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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종교 탐구<42> 기적은 믿음인가 사실인가-①

세계 종교 탐구<42>
발행일 발행호수 2641

‘기적’이란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 벌어졌을 때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기적이란 단어는 종교와 연관이 깊다. 예를 들어 생존확률이 매우 희박한 상황에서 생존한 경우, 우리는 이를 ‘기적’이라 부르면서 ‘하늘이 도우셨다’고 얘기한다. 이를 반영한 듯 표준국어대사전은 ‘기적(奇跡)’의 정의를 두 가지로 등록해 놓았다. 일반적 정의로서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 그리고 종교적 정의로서 ‘신에 의하여 행해졌다고 믿어지는 불가사의한 현상’이다.

종교들은 기적에 대해 신의 능력이 개입된 현상이라 주장한다.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신, 교주를 비롯한 그 종교의 중심인물들은 기적을 행했다고 전해진다. 그들은 신을 만나거나, 불치병을 즉시 치유하거나, 미래의 일을 예언하는 등 인간의 능력과 자연법칙을 초월하는 일들을 행해 보인다. 그 기적이 사실이라면 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일 수 있을 것이다. 정말 기적의 능력이 있는 종교가 있는 것일까? 이번『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종교들이 주장하는 기적이 사실인지, 기적을 믿는 근거는 무엇인지 검토해 보고자 한다.

<자료1> 쉬라바스티의 기적
부처가 공중에 떠서 상반신에서는 불을 하반신에서는 물을 내뿜는 모습 (출처: clevelandart)

▣ 종교가 주장하는 기적들

종교에서는 주로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기적들이 일어났다고 주장하곤 한다. 예를 들어 힌두교의 성자 아디 샹카라는 금화를 비로 만들고, 크리슈나는 자신을 복제하고, 파드마는 물 위를 걸었다고 한다. 이런 수준의 기적들은 종교에서 흔하며, 이 밖에도 접신, 부활, 치유, 예언 등 다양한 형식의 기적들을 주장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기적을 신통(神通)이라고 부른다. 불교 수행을 통해 신통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신통에는 벽을 통과할 수 있고, 물 위를 걸을 수 있고,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 전생을 기억해 내는 능력, 보통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 능력,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는 능력 등이 있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신통을 자랑하지 말라고 가르친다고 하지만, 기적을 내세우는 것이 포교에 도움이 되었음은 인정한다.

불교 기적의 예를 들면, 〈고승전〉제9권 ‘불도징전’에서는 왕의 아들이 죽은 지 이틀이 되었을 때, 불도징(佛圖澄. 232∼348)이라는 승려가 버들가지를 갖고 와 주문을 외우자 죽은 사람이 일어났으며 얼마 후에는 완전히 회복했다고 한다. 〈사분율〉제51권에서는 부처가 15일간 직접 신통을 선보인다. 첫째 날, 부처가 망고를 씹다 등 뒤에 버렸더니 그자리에서 큰 나무가 자랐다고 한다. 둘째 날엔 나무에서 꽃이 피었는데 꽃잎이 떨어져 대중들의 무릎까지 쌓였고, 셋째 날은 과실이 익어 구경하는 대중들이 배불리 먹었다고 한다. 넷째 날, 부처가 물을 뿌리자 맑은 연못이 생기고, 갖가지 꽃들이 피고, 물새, 물고기, 자라 등이 헤엄치고 날아다녔다고 한다. 11일째는 대중 앞에서 한 몸이 여러 몸으로 분신하기도 하고, 여러 분신이 한 몸이 되기도 했으며, 공중을 날고 물 위를 걸었으며, 상반신에서 불을 하반신에서 물을 교대로 뿜고, 해와 달을 손으로 만지며, 몸이 커져 하늘에 이르는 기적을 보였다고 한다. 이 일화들을 ‘쉬라바스티의 기적’이라 부르며, 이를 형상화한 불교 작품들이 많이 있다.<자료1>

아브라함계 종교인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는 공통적으로 구약 성경의 내용을 믿는다. 구약 성경에는 천지창조를 비롯해 기적과 예언이라 주장하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지팡이가 뱀으로 변하고, 이집트에 재앙이 내리고, 홍해가 갈라지고, 예언자가 승천하는 등의 내용이 있으며, 유대인들은 현재까지도 이집트를 기적적으로 탈출한 사건을 기념하여 유월절이라는 절기를 지키고 있다.

무슬림들은 꾸란 자체를 ‘기적’이라 믿는다. 신의 말씀이 적혔으니 기적이고, 문맹이었던 무함마드가 글을 썼으니 기적이라는 것이다. 또 이슬람에서 꾸란 다음으로 권위 있는 서적인 무함마드의 언행록 ‘하디스’에는 무함마드가 많은 기적을 행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디스에 의하면 무함마드는 동료들을 위해 음식을 늘리고, 메디나에 가뭄이 들자 비를 내리고, 침을 뱉거나 입김을 불어 아픈 사람, 눈먼 사람을 고치곤 했으며, 사람들이 기적을 보여 달라고 요청하자 달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자료2> 실체변화설을 표현한 그림
가톨릭교회에서는 성찬식을 할 때 빵과 포도주가 실제 예수의 몸과 피로 변한다고 믿는다. (출처: acmcatholic.org)

기독교는 스스로 ‘기적의 종교’라 칭할 정도로 기적이 신앙의 핵심인 종교이다. 신약 성경에 의하면 기독교의 신이자 교주인 예수는 물을 포도주로 만들고, 5개의 빵과 2마리의 물고기로 5,000명을 배불리 먹이고, 물 위를 걷고, 구름을 타고 승천하는 기적을 보였으며, 귀신을 쫓고, 병든 자를 치유하고, 죽은 자를 살리고, 본인도 부활했다고 한다. 이에 기독교에서는 예수에게 퇴마와 치유, 부활의 능력이 있다고 믿으며 현실에서도 퇴마의식을 하고, 치유기도를 하고, 치유기도 덕분에 병이 나았다는 주장을 한다.

가톨릭에서는 성체성사를 할 때 먹는 빵과 포도주가 예수의 몸과 피로 변한다고 믿는다.<자료2> 상징적 의미가 아니라 실제 살아있는 예수의 몸과 피라고 주장하는데, 아무 변화도 없는 것에 대해 외형은 빵과 포도주 그대로지만 그 ‘실체’는 예수의 몸과 피로 변한다는 ‘실체변화설’을 주장한다. 이밖에도 성모 마리아가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성모 발현이 일어났다던가, 마리아상이 눈물을 흘린다는 등의 기적들을 주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종교에서 성스러운 물이 질병을 치료한다고 주장한다. 힌두교에서는 성스러운 강에 몸을 담그면 모든 죄와 오염, 불길한 징조, 질병 등이 일시에 정화된다고 믿으며 정기적으로 신성한 강물에 들어가 죄와 질병을 씻는 축제를 연다. 가톨릭에서는 프랑스 루르드의 샘에 가서 물을 마시고 몸을 씻으면 병이 낫는다고 믿으며, 성경에는 요단강의 물도 문둥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이슬람에서는 이슬람 성지 메카 근처에 있는 잠잠 우물의 샘물이 병을 고친다고 믿는다. 무함마드가 이 샘물을 병에 담아 병든 이의 이마에 붓고 마시게 해 많은 사람들의 병을 고쳤다고 전해진다. 이런 치유의 기적을 믿는 이들은 성지를 찾아와 물을 마시고 성수를 병에 담아가기도 한다. 잠잠 샘물이나 루르드의 샘물, 요단강 물 같은 경우는 병에 담아 많은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성지까지 직접 올 수 없는 신자들을 겨냥해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판매하고 있다.<자료3> 상품 후기를 보면 실제로 병의 치유를 기원하며 상품을 구입한 구매자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료3>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성수들 왼쪽부터 루르드 샘물, 요단강 물, 잠잠 샘물. (출처: 네이버쇼핑, 아마존, 이베이)

기적에 대한 유대교의 오래된 속담 중에는 “이 모든 이야기를 믿는 사람은 바보이고, 믿지 않는 사람은 이단자다.”라는 말이 있다. 또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파스칼은 “신앙은 이성을 십자가에 못박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이성적으로 사고하지 않아야 교회의 믿음에 순종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사람에게는 이성이 있기에, 직접 목격하고 체험한 게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 소개한 기적들을 신성을 부여하기 위한 서술적 장치로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제 사실이라고 주장하여 논란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금부터는 진위 논란 있는 기적들에 대해 살펴 본다.

▣ 기적의 진위에 대하여

기적은 인간의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어야 기적이라 불릴 수 있다. 과학이 발달하여 원리가 밝혀지거나 거짓임이 밝혀지면 그것은 더 이상 기적이 아니게 된다. 예를 들어 원시 시대 사람에게는 불이 ‘기적’ 또는 ‘신이 내린 선물’이었다. 하지만 마찰이 설명되고, 불을 붙이는 여러 조건과 방법을 터득하면서 불은 기적이 아니라 인간의 도구가 되었다. 또 옛날에는 사람들이 죽음에서 돌아왔을 때 그것을 기적으로 여겼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당시 죽었다고 판정했던 사람들이 실제로는 깊은 명상 상태에 있었던 것이며, 그들의 바이탈 사인(vital sign)이 당시 사용했던 원시적인 의료 도구로는 감지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이와 같이 종교에서 주장하는 기적들도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것들이 있다.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에서는 우유도 신성히 여기며 힌두신들에게 봉헌하기도 한다. 그런데 1995년 인도 뉴델리 남부의 한 사원에서 가네샤 신 석상에 바친 우유를 숟가락으로 떠서 입 근처에 갖다 댔더니 석상이 마치 우유를 먹는 것처럼 우유가 점점 사라졌다고 한다. 이 소문은 빠르게 퍼져 일명 ‘밀크 미라클’이라 불리며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이윽고 전 세계의 힌두 사원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견되었다고 보도되었다.<자료4> 이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인도 과학기술부의 로스 맥도월은 밀크 미라클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원에 가서 색소를 입힌 우유를 제물로 바쳤다. 석상이 우유를 흡수하자 숟가락이 닿였던 아래부분에 색이 염색되었다. 이 결과를 보고 과학자들은 모세관 현상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석상의 미세한 균열들에 의해 쿠키에 우유가 스며들 듯 모세관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사이펀 효과(기압차와 중력에 의해 액체가 관으로 빨려나가고 내려오는 현상)도 더해져 액체가 계속해서 흡수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힌두 신상은 우유 말고도 과일 주스나 사탕 주스도 가리지 않고 마셨고, 힌두 신상이 아닌 불상이나 싱가포르의 성모마리아 상도 우유를 마셨다고 보도되었다.

<자료4> 전 세계 가네샤상이 우유를 ‘마신다’는 기사
숟가락으로 우유를 떠서 가네샤 석상의 입 근처에 갖다 대면, 마치 석상이 우유를 마시는 것처럼 우유가 사라졌다며 힌두교 신자들은 이를 ‘밀크 미라클’이라 불렀다. 그러나 실험 결과 모세관 현상에 의해 우유가 흡수된 것으로 밝혀졌다. (출처: quora)

종교에서는 신이나 천사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무함마드는 자신이 천사를 만나 알라의 계시를 받았다 주장하고, 기독교의 바울은 죽었던 예수를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연구에 의하면 종교적 환각이나 계시를 경험한 인물들 중 여러 명은 간질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간질의 영문명인 ‘epilepsy’의 어원은 ‘악령이 깃들다’라는 뜻의 그리스어이며 순수 우리말로는 ‘지랄병’이라 부르는데, 이는 간질의 주요 증상이 갑작스런 경련과 발작, 의식 소실이기 때문이다. 발작 중에 환자는 자신이 신과 만나는 중이란 확신에 이르기도 하며, 종소리, 바람소리,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환각성 청각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고 한다.

일부 사람들은 무함마드가 간질 환자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무함마드는 계시가 곧 일어남을 어떻게 깨달았는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큰 소음이 들리고나서 나는 세게 얻어맞은 듯한 상태가 된다. 나는 계시를 받을 때마다 내 영혼이 나를 떠나는 것을 의식한다.” 이는 간질 환자가 발작 중 겪는 경험과 유사하다.

<자료5>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예수의 목소리를 듣고 잠시 눈이 멀었다는 바울
환청을 듣고 일시적으로 시각을 상실한 바울의 증상은 간질 발작 증상과 일치한다. 이 밖의 바울의 증상을 연구한 학자들은 바울이 간질 환자였고 때때로 황홀 발작을 겪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출처: 위키피디아)

바울은 종교적 계시를 겪으면서 한동안 눈이 멀었고 기독교로 개종했으며, 그로부터 14년 후 또 한 번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이때 그는 ‘세 번째 하늘로 붙들려 올라가는’ 느낌이었고, ‘어떤 인간의 입술도 따라 말할 수 없는 성스러운 비밀들’을 들었다고 한다. 바울의 이런 ‘증상’들을 연구한 학자들은 그가 간질 환자였고 때때로 황홀 발작을 겪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간질 발작은 일시적인 시각 상실을 유발할 수 있는데, 바울이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예수의 목소리를 듣고 잠시 눈이 멀었던 일도 그렇게 설명할 수 있었다.<자료5> (출처: 윌리엄 어빈, 『아하! 세상을 바꾸는 통찰의 순간들』, 까치글방, 2015., p.54~57.)

기적이라고 주장하는 사건이 거짓임이 밝혀진 경우도 있다. 1949년, 미국의 화학자 윌라드 리비는 방사성 탄소를 이용해 유물·유적의 절대 연대를 측정하는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법을 개발했다. 윌라드 리비는 이 측정법을 개발한 공로로 1960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으며,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즈는
“더 이상 시간을 부풀리는 사기꾼들의 협작에 놀아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과 관련해, 사람들은 윌라드 리비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평한 바 있다. 기독교에는 예수 부활의 증거라며 예수의 시체를 감쌌던 천이라고 주장하는 수의가 있는데, 이 측정법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유물의 진위를 증명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1987년, 수의를 보관하고 있던 토리노 성당의 대주교는 미국 애리조나, 영국 옥스퍼드, 스위스 취리히의 실험실에 수의의 연대 측정을 의뢰했다. 예수가 사망했다고 알려진 시기인 2000년 전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분석 결과 토리노 수의의 연대는 약 700년 전인 1260년에서 1390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발견 시기인 1354년과 유사했다. 토리노 수의의 진위는 위조로 드러났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토리노 수의는 유명해졌고 공개되는 해마다 많은 순례객을 모으게 되었다. 토리노 수의는 진위 여부를 떠나 여전히 성스러운 유물로서 믿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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