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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혁명

발행일 발행호수 2524

신석기 혁명:
‘신석기 혁명’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학자는 비어 고던 차이드(Vere Gore Childe, 1892-1957)라는 호주의 고고학자이자 고전문헌학자다. 비어는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서 실험된 농업의 발견이 인류의 삶에 끼친 영향을 고려해 ‘혁명’이라는 단어를 덧붙였다.

신석기 혁명은 기원전 1만 년경부터 시작되었다. 동식물을 사육하며 정착해 살던 인류는 점차 마을을 조성했다. 인류는 자신의 삶을 위해 자연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기 시작했다. 수로 개발이나 벌목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시작했다.

올해는 가뭄이 심해 모내기 시기가 지났는데도 6월이 다 가도록 모내기를 못한 논도 있다며 농부들의 한숨 섞인 기사가 신문에 연일 오르내렸습니다. 그러다 7월 초의 장마소식과 함께 늦었지만 모내기를 할 수 있었다는 반가운 기사를 접하고 농사에 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농사의 기원을 찾아보자면 신석기시대에 시작되었으니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농사는 이제까지 자연환경에 철저히 순응하며 살아온 인류의 생활방식과 문화를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농사의 시작을 신석기 혁명이라고 부를 정도이니까요.

신석기 시대 이전까지의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 사냥하고 풀과 과일을 채집해 먹고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당장의 먹거리를 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었습니다. 이들에게는 사냥과 채집하는 것이 삶의 전부였습니다. 한 지역의 먹거리가 떨어지면 먹거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만 했습니다. 잦은 이동으로 집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동굴이나 막집에서 비바람만 피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자연은 결코 자애로운 어머니가 아닙니다. 매서운 추위와 가뭄, 홍수,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와 수많은 맹수, 목숨을 노리는 적들, 그리고 알 수 없는 질병과 싸워야 했습니다. 추위와 굶주림은 인류에게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석기 시대에 오면서 이러한 고단한 일상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농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농사는 우연한 계기에 자연스럽게 시작하였다고 보는 설도 있고, 빙하기가 끝나자 기온이 상승하면서 각종 먹을거리가 번성하고 인구도 증가하였는데, 기본적으로 수렵·채집을 통한 식량공급이 인구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하였으므로 농경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 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어느 이론이 정확한가는 접어두고라도 일단 농사가 시작되고 인류는 멀리 돌아다니며 사냥감이 눈에 띄어야만 식량을 구할 수 있던 때와는 달리 더 많은 먹거리를 좀 더 수월하게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농경지를 돌보아야 하니 사냥을 하러 이동을 했던 생활에서 벗어나 정착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농사를 지어 얻은 씨앗이나 수확물을 저장할 필요가 생기면서 토기도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농사에는 물이 필수 요소입니다. 물을 얻기 쉬운 장소인 물가 근처에 집을 짓고 살다 보니 인류의 4대 문명은 모두 큰 강 주변에서 생겨났습니다. 메소포타미아문명, 이집트의 나일 문명, 중국의 황하 문명, 인도의 인더스 갠지스 문명 등 하나같이 강물을 이용해 농사짓기에 편리한 곳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혁명이라도 부르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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