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교육감들의 교육 실험 유감

최 욱 / 경인교육대학 교육학과 교수

정부가 국가차원에서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책무 중 하나는 전체 학생들의 학업 능력 현황과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교육자원을 체계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제도가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이다. 이를 바탕으로 도출된 객관적 자료에 입각하여 지역 및 학교 간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교육복지를 지향하는 현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이다. 또한 지금까지는 교육과정 개정, 여러 교육 정책 수립 등을 신뢰성 있는 국가 수준의 자료에 기반을 두지 않고 시행하여 많은 행정 낭비를 초래했던 문제점도 이 평가로 말미암아 상당히 극복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되었다. 이런 이유로 현재 미국, 일본, 영국, 호주, 프랑스 등 많은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국가경쟁력 제고의 일환으로 이미 실시하고 있어서 최근에야 시행하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만시지탄의 느낌까지도 들게 한다.

이번 국가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한 학생 중에 70% 이상을 차지한 전라북도와 강원도의 교육감들은 각각 28%와 39% 정도의 낮은 지지도 속에 당선되었다. 두 교육감은 자신들의 지지세력인 일부 과격 전교조 교사의 반교육적인 요구에 귀를 기울이며 임기 동안 그러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지난 선거에서 각 교육감을 지지하지 않았던 두 지역의 72%와 60% 이상의 시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과반에도 훨씬 못 미친 지지자들 중 대부분의 학부모들조차도 자기 아이가 학교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 잘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지, 편협한 사고로 무장된 일부 전교조 교사의 괴변에 농락당하며 시험을 거부함으로써 시험을 치룬 대부분의 반 친구들과 유리되어 유별난 아이로 치부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다행히 대한민국의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현명한 선택을 하였다. 대상 학생의 0.02%만이 평가를 거부하여 완전에 가까운 응시율을 보였다. 이번에 논란을 야기한 교육감들은 “수요자 중심 교육”이라는 현대 교육의 화두에는 이구동성으로 동의하고 신봉하기까지 할 것이다. 교육수요자의 99.8%가 참여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수요자 중심 교육의 출발점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뒤쳐진 학생들은 어느 교사가 어떻게 더 잘 가르쳐야하는지, 더 좋은 교육을 위해 학부모들과는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왔던 교육을 통한 국가 인재 개발을 위해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서 중앙정부와 어떻게 국가차원의 공동보조를 맞추어야할 것인지 등을 설계하고 실천에 옮겨야한다.

더 이상 교육수요자의 민주적인 요구를 외면하면서 자신의 정파적 이념만을 교육 현장에 소용돌이치게 만드는 반교육적 소모전을 해당 교육감들 스스로 중단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했다고 마시는 축하주는 많은 학부모들의 눈물이 되며, 더 좋은 교육과는 전혀 무관한 철없는 진보정치적 교육 실험은 교육수요자의 고통이 되고, 학생들을 외면한 이념과 정파의 교육 나팔 소리 높은 곳에 많은 학생의 원망 소리가 드높아진다는 사실을 진보 교육감들은 깊이 성찰해야할 것이다.