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탐구>우리나라 은행권 디자인 한눈에 보기
매일 무심코 사용하는 지폐 속에는 조선의 역사와 예술, 최첨단 과학까지 어우러진 놀라운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지폐를 펼쳐 들고 도안 구석구석을 찾아보면 뜻밖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 50,000원권: 조선 최고의 예술가들이 남긴 미학
앞면은 조선 중기 문인이자 서화가인 신사임당의 초상과 함께 다산·번창을 뜻하는
<묵포도도>, 득남을 상징하는 <초충도수병>의 가지 그림이 배치되어 있다.
뒷면은 세로 구도로 그려져 눈길을 끈다. 이정의 <풍죽도>와 어몽룡의 <월매도>가 담겨 있는데,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뻗은 매화 가지는 시련에 꺾이지 않는 선비의 지조를,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를 진함과 연함(농담)만으로 표현한 풍죽도는 공간감을 전한다.
■ 10,000원권: 조선의 과학, 별자리를 품다
앞면에는 세종대왕 초상과 왕권을 상징하는 <일월오봉도>, 최초의 순 한글 작품인
<용비어천가>가 오돌토돌한 볼록인쇄로 들어 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뒷면이다. 농사 타이밍과 절기를 맞추기 위해 천체를 관측하던
‘혼천의’가 왼쪽에, 그 배경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석각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무수한 별자리가 은은하게 깔려 있다. 그 옆에는 약 120km 밖의 촛불까지 식별하는 ‘영천 보현산 천문대의 1.8m 광학천체망원경’이 시대를 넘어 조선의 천문 과학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 5,000원권: 검은 대나무와 신사임당 그림
앞면의 주인공은 율곡 이이 선생이다. 배경에는 그가 태어난 강릉 ‘오죽헌’이 그려져 있는데, 집 주변에 줄기가 검은 대나무(오죽)가 많이 자란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특히 이이가 태어난 온돌방 ‘몽룡실’은 신사임당이 흑룡 꿈을 꾸고 아들을 낳았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뒷면을 장식한 그림은 어머니 신사임당이 그린 8폭 병풍 중 <수박과 패랭이꽃>이다. 오천원권과 오만원권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지폐에 나란히 등장하는 모자(母子)’라는 특별한 기록을 갖고 있다.
■ 1,000원권: 고요한 서당과 매화 향기
가장 크기가 작은 1,000원권 앞면에는 퇴계 이황 선생의 초상과 함께 그가 수차례 대사성을 지낸 성균관 ‘명륜당’, 그리고 푸른빛이 도는 ‘청매화’가 담겨 있다. 퇴계 선생은 매화를 유독 사랑하여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매화에 물을 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뒷면에는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가 그려져 있다. ‘시냇가에 고요히 머문다’는 뜻처럼, 그림 중앙 아래 도산서당의 한 방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정히 앉아 책을 읽고 있는 퇴계 이황 선생의 모습을 직접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