 신천지의 뿌리가 된다면 가톨릭도 신천지의 뿌리가 될 수 있다. 얼마 전까지 신천지 2인자이자 유력한 후계자였던 김남희 씨가 원래는 마리아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도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만희는 정말 신앙촌에 있었을까, 있었다면 무슨 이유로 들어갔을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본지는 이만희 주장과 동일한 시점인 1957년경 소사신앙촌에 거주하거나 방문한 사람들의 목격담을 수집하며 추적하기 시작했다. 목격자들은 공통적으로 1958년 여름에 문둥병을 앓았다가 완치된 이만희 씨를 소사신앙촌에서 봤다고 했다.
특히 개신교 언론에서는 이만희 씨와 형제들까지 문둥병을 앓았다고 보도했는데, 기성교회 목사가 이만희를 고소한 사건에서 ‘이만희가 문둥병 치료를 목적으로’ 신앙촌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판결문에 명시돼 있었다. (서울동부지법2013고정385)
이만희가 신앙촌에 들어와 문둥병이 나았다면 그 당시 본지에 보도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1958년 당시 본지에는 문둥병뿐 아니라 각종 난치병과 불치병 환자들이 생명물을 마시거나 안찰을 받은 후로 완치되었다는 기사가 봇물을 이루었다.
그 많은 치병 기사 중에 ‘이만용’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그는 이만희의 형인 이만용과 거주지, 연령, 한자 이름까지 동일해 이만희의 형일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었다. 이 인물은 본지에 감사 편지를 보내와 “밀양전도관에서 박태선 장로님께 안수를 받고 생명물을 몸에 바른 후로 수년 동안 고생했던 문둥병이 완치되었다.”고 밝혔다.(1958.10.6.자 신앙신보)
이 증언과 보도를 토대로 하면, 이만희와 그의 형 이만용이 전도관에 입교한 후 문둥병이 완치된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만희는 천부교에서 병이 낫는 혜택을 입은 사람이었고, 그것은 당시 수없이 일어났던 치유 사실 중에서 빙산의 일각에 해당하는 일이었다.
이처럼 이만희와 천부교의 관계는 간단명료하다. 천부교는 이만희의 문둥병을 고쳐 주었고 이만희는 천부교를 떠나 자신의 길을 간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서 이만희의 문둥병 치유 사실은 교묘하게 은폐해 버리고 천부교가 신천지의 뿌리라는 허위 사실을 집요하게 퍼뜨리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신종플루부터 메르스, 코로나19까지 바이러스 전파의 혐의가 농후한 특정 집단이 자중을 해도 부족할 시점에 오히려 바이러스를 빌미로 천부교를 폄훼하는 것은 천부교의 권능을 평가절하하려는 의도인가, 아니면 사실을 사실대로 보지 못하는 인지 장애인가.
그런 의미에서 지난 3월 7일 보도된 CNN 기사를 주목할 만하다. CNN에 따르면 1950년대 천부교인의 숫자가 200만 명이며 이만희는 그중 한 명이라고 보도했다. 이것이 바로 사실에 입각한 보도일 것이다.
‘사기 전도’란 신천지처럼 전도자가 자기 종교를 숨기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적을 행할 수 없는 종교가 기적을 행할 수 있다고 속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사기전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맞아 교황 프란치스코는 신자 없이 홀로 미사를 할 때 “예수는 나의 사랑에 마음을 열라고 말씀하신다.”며 신자들에게 예수의 사랑을 느낄 것을 설파했다. 그러나 예수의 사랑에 마음을 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랑의 기초는 이해이고, 이해가 없다면 사랑도 시작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토리노 수의는 예수가 죽은 지 1300년이나 지난 후에 만들어졌는데 그 수의를 보며 어떻게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미국의 고고학자 T. 더글라스 프라이스의 말대로 “토리노 수의가 진짜라고 믿는 것은 아직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것”과 같은데, 어떻게 얼룩덜룩한 세마포 천을 보며 예수를 이해하고 사랑을 느낄 수 있겠는가.
일찍이 철학자이자 과학자였던 칸트는 종교 없는 과학은 공허하고 과학 없는 종교는 맹목이라고 했다. 토리노 수의를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이 아니라 더 정확한 증거가 나와도 여전히 맹목적인 믿음을 고수할 것이다. 2,000년 동안 이어진 사기 전도의 폐해는 그만큼 강력하다. 그러나 어찌 보면 ‘한 손에 칼, 한 손에 십자가’를 들고 개종을 강요하던 때보다 세상이 나아졌다고 할 수 있다. 살인 전도보다 사기 전도가 그나마 낫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